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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부모와 자식의 사랑이 엇갈린다면 당연히 승리는 아이들에게로 돌아갈 거라고,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의 진행과정과 스치듯 보여진 몇 차례의 화면을 통해서, 왠지 청춘커플의 미래가 밝지 못하다고 느낀지가 꽤 되었지요. 아니나 다를까, 이 착한 아이들은 부모의 못 다 이룬 사랑을 위해서 자신들의 사랑을 포기했습니다. 하긴 서인하(정진영)와 김윤희(이미숙)의 사랑에는 무려 32년이라는 세월의 무게가 얹혀져 있으니, 그 사랑의 직접적 피해 당사자(?)인 백혜정(유혜리)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차마 대놓고 나서서 반대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요. 그런데 14회 엔딩 무렵에 밝혀진 서인하의 비밀은 살짝 충격적이었습니다. 반전이라면 대반전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며, 자식을 위해 부모가 희생..
교통사고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갔을 때,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아버지의 곁에 있는 낯선 여인의 모습이 아니라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보이는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환자복을 입고 목에 기브스를 한 상태였지만, 아버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생기가 넘쳐 보였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던 그 모습은 나의 어머니 백혜정의 남편도 아니고 나 서준의 아버지도 아니었다. 어쩌면 서인하라는 한 남자는 원래 저런 눈빛으로 말을 하고, 저렇게 미소짓는 사람이었던 걸까? 오랫동안 잃었던 본연의 모습을 이제야 비로소 되찾은 걸까? 아버지가 진료실로 불려들어가고 홀로 남은 여인을 바라보며 어딘지 모르게 낯익은 듯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녀 앞에 내 어머니가 나타났다. 몇 마디 말을 나누는가 싶더니 어머니는 그 여..
나쁜 남자의 매력을 물씬 풍기는 서준(장근석)이 등장한 후, 저는 언제나 궁금한 것이 있었습니다. 외모는 그렇게 젊은 시절의 아버지 서인하(정진영)를 쏙 빼닮은 아들인데, 어쩌면 성격은 그리도 정반대일 수가 있냐는 거였죠. 아직 어린 나이에 부모님의 이별을 지켜보아야 했던 상처로 인해 살짝 비뚤어진 거라고 대략 설명되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싶었습니다. 부모님이 이별한 원인이 평생 첫사랑을 잊지 못한 아버지에게 있다고 생각해서 아버지와의 사이도 냉랭하고, 순수한 첫사랑에 대해서 비웃듯 시니컬한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하지만, 아무래도 뭔가 석연치 않았어요. 무릇 남자의 첫사랑이 어떤 의미인지는 보편적으로 잘 알려진 사실이며, 더욱이 서인하는 김윤희(이미숙)이 벌써 오래 전에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
기대했던 만큼이나 만족스러웠고, 그 이상으로 가슴저린 재회였습니다. 너무도 먹먹해서 아무 말을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는데, 그래도 몇 시간이 더 흐르니 약간 진정이 되는군요. 지난 번 리뷰에서도 밝혔듯이, 저는 드라마 '사랑비'를 관통하는 두 갈래의 사랑 중에 반드시 한쪽을 선택해서 응원해야 한다면 서인하(정진영)-김윤희(이미숙)의 중년커플을 응원할 것입니다. 아마도 이들은 서준(장근석)-윤아(정하나)의 청춘커플에 비해 이루어질 확률이 낮을 것이고, 그래서 벌써부터 저에게 '사랑비'는 혹독한 비극을 예고하는 슬픈 멜로이지만 상관없습니다. 젊었을 때의 모습은 너무 답답하고 속터져서 예쁘기보다는 차라리 미웠는데, 이제 세월의 강을 건너서 다시 만나는 모습들을 보니 이토록 절절하고 애틋할 수가 없군요. 윤희와..
시대 배경이 현재로 넘어오고 서준(장근석)과 정하나(윤아)의 산뜻한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드라마의 분위기는 한 순간에 싹 달라졌습니다. 4회까지의 견딜 수 없는 답답함에서 벗어난 것은 좋은데, 일본 올로케로 진행된 5회에서는 약간의 거부감을 떨칠 수 없더군요. 물론 북해도의 절경은 아름다웠지만, 일본의 여행지 곳곳을 친절하게 소개하듯이 보여준 것도 모자라, 하필이면 남녀 주인공의 역사적인 첫 만남을 거기서 처리하고, 남녀가 다이아몬드 스노우를 함께 보면 사랑하게 된다는 전설까지 등장하니까, 이건 뭐 완전히 일본 드라마 같았거든요..;; 하지만 어차피 일본 수출용이고, 자본의 힘을 무시할 수도 없으니 대충 이해해야겠죠. 6회에는 비로소 모든 등장인물이 2012년 현재, 한국으로 모이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사랑비'를 3회까지 시청했지만, 남주인공 서인하(장근석)의 매력은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그 시대의 사랑 방식은 대부분 그랬었다고 아무리 변명해봤자, 이 시대 시청자들의 눈에는 답답하다 못해 찌질해 보일 뿐입니다. 김윤희(윤아)의 마음이 자기에게로 향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친구 이동욱(김시후)과 잘 됐으면 좋겠다는 둥, 사귀게 되어서 축하한다는 둥 속터지는 소리만 늘어놓더니, 자원입대 신청을 해놓고서야 비로소 그녀에게 자기 마음을 고백하는 태도는 백 번 이해할래도 이해할 수 없더군요. 그건 정말 이기적인 행동이었어요. 자기는 어차피 떠날 거면서, 왜 윤희를 부담스럽게 하는 거죠? 동욱과 잘 되기를 바랐던 마음이 진심이라면 아무 말 없이 떠났어야 합니다. 그리고 반대로 동욱을 배려하지 않는다면 이제껏 ..
새로 시작하는 월화드라마 중 일찌감치 '사랑비'를 정해 놓고 기다리면서, 가장 기대했던 것은 남주인공 '서인하'의 캐릭터였습니다. 여성 시청자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멜로드라마의 특성상 남주인공의 캐릭터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고, 또래 남자 배우들 중 최강으로 손꼽히는 장근석의 안정적인 연기력이 더해진다면 진짜 멋있을 듯 싶었거든요. 게다가 상대역인 윤아는 외모에서부터 순정만화 여주인공의 모습 그대로이니, 저는 오랜만에 복고풍 정통 멜로에 푹 젖어들 생각을 하며 벌써부터 약간 설레고 있었습니다. 한동안 이런 종류의 감성 멜로 드라마를 볼 수 없었기에, 2006년 '봄의 왈츠' 이후 6년만에 재결합한 오수연 작가와 윤석호 PD가 다시 한 번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기를 소망하고 있었지요. 일단 미적(美的) 감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