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송원근 (2)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비난이든 뭐든 예전처럼 폭발적 반응을 일으키지는 못하고 있음에도 임성한 작가의 '압구정 백야'는 어김없이 연장이 결정되었다. 전작 '오로라 공주' 때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시끌시끌하긴 했지만 그만큼 대중적 관심이 높다는 증거였기에 30회 연장도 그러려니 했는데, 이번에는 밋밋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비슷하게 29회 연장을 결정했으니 아직도 MBC는 임성한 카드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최근 황당스레 죽음을 맞이한 조나단(김민수) 때문에 임성한의 데스노트가 다시 화제를 일으켰다. 나 역시 개연성 없는 죽음으로써 등장인물을 너무 쉽게 하차시키는 임성한의 수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굳이 비난의 어조로 언급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루이틀의 문제도 아니고 어쩌면 이제 그 부분은 임성한 특유의 스..
백과사전에 의하면 '운명론'이란 세상 만사가 미리 정해진 필연적 법칙에 따라 일어난다고 여기는 사상이다. 운명론의 특징은 이 세상의 모든 일에 논리적인 인간관계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점에 있다고 한다. 운명이 전능의 힘을 가지고 인사(人事) 일체를 지배하기 때문에, 예컨대 한 사람이 어떤 날에 죽도록 운명지어지면 사전에 아무리 많은 노력을 기울여도 그 재앙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믿어버리는 것이다. 이제 보니 임성한 작가는 운명론을 광적으로 신봉하는 것 같고, 샤머니즘(무속신앙)에 끈질긴 애착을 갖고 있으며, 환생 등의 몽환적 개념도 철석같이 믿고 있는 듯 싶다. 전작들에서도 그런 경향이 적잖이 드러났지만, 특히 '오로라 공주'는 임성한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각종 신앙과 사상과 개념들의 총결산이라 할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