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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초반에는 좀처럼 재미를 붙일 수 없었던 '응답하라 1988'에 뒤늦게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바로 '최택'이라는 특별한 캐릭터의 매력 때문이다. 어쩌면 '최택'이라는 캐릭터에 영혼까지 동화된 듯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배우 '박보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응답하라 1988' 10회에서 비춰진 최택의 모습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다이아몬드 같았다고나 할까? 가만히 있어도 눈부신 다이아몬드가 숨쉬고 말하고 웃고 뛰어노는 모습을 본다면 그런 기분일 것 같았다. 행여 다칠까봐 (흠집이라도 생길까봐) 염려스럽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신기하고 황홀해서 눈을 뗄 수 없는, 뭐 그런 느낌이었다. 8살 때부터 천재의 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한 바둑 신동 최택. 그는 겨우 18세의 약관에 세계적인 스타 바둑기사로서 대..
연말연시에 생일과 결혼기념일까지 촘촘하게 몰려있다 보니 경황이 없어 자주 글을 쓰지 못하였다. 그래도 2013년의 마지막 포스팅은 해야 할 것 같아 새벽같이 노트북을 켜고 생각에 잠긴다. 무엇을 쓰면 좋을까? 가장 최근에 방송된 MBC 연기대상 이야기를 써 볼까? 하지만 그러면 도저히 좋은 말을 할 수가 없다. MBC는 총 50부작의 대장정 중 이제 겨우 18회를 마쳤을 뿐이라 2013년에 달려온 길보다 2014년에 달려가야 할 길이 훨씬 많이 남은 '기황후' 팀의 하지원에게 2013년 연기대상을 주었다. 게다가 최우수 연기상을 무려 일곱 명에게, 우수 연기상을 여섯 명에게 주고도 모자란지 황금 연기상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또 6명에게 골고루 나눠 주었다. 수상자들의 기분은 어땠을지 모르나 보는 입장에서는..
사람마다의 취향 차이겠지만, 솔직히 나는 한 번도 쓰레기(정우)에게서 '남자'의 느낌을 받아 본 적이 없다. 쓰레기는 언제나 '오빠' 중에서도 가장 믿음직하고 든든하고 좋은 '오빠'일 뿐이었다. 그런데 칠봉이(유연석)에게서는 언제나 '설렘'이 느껴졌다. 사실 원래의 내 성격대로라면 일방적인 사랑 고백 이후 일방적으로 키스를 해버리는 식의 제멋대로인 행동은 몹시 싫다고 느껴져야 마땅했다. 더구나 그 때 성나정(고아라)은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있었는데, 그 사실을 잘 알면서도 입술을 마구 들이밀던 스무 살 칠봉이의 행동은 심히 무례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런 칠봉이가 싫지 않았다. 나정이는 안 그랬지만, 나였다면 그 키스 한 방으로 마음을 바꿔버릴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만큼 칠봉이는 ..
'응답하라 1994' 13회에서 쓰레기(정우)와 성나정(고아라)의 키스신이 등장했다. 그것도 아주 격렬하고 기나긴 입맞춤이었다. 그 동안 억누르며 숨겨왔던 감정을 처음으로 분출시키는 쓰레기의 행동은 굉장히 저돌적이었고, 오빠에 대한 사랑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적극적으로 다가서던 나정은 오히려 한껏 수줍은 모습을 보였다. 두 팔로 쓰레기의 허리를 감싸 안지는 못하고 그저 옆구리의 옷자락만 꼭 움켜쥐는 귀여운 반응이라니... 하지만 그 수줍은 눈빛에 형언할 수 없는 기쁨과 행복이 깃들어 있었음은 물론이다. 내가 바라던 커플은 아니지만, 그 순간 두 사람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나는 '성나정-쓰레기'의 '나레기' 커플보다, '칠봉이-성나정'의 '사이다' 커플이 잘 되기를 응원해 왔다. 순전히 나의 개인적 취..
지금까지의 상황을 볼 때 '응답하라 1994'의 남주인공은 쓰레기(정우)임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초반에 주인공의 존재감을 강력히 어필해야 한다는 드라마의 법칙을 생각해 보면 더욱 그렇다. 제작진은 무려 1~6회에 걸쳐 쓰레기의 존재감을 공들여 어필했다. 집에서는 쓰레기처럼 뒹굴며 지저분하고 게으르게 지내지만, 밖에서는 멀끔한 외모의 천재 의대생이며 운동 실력까지 뛰어나서 온갖 여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그의 반전 매력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여주인공 성나정(고아라)의 친오빠가 어렸을 때 세상을 떠난 후 단짝 친구였던 그를 대신하여 나정이의 든든한 오빠로서 그 자리를 지켜왔다는, 로맨틱하고 가슴 찡한 스토리 역시 쓰레기의 몫이었다. 이토록 심혈을 기울여 만든 캐릭터가 주인공이 아니라는 건 어불..
화제의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을 나는 안 봤다. 일부러 안 본 것은 아니고 그냥 어쩌다 보니 안 봤다. 결혼 전이었던 작년이나 결혼 후인 지금이나, 내가 사는 집은 이상하게 케이블과는 친하지 않은 편이라서 시청이 번거로웠던 이유도 있다. 하지만 올해는 일부러 맘 먹고 '응답하라 1994'를 1회부터 꾸준히 보는 중이다. 물론 사정상 본방사수는 불가능하지만..;; 포괄적인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미는 있다. 나 또한 그 시절을 온 몸으로 관통하며 살아왔던 세대인지라, 나름 추억돋는 장면들이나 OST도 꽤 많았다. 중간 중간 미심쩍은 부분들도 있지만 대충 그러려니 넘기면 될 일이고... 무엇보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몰입'이었다. 책을 읽을 때도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도, 나는 몰입이 되지 않으면 도통 재..
'더킹 투하츠'는 보면 볼수록 참 신기한 드라마입니다. 가장 비현실적인 설정하에서 가장 현실적인 인간 군상의 모습들을 섬뜩할 정도로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으니 말이죠. 현재 대한민국은 입헌군주제 국가도 아니고 북한과의 관계도 드라마 속에 그려진 것과는 사뭇 다르지만, 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의 캐릭터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모두 언제 어디선가 현실 속에서 본 듯한 사람들입니다. 이런 느낌을 주는 드라마는 처음이에요. 보통 드라마 속 인물은 그 성향과 특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일관된' 말과 행동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그 캐릭터가 어떤 인물인지를 시청자들이 뚜렷이 인식해야 몰입이 수월하기 때문이죠. 실제로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드라마들은 대부분 캐릭터가 굉장히 단순합니다. 착한 놈은 항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