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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오랜만에 '남자의 자격'을 보았습니다. 언제부턴가 너무나 구태의연해진 우려먹기식의 아이템에 질리면서 눈길이 끌리지 않더군요. 그러나 이번 주에는 젊은이들로 가득찬 강당의 무대에 서서 강연을 하고 있는 김태원의 모습을 얼핏 보는 순간, 채널을 돌릴 수가 없었습니다. 무슨 말인지 내용을 듣기도 전에,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괜시리 따스해지면서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던 겁니다.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어떤 것에서 위로를 받고 즐거움을 느끼는가는 사람마다 다르지요. 제 경우는 한동안 김태원의 '언어'가 그 역할을 담당해주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의 음악도 좋았지만, 음악 중에서도 특히 가사가 좋았습니다. '위대한 탄생'의 멘토를 맡아 백청강, 이태권 등의 제자들을 이끌면서 해주었던 말들도 모두 제 마음에 햇..
박하선을 사랑하는 두 남자, 윤지석(서지석)과 고영욱은 둘 다 연애에는 별 소질이 없어 보입니다. 특히 윤지석은 너무 순진한 편이라 아직 자신의 감정조차 확실히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그녀와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싶고, 그녀의 생일도 챙겨주고 싶고, 취미 활동도 함께 즐기고 싶지만, 그게 바로 사랑이라는 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더구나 윤지석의 다혈질적이고 급한 성격 또한 만만찮은 장애물이 되고 있습니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에서 그녀와 단둘이 우산을 쓰고 집에까지 올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주어졌건만, 쉽게 펴지지 않는 우산 때문에 순간적으로 욱한 윤지석은 박하선의 빨간 우산을 바닥에 내던지고 수차례 짓밟아서 망가뜨리고 맙니다. 그녀 앞에서 힘자랑..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사건을 표현하기에는 너무 살벌한 어휘겠지만, 김태원의 과감한 용기와 결단은 차라리 공격이라 할만큼 신선했습니다. 사실 대중음악에 있어서는 그의 관록과 능력을 부인할 사람이 없겠지만 클래식에는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김태원이 겁도 없이(?) '청춘합창단'의 지휘를 맡았다는 것부터가 몹시 충격적이었는데, 그 햇병아리 지휘자가 첫번째 합창곡으로 발표한 것이 무려 자작곡일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1년 전, '남자의 자격'에서 '하모니'라는 이름으로 합창 계획이 처음 발표되던 날, 김국진이 제작진에게 물었습니다. "그럼 이번에도 직장인 밴드 때처럼 태원이가 지도하는 건가요?" 그러자 옆에 앉아있던 김태원이 깜짝 놀라며 부인했습니다. "아니,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