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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정말 이것이 최선이었을까? 하긴 대다수 시청자들의 마음은 억지스러워도 해피엔딩을 원했을 테지만, 후반에 접어들면서 이 드라마에 깊은 애착을 품었던 내 마음은 오히려 슬퍼졌다. 왜일까? 나는 평소 사극의 역사 왜곡 논란에 대해 비교적 너그러운 편이었는데, 유독 '제왕의 딸 수백향' 에만 꼼꼼한 고증과 역사 재현을 바랐던 것일까? 다시 생각해 보았지만 그건 아니었다. 내가 원한 것은 역사적 기록과 드라마 내용의 일치가 아니라, 제목과 주제에 걸맞는 엔딩이었다. 아무리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도 제목과 주제에 어긋나는 엔딩을 맞이한다면, 화룡점정을 찍으려다가 그림을 아예 망쳐버리는 셈이니 이보다 더 애통한 일이 흔히 있으랴! '제왕의 딸, 수백향' 이라는 제목은 바로 주인공 설난(서현진)의 운명과 일치되어 있었다..
108부작으로 조기종영이 결정된 이후 '제왕의 딸 수백향'은 박진감 넘치는 전개로 흥미를 더해가고 있다. 애초 예정이던 120회에서 무려 12회가 축소된 만큼 스토리 진행이 빨라지는 것은 당연지사라 하겠으나, 요즘 같아서는 이토록 재미있고 수준 높은 작품을 시청률 때문에 조기종영한다는 사실이 그저 아쉽고 안타까울 뿐이다. 어중간한 밤 9시대의 드라마치고 10%를 넘기는 시청률이면 그리 낮은 편도 아닌 듯한데, 황금 시간대인 10시 타임의 수목드라마들도 현재 10% 내외의 시청률로 고만고만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굳이 '수백향'을 조기종영하면서까지 후속작을 빨리 내보내겠다는 방송사의 고집을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진짜 수백향인 언니 설난(서현진)을 대신하여 공주 노릇을 하던 설희(서우)는 결국 정체가 ..
'제왕의 딸 수백향'은 '구암 허준'의 후속작으로 현재 밤 9시대에 방송 중인 일일 사극이다. 원래 120부작으로 편성되었지만 낮은 시청률 때문에 10부 가량을 축소하는 조기 종영이 결정되었다. 개인적으로는 꽤나 잘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하면서 시간 될 때마다 기분 좋게 시청하고 있는 중이라 서운한 마음이 든다. 아주 감칠맛 나는 재미가 있는 건 아니지만 스토리 구성이 제법 탄탄하고 인물 캐릭터가 고급스럽다. '왕가네 식구들'처럼 스토리에는 억지와 막장이 판치고 인물 캐릭터는 모두 저질스러운 작품보다야 '제왕의 딸 수백향'이 열 배는 좋은 드라마라고 생각하는데, 기이하게도 시청률은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백제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드라마는 '서동요' 밖에 기억나는 것이 없었는..
폭행 사건으로 '동이'에서 하차하게 된 최철호의 모습을 33회에서는 그대로 볼 수 있었습니다. 스스로 하차 의사를 밝혔고 제작진 측에서도 받아들였으나 이미 촬영해 놓은 분량은 편집하지 않고 방송하기로 결정했다 하더군요. 도를 넘어선 폭행과 거짓말로 걷잡을 수 없는 분노를 일으켰던 최철호이지만, 의외로 연기하는 모습에서는 큰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첫째로는 기자회견을 통해 사죄하는 모습에서 뜻밖의 진실함이 묻어났으며, 둘째로는 '음주 후 폭행'이 반복되는 그의 행동 패턴은 엄연한 질병으로 볼 수 있다는 의학계의 판단을 접했기에 분노의 일부가 동정으로 바뀌었고, 셋째로는 평소에 무척이나 좋아했던 그의 연기를 어쩌면 이제 다시는 볼 수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짙어졌던 것입니다. '꽃보다 경종'..
동이야, 어린 너를 지켜주겠다고 네 오라비 동주에게 약속했었는데 나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였구나. 네 아버지께서도 내 앞에서 숨을 거두시며 너를 당부하셨는데, 네가 홀로 이렇게 성장하고 온갖 고난을 겪는 동안, 나는 너를 위해서 해준 일이 아무것도 없으니 차마 죽어서도 어르신을 다시 뵈올 면목이 없다. 네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미 죽은 목숨이었다. 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검계는 와해되었고 동지들은 뿔뿔이 흩어져 갔다. 가족이 없는 내게 형제보다 더한 정으로 가족이 되어 주었던 네 오라비 최동주가 그토록 허무하게 죽어갈 때, 나도 이미 삶의 의욕을 잃었다. 그러나 너를 지켜 달라는 당부가 있었기에 나는 그들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나 또한 치명상을 입고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오랫동안 헤매었으나 안간힘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