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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어느 덧 2014년도 절반 가량이 흘러 6월에 접어들었다. 산뜻한 초여름 비가 내리는 날, 남편과 함께 우산을 받쳐들고 나들이에 나섰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오르세미술관展'을 관람하러 간 것이다. 프랑스 파리까지 여행을 가서도 촉박한 일정 때문에 들르지 못했던 곳인데, 마침 한국에 와 있다니 아쉬웠던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19세기 유럽 문화를 대표하는 인상주의 작품들을 천천히 둘러보니, 왠지 19세기 유럽의 한가운데에 있는 듯한 기분을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어차피 둘 다 그림에는 문외한이라 철저히 문외한의 시각으로 감상했을 뿐이지만... 고흐, 고갱, 모네, 르느와르, 루소, 드가, 로트렉, 세잔 등 그야말로 이름만 듣던 유명한 화가의 작품들을 눈앞에서 보며, 우리는 "이..
인간이 지닌 감정 중 가장 아름답고 숭고한 것을 꼽으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어머니의 사랑'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절대적인 감정이며 매우 보편적인 것이기도 하다. 마더 테레사나 슈바이처 박사처럼 수많은 타인을 위해 자기 인생을 바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지만, 자기 자식을 위해 인생을 바치는 '어머니'는 세상 어디에서나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어머니의 사랑'은 인간의 개성 만큼이나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며, 때로는 잘못된 사랑의 방식으로 자식에게 악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어떤 것이 올바른 사랑의 방식인지를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그 당시에는 잘못된 것 같았지만 먼 훗날 돌이켜 보면 올바른 방식이었을 수도 있고, 그 ..
외국 드라마에는 좀처럼 취미를 붙이지 못하는 저이지만, 정원창, 임의신 주연의 대만판 '장난스런 키스'는 6~7회까지 본 적이 있습니다. 썩 제 취향이 아니라서 대략 그쯤에서 접었지만 느낌이 나쁘지만은 않았어요. 그리고 아무리 오글거리는 드라마라도 볼만하게 재탄생시켜 주실 것 같은 황인뢰 감독에 대한 신뢰 때문에 이번에도 관심을 갖고 첫방송을 지켜 보았습니다. 방송 전부터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김현중, 그가 맡은 역할은 남자 주인공 백승조입니다. 머리 좋고 전교1등을 놓치지 않는 성적에 키 크고 잘 생긴, 상위 1%의 모든 것을 다 갖춘 소년이죠. (고3이니까 이제 곧 청년입니다만^^;;) 오늘 아침의 뉴스들을 살펴보니 전작 '로드넘버원'의 평균 시청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시청률의 책임을 거의 혼..
비담 김남길의 차기 출연작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나쁜 남자'의 시청률이 좀처럼 한 자릿수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형민 PD 자신도 예상보다 낮은 시청률이 안타깝다는 의사를 표현하고 있더군요. 초반의 화제성과 출연진의 탄탄함 등으로 볼 때, 정말 뜻밖이라고 할만한 결과입니다. 아직도 6회분의 방송이 남아 있기는 합니다만, 기존의 충성스런 시청자들을 제외한다면, 굳이 지금부터 채널을 돌려서 '나쁜 남자'를 보기 시작할 사람들이 있을 것 같지는 않군요. 더우기 그 충성도의 99% 가량을 짊어지고 있던 김남길마저 속사포 촬영을 마치고 입대해 버렸으니까요. 당분간 새로운 작품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을 거라는 아쉬움 때문에라도 고정 시청자들은 채널을 돌리지 않겠지만, 이 정도를 유지만 할 수 ..
수목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와 '나쁜 남자'에서는 몇 가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그저 재미삼아서 비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공통점 1. 재벌가에서 쫓겨난 아들, 그 복수와 야망 이 두 드라마에는 한국 드라마의 고정적 소재인 재벌가가 등장하며, 한편에서는 그 재벌가를 향해 복수와 야망을 불태우는 남자 주인공이 있습니다. 그들은 어린 시절 한때 그 재벌가의 아들이었으나, 비참하게 쫓겨났던 과거를 지니고 있습니다. '나쁜 남자'의 설정상 심건욱(김남길)은 처음부터 복수를 목적으로 해신그룹에 접근한 것이지만, 그 기반(복수의 이유)이 약함으로 인해 후반으로 갈수록 야망의 사나이로만 비춰지는군요. 그리고 '제빵왕 김탁구'의 탁구(윤시윤)는 비교적 순수한 인물로서 오직 잃어버린 어머니를 ..
아무래도 결방의 영향이 너무 컸던 모양입니다. 마치 꿈을 꾸다 깨어난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아무리 감미로웠던 꿈도 일단 잠에서 깨고 나면 급격히 빛이 바래는 것처럼, 초반에는 꽤나 강렬한 매력으로 저를 유혹하던 드라마가, 약 한달 동안 각성의 시간을 거친 후 다시 만나니 헛점 투성이로 보이는 겁니다. 예전에는 김남길과 김재욱, 그리고 한가인의 출중한 비주얼만으로도 아름답게 느껴졌고, 드라마 전체에서 은은히 풍겨나오는 비극적이면서도 신비한 분위기가 마음을 사로잡았었지요. 그런데 꿈에서 깨어났다가 일부러 다시 꿈꾸어 보려 하니 잘 안 되더군요. 건조해져 버린 시선으로 그 예쁜 배우들을 바라보면서 한편으로는 꽤나 아쉬웠더랍니다. 사실 명색이 복수극인데 주인공의 입장에서 반드시 해신그룹을 상대로 복수를 해야 ..
나도 한번쯤은 하늘을 날고 싶었어. 비행기도 헬기도 타지 않고, 그냥 하늘에 부는 바람을 내 몸으로 맞으며 그렇게 날고 싶었어. 왜 그랬을까? 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하늘만 보면 마냥 웃음이 났어.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다들 나를 욕하고 미워하겠지만... 나는 자유롭고 싶었던 것 같아. 나는 모든 것을 다 가졌으니까... 아니, 모든 사람들이 나를 보고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자유롭고 싶다고 말하면 다들 나를 미워하고 욕할 것 같아서 아무에게도 말을 못했지만, 나는 하늘을 보면 웃다가도 눈물이 났어. 나도 알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굶주리며 살고 있는지... 가벼운 병도 치료할 돈이 없어서 죽어가고 있는지... 공부를 하고 싶어도 가난해서 못 배우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통스럽게 ..
선거 개표 방송으로 인하여 '나쁜 남자'가 결방되는 바람에 '신데렐라 언니'를 별 기대 없이 본방사수하였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장면에서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바람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비록 초반의 기대를 무너뜨린 이번 작품으로 큰 실망을 안겨 주었으나, 역시 김규완 작가는 범상치 않은 저력을 지니고 있음을 다시 느끼게 된 장면이었습니다. 은조(문근영)가 세상 다른 일은 모두 잊은 채 환상으로 뒤섞인 기훈(천정명)과의 연애에 심취해 있는 동안, 집에서는 갑자기 어린 동생 준수가 사라집니다. 효선(서우)에게 준수는 평범한 동생이 아니라 특별한 존재입니다. 죽은 아버지가 남긴 단 하나의 혈육이며, 엄마 송강숙(이미숙)과 연결되어 있는 유일한 끈입니다. 그래서 효선에게 준수를 잃어버린다는 것은..
모네야, 나는 나쁜 남자다. 이미 나에게 빠져버린 너의 순진한 눈빛을 보면서도 나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내 안에는 양심도 사랑도 온기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끔은 나 자신조차 섬뜩해질 만큼, 나는 그렇게 차가운, 나쁜 남자다. 오래 전, 내가 너희 집 대문 밖으로 쫓겨나던 날, 오후가 되면서 비가 줄기차게 쏟아졌다. 쫓겨났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다시 집 안으로 따라 들어가려던 나는 사정없이 밀쳐져 넘어졌고, 뒷등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걷잡을 수 없이 피가 흘러 내렸지만, 아무도 나를 병원에 데려다 주지 않았다. 혈육이 아니라고 밝혀진 순간, 이미 나의 존재는 그들에게 있어 길바닥의 쓰레기와 다를 바가 없었다. 끊임없이 내 몸을 거쳐서 발밑으로 흘러내리는 빗물은 선명한 붉은 색이었다. 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