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미실새주 (3)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유신(庾信), 자네를 향한 나의 믿음이 헛된 일이었단 말인가? 나의 판단이 그릇된 것이었단 말인가? 말을 해 보게. 자네의 흉중에 담긴 진정한 포부가 무엇인지를 말일세. 나 월야(月夜)의 두 어깨에는 60만 가야백성의 한과 더불어 내 아버지이신 월광태자(月光太子)의 슬픔이 깃들어 있네. 부친께서는 대가야와 신라의 결혼동맹으로 인해 태어나셨으니 명백한 신라왕실의 외손자이셨으나, 신라는 일방적으로 동맹을 깨뜨리고 장군 이사부의 정예군을 보내어 우리 대가야를 공격해 왔네. 그 당시 선봉에 섰던 인물은 화랑 사다함이었네. 배신당한 우리 대가야의 군사와 백성들은 손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했네. 가야산에서 흘러내려 온 우리 비옥한 땅의 내천들은 피로 물들었지. 자네는 그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대가야를 점..
새주님, 미실 새주님... 세상에 당신 같은 어머니가 어디 있습니까? 마지막까지 어머니라 부르지도 못하게 하셨으면서, 그 버린 자식에게 자신의 꿈을 물려주고 가는 어머니가 어디 있습니까? 나는 당신을 미워합니다. 쉽게 미워하지도 못하게 만들었기에 더욱 미워합니다. 어쩌면 당신의 말씀이 맞았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당신을 너무도 많이 닮았기에, 끝내는 현실에 순응하지 못하고 항거해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당신의 잔인함만 아니셨다면 나는 최소한, 조금은 더 오랫동안 평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었을 것입니다. 비록 이루지 못할 꿈이라 해도, 당신과는 달랐던 나의 소박한 꿈을 꾸며 살았다면 그 동안은 행복했을 것입니다. 나의 첫번째 꿈은 스승이셨던 문노공께 사랑받고 인정받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꿈은 미실..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칠숙랑, 당신보다 내가 먼저 떠나게 되었네요. 나는 오히려 당신에게 미안해져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니, 아파하지 마세요. 당신은 사막의 모래구덩이에서 나를 살려주었고, 이젠 나의 마지막 길에 또 하나의 커다란 선물을 주었네요. 당신이 더 이상 내 딸 덕만이를 추격하지 않고 놓아준 것은, 나의 시신을 넘겨줄 사람이 그애밖에 없었기 때문이지요? 그것으로 충분해요. 운명은 내게 그리 가혹하지만은 않았어요. 나는 당신 덕분에 지키고 싶은 것을 지켰고, 그래서 편안히 눈을 감았어요. 살아남은 덕만이가 계림의 좋은 왕이 되어 줄 거라고, 그래서 나처럼 힘없고 약한 백성들을 든든히 지켜 줄 거라고 믿으며 떠날 수 있었으니까요. 나를 믿어서 혈육을 품에 안겨주신 폐하가 계셨고, 수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