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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무슨 '전원일기'도 아니고 세련된 김태희가 여주인공으로 컴백하는 드라마의 제목이 왜 하필 '용팔이'인가 했더니 '용한 돌팔이' 의사가 남주인공이었다. 그걸 몰랐을 때는 진짜 촌스럽고 요령부득인 제목이라 생각했는데, 내막을 알고 나니 제법 센스있고 멋진 제목처럼 느껴진다. 최고의 실력을 지녔으나 히포크라테스 선서보다는 오직 돈의 노예로 살아가는 의사 김태현(주원), 그가 바로 용팔이다. 법의 단속을 피하느라 병원에 갈 수 없는 조폭들의 불법 수술을 도맡아 하는 것은 물론, 병원에서는 환자 보호자들에게 노골적으로 촌지를 뜯어내는가 하면, 신입 인턴들에게는 대놓고 집안 배경을 캐물으며 가진 자에게 아부하려는 속내를 드러낸다. 그 모든 파렴치함의 원인은 좀 신파스럽게도 아픈 여동생의 치료비 때문이었다. 찢어지게..
정말 이것이 최선이었을까? 하긴 대다수 시청자들의 마음은 억지스러워도 해피엔딩을 원했을 테지만, 후반에 접어들면서 이 드라마에 깊은 애착을 품었던 내 마음은 오히려 슬퍼졌다. 왜일까? 나는 평소 사극의 역사 왜곡 논란에 대해 비교적 너그러운 편이었는데, 유독 '제왕의 딸 수백향' 에만 꼼꼼한 고증과 역사 재현을 바랐던 것일까? 다시 생각해 보았지만 그건 아니었다. 내가 원한 것은 역사적 기록과 드라마 내용의 일치가 아니라, 제목과 주제에 걸맞는 엔딩이었다. 아무리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도 제목과 주제에 어긋나는 엔딩을 맞이한다면, 화룡점정을 찍으려다가 그림을 아예 망쳐버리는 셈이니 이보다 더 애통한 일이 흔히 있으랴! '제왕의 딸, 수백향' 이라는 제목은 바로 주인공 설난(서현진)의 운명과 일치되어 있었다..
108부작으로 조기종영이 결정된 이후 '제왕의 딸 수백향'은 박진감 넘치는 전개로 흥미를 더해가고 있다. 애초 예정이던 120회에서 무려 12회가 축소된 만큼 스토리 진행이 빨라지는 것은 당연지사라 하겠으나, 요즘 같아서는 이토록 재미있고 수준 높은 작품을 시청률 때문에 조기종영한다는 사실이 그저 아쉽고 안타까울 뿐이다. 어중간한 밤 9시대의 드라마치고 10%를 넘기는 시청률이면 그리 낮은 편도 아닌 듯한데, 황금 시간대인 10시 타임의 수목드라마들도 현재 10% 내외의 시청률로 고만고만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굳이 '수백향'을 조기종영하면서까지 후속작을 빨리 내보내겠다는 방송사의 고집을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진짜 수백향인 언니 설난(서현진)을 대신하여 공주 노릇을 하던 설희(서우)는 결국 정체가 ..
'제왕의 딸 수백향'은 '구암 허준'의 후속작으로 현재 밤 9시대에 방송 중인 일일 사극이다. 원래 120부작으로 편성되었지만 낮은 시청률 때문에 10부 가량을 축소하는 조기 종영이 결정되었다. 개인적으로는 꽤나 잘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하면서 시간 될 때마다 기분 좋게 시청하고 있는 중이라 서운한 마음이 든다. 아주 감칠맛 나는 재미가 있는 건 아니지만 스토리 구성이 제법 탄탄하고 인물 캐릭터가 고급스럽다. '왕가네 식구들'처럼 스토리에는 억지와 막장이 판치고 인물 캐릭터는 모두 저질스러운 작품보다야 '제왕의 딸 수백향'이 열 배는 좋은 드라마라고 생각하는데, 기이하게도 시청률은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백제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드라마는 '서동요' 밖에 기억나는 것이 없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