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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탁구야, 너와 함께 있을 때만 나는 웃을 수 있어. 어린 시절, 하루도 빠짐없이 술에 취한 아버지에게서 매를 맞던 그 지옥 속에서도 너는 나를 웃게 해 주었지. 헤어져 있는 동안, 나는 한 번도 잊은 적 없어. 탁구야, 내 마음 속에서라도 너와 함께 있을 때만 나는 웃을 수 있었고, 그래서 너를 생각해야만, 나는 웃고 살 수 있었어. 오랜 시간이 흘러서 우리는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슬픈 세상은 달라진 게 없구나. 너를 다시 만나 행복했던 시간은 꿈처럼 너무 빨리 스쳐 지나가고, 아무리 반항해 봐야 힘이 없으면 무엇도 변화시킬 수 없다는 사실만 뼈에 새긴 채, 우리는 또 다시 2년 동안 헤어져야 했었지. 바보, 그 약속은 지키지 않아도 되는 거였지만, 나는 탁구 너를 알기 때문에 그냥 기다리고 있었어...
구일중은 참으로 나쁜 아버지입니다. 14년만에 재회한 아들 탁구(윤시윤)와 끌어안고 폭풍 눈물을 흘리는 전광렬의 연기는 더할 수 없는 명품이었으나, 그 순간에도 제 마음은 차갑기 이를데 없었습니다. 오히려 속으로 "탁구야, 속지 마!" 라고 되뇌었다죠. 탁구의 인생 중 12년을 허비하게 만든 장본인은 사실 조진구(박성웅)가 아니라 구일중이었습니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가장 자애로운 아버지인 척하고 탁구를 끌어안고 있으니 제 눈에는 가증스럽게만 보였습니다. 그는 탁구를 사랑했다기보다는 욕심을 냈던 것입니다. 천부적인 후각을 타고나서 제빵 사업에 큰 도움이 될만한 아들 탁구를 온전히 자기 소유로 만들기 위해, 모자간에 생이별을 시키려 했던 것이지요. 아무래도 후계자 자리에 앉힐 장남이..
지금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가 방송 전에는 K방송사의 '버리는 카드' 라는 말까지 돌았었다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도 별로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였던 것은 사실입니다. 일단 시선을 끌만한 톱스타가 존재하지 않았지요. 타이틀롤을 맡은 윤시윤은 이제 겨우 시트콤에서 '그 집 손자'인 고등학생 역할을 해본 것이 연기 경력의 전부일 만큼 신인이고, 뮤지컬배우 출신의 주원은 아예 브라운관에서 처음 보는 얼굴이며, 이영아는 너무 오랜만의 컴백이고, 유진은 히트작 하나 없는 무관의 요정이었습니다. 특히 라이벌 구도의 두 남자 주연이 너무 신인급이라, 안정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실험적인 작품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었지요. 그러나 '제빵왕 김탁구'는 아마도 천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