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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협상극'이라는 매우 생소한 장르를 표명하고 시작된 드라마 '피리부는 사나이' 1회는 제법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했지만, 전개 과정에는 허술함이 많았다. 특히 여명하(조윤희)의 캐릭터는 적잖이 답답해 보여, 민폐 여주인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짙어 보였다. 하지만 '협상전문가'라는 남주인공 주성찬(신하균)의 직업과 캐릭터는 매우 신선하고 뚜렷해서 흥미를 끌었다. 그리고 소통 부재의 시대가 낳은 괴물 '피리부는 사나이'의 정체는 궁금증을 자극함과 동시에 진한 비극의 페이소스를 예감케 한다. 잔인한 세상과 소통할 방법이 없는 약자들에게 '피리부는 사나이'는 '폭력'이라는 통로를 제공한다. 하지만 그릇된 방식의 소통으로 도달할 수 있는 결론은 오직 파멸뿐이기에, '피리부는 사나이'와 손잡은 약자들은 가장 먼저 희..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될 일이었습니다. 이미 주인공 이강훈은 신하균의 훌륭한 연기력에 힘입어 명실상부한 드라마의 중심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여기저기서 '하균앓이'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으며, 더불어 캐릭터의 인기도 나날이 상승하는 중입니다. 이만하면 주인공 살리기는 충분하기 때문에, 굳이 김상철(정진영) 교수를 악역으로 만들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9회까지만 해도 천사였던 김상철은 10회부터 급격히 악마로의 변신을 시작하더니, 11회에서는 심하게 유치하고 뻔뻔한 기질을 드러내며 추락했습니다. '지금 이 사람'이 '예전 그 사람'과 동일인물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지경입니다. 10회에서는 그래도 약간의 희망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무래도 김상철은 20년 전 의신대 병원에서의 기억을 ..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 김상철(정진영) 교수는 어진 의사입니다. 그는 치료의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환자일지라도 실낱같은 가능성만 존재한다면 기꺼이 환자와 함께 싸워주려 하는 의사입니다. 자칫하다가는 성공 가도를 달려온 자신의 의사로서의 명성에 치명적 누를 끼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그는 자신의 입장보다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의사입니다. 너무 비현실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해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50대의 나이에도 미혼인 그는 거의 병원에서 생활하지만, 아주 가끔씩은 자전거를 타고 혼자 사는 작고 허름한 집으로 돌아갑니다. 들어서는 즉시 대여섯 개의 화분에 차례차례 물을 주고, 우편함에 밀려 있던 편지들을 읽습니다. 거의 대부분이 그의 손에 목숨을 건지고 새 삶을 살고 있는 환자들의 정이 담뿍 ..
의학 드라마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끌리는 작품이 있습니다. 2007년의 '하얀 거탑'이 그러했고, 이제 2011년 초겨울에 새로 시작된 '브레인'이 또한 그렇습니다. 지난 주에 1~2회를 보면서도 느낌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는데, 특히 어제 시청했던 3회는 저의 개인적인 기억과 맞물려 상당한 호기심과 흥미를 자아냈습니다. 주인공 이강훈(신하균)의 캐릭터에 제가 몰입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걸릴 듯합니다. 이 인물에게는 변화가 예정되어 있거든요. 신경외과 전임의(펠로우) 2년차인 이강훈은 개천에서 난 용이며 욕망의 화신입니다. 아직까지는 '하얀 거탑'의 주인공이었던 장준혁(김명민)과 흡사합니다. 모두가 장준혁에게 열광할 때 저는 끊임없이 고개를 저었지요. 의사도 인간이기에 출세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