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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감자별' 2회까지 시청한 느낌이 매우 좋다. 개인적으로는 '하이킥' 시리즈나 그 이전의 명작들보다 출발이 훨씬 좋은 듯하다. 각각의 캐릭터 구축이 확실함은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내가 김병욱표 시트콤에서 유난히 즐기는 그 뭐랄까, 아련하고 애틋한 느낌이 초반부터 여실히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의 경우 스텐레스 김은 청춘남녀의 러브라인을 복잡하고 아리송하게 꼬아서 중반을 넘기도록 예측 불가하게 만들곤 하는데, 이번에는 어찌 된 셈인지 단 2회만에 두 남녀의 러브라인이 아주 또렷한 선을 그리며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물론 이대로 확정이라고 볼 수야 없겠지만, 어쨌든 김병욱의 다른 작품에서는 거의 본 적 없는 독특한 전개인 것만은 확실하다. 아, 그런데 미처 감정이 무르익을 새도 없이 초고속으로 진행..
가벼운 재미삼아 틈틈이 보아 왔던 일일시트콤 '일말의 순정'도 어느 덧 3/4 가량이 방송되고 이제 결말을 향해 치닫는 중이네요. 전체적인 분위기가 굉장히 순수하고 풋풋해서 그 맛에 보기는 하는데, 과장이 지나치게 심하고 전개상의 헛점이 많아서 높은 점수를 줄 수는 없더랍니다. 김병욱의 명품 시트콤에 길들여진 제 기준으로는 참 많이 아쉬운 작품이에요. 특히 전체적인 중심을 잡아야 할 김선미(전미선) 캐릭터의 널뛰는 듯한 감정선에는 도통 공감할 수가 있어야 말이지요. 게다가 툭하면 방에서 혼자 웃고 울고 춤추고 엽기표정이나 지으면서 제 감정을 주체 못하고 있으니 오갈 데 없는 푼수처럼 보일 때도 많았습니다. (아무리 시트콤이지만 그럴 필요까지야..;;) 여주인공 캐릭터가 조금만 더 매력적이었으면 얼마나 좋..
예고도 없이 시작되었던 생뚱맞은 스페셜 방송을 거쳐 일주일만에 '하이킥3'가 다시 전개되기 시작했습니다. 오랜만에 시청자와 다시 만나는 방송일 뿐만 아니라 100회라는 숫자의 특성도 겸비한 회차였기 때문에,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을 거라며 잔뜩 부푼 기대감으로 시청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런데 막상 시청한 후에는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아무 내용도, 의미도, 웃음도 없는 듯 했거든요. 모처럼 인생의 진지한 의미를 찾는가 싶었던 윤유선은 생뚱맞게 춤바람이 나 버렸고, '카리스마 블랙하선' 에피소드는 그저 인기 높은 박하선의 팔색조 매력에 의존해서 겨우겨우 한 회를 때우려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일주일이나 쉬었으면서... 이쯤 되면 최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그래도 명색이 ..
현재까지 가장 뚜렷한 실체를 드러낸 러브라인은 '박하선-윤지석(서지석)' 커플입니다. 이제 와서야 누가 부인할 수 있을까요? 박하선의 공식 연인은 엄연히 고영욱인데도 요즘 그의 분량은 거의 쩌리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오히려 짝사랑남 윤지석과 함께 하는 시간만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45, 47, 48회에서 연달아 등장한 '지석-하선' 라인의 첫눈 맞기, 화장실 찾기, 폭풍 후진 에피소드는 짜릿한 낭만과 배꼽 잡는 웃음을 겸비한 시트콤 최고의 장면들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가 일찌감치 예측했던 것처럼 이 둘이 진짜 인연이라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히 드러났습니다. 어차피 고영욱의 존재는 잠시 스쳐지나가는 인연이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빨리 이별의 시간이 다가온 듯한 느낌도 듭니다. 아무래도..
고영욱이 박하선에게 선물한 것은 클립을 이용해서 직접 만든 빨강 하트 목걸이였습니다. 그 하트 모양의 펜던트가 걸려 있는 목걸이 줄 역시 길거리에서 파는 대략 천원짜리 쇠줄이었죠. 박하선은 그것을 꼬박꼬박 목에 걸고 다니는데, 금속 알레르기 때문에 목덜미가 빨갛게 부풀어오르고 극심한 가려움에 계속 긁적거립니다. 그 모습을 본 윤지석(서지석)은 안타까운 마음에 목걸이를 빼라고 하지만, 박하선은 정성이 깃든 선물이라며 절대 빼지 않으려 합니다. 긁다 못해 피부가 벗겨질 지경이 되어서도 목걸이를 빼지 않으려는 박하선을 보면서 그녀를 짝사랑하는 윤지석의 안타까움은 더해만 가고, 급기야 수업 시간에 교사가 수시로 목을 긁어대면 안되니까 잠깐 빼놓고 박하선이 자리를 비운 사이 윤지석은 문제의 목걸이를 풀밭으로 던져..
세상엔 참 많은 종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음이 약해서 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렇지 않게 거절을 잘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후자의 관점에서 보면 전자의 태도가 무척이나 이해되지 않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러한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리고 어려서부터 자기 주관을 뚜렷이 세우도록 교육받는 남성들에 비해, 타인에게 순종하고 봉사하며 살아갈 것을 교육받아 온 여성들에게서 그런 경향이 더 많이 나타납니다. 시대가 변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찾아보면 그런 사람이 은근히 적지 않아요. 이른바 '착한여자 콤플렉스'입니다. '하이킥3'의 박하선 캐릭터는 '착한여자 콤플렉스'의 전형적인 성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타인이 아무 이유 없이 무리한 부탁을 하거나 자신의 일을 떠넘겨도, 박하선은 ..
박하선과 고영욱의 커플 만들기가 본격화되면서, 시청자 게시판과 해당 기사의 댓글들은 온통 비난 일색입니다. 대부분의 의견은 호감형 캐릭터 박하선과 비호감 캐릭터 고영욱이 연결된다는 사실이 몹시 짜증난다는 반응이고,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이제부터 '하이킥3' 시청을 미련없이 접겠다고까지 하면서 분노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26회를 보고 나니 마음이 좀 편안해지더군요. 지금껏 김병욱 시트콤의 역사상, 이렇게까지 부자연스럽고 억지스런 커플 만들기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이 두 사람의 러브라인은 진짜가 아닐 가능성이 100%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윤지석(서지석)과 고영욱이 아슬아슬하게 횡단보도에서 반대 방향으로 스쳐 지날 때는 가슴이 철렁했었습니다. 25회의 내용을 한 마디로 간추린다면 '윤지석..
윤계상-김지원에 이어 또 하나의 러브라인이 예고되었습니다. 언뜻 보면 박하선-윤지석(서지석)의 러브라인 같지만, 정확히는 박하선-고영욱의 러브라인입니다. 이미 공홈의 인물관계도에 명시되어 있는 관계이므로, 맨 마지막에 반전이 있을지는 몰라도 초반에서 중반까지는 이 러브라인의 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실 저는 인물관계도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가장 불가사의하다고 생각했던 러브라인이 박하선-고영욱 커플이었습니다. 박지선-줄리엔강 라인도 좀 뜻밖이긴 했지만, 이들은 어차피 감초 역할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코믹하고 재미있는' 커플로 만들면 오히려 가장 시트콤에 어울리는 조합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요. 그러나 박하선은 제가 보기엔 여성 캐릭터 중의 핵심이라고 할만합니다. 나름 코믹한 면도 있지만, ..
'몽땅 내 사랑'에서 드디어 감격적인 부녀상봉이 이루어졌습니다. 그토록 애타게 친딸 샛별이를 찾아 헤매면서도 바로 눈앞에 있는 딸(윤승아)을 알아보지 못하고 매일 구박만 하는 김갑수의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했는데, 그들이 혈육을 만나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흐뭇한 마음이 앞서더군요. 작품 전체의 가장 큰 비밀이 풀렸으니 앞으로의 변화무쌍한 전개는 더욱 흥미로워질 것 같습니다. 잃어버린 샛별이의 행방에 대해 마지막 단서를 쥐고 있던 최순옥 할머니가 결국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자 김갑수의 절망은 극에 달했지요. 이제 영영 딸을 찾을 방법이 없어졌다고 여긴 김갑수는 비밀의 방에 꽁꽁 숨겨 놓았던 샛별이의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어딘가에 살아 있을 딸을 향해 목 멘 소리로 중얼거..
준혁(윤시윤)의 친구 세호(이기광)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소설의 내용이 '지붕뚫고 하이킥' 90회의 주요 테마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세호의 소설은 그냥 단순한 환타지 충족이라는 수준에서 머물지 않고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는 듯 하네요. 물론 좀처럼 진행되지 않는 준혁과 세경(신세경)의 러브라인을 지지하는 팬들을 위한 서비스 개념도 있었겠지만, 김병욱 PD의 시트콤은 군데군데에 세심한 복선을 깔아놓는 경우가 많으니 만큼, 이렇게 한 회차를 모조리 소비하면서까지 세호의 소설을 형상화시킨 이유를 단지 팬서비스 차원으로만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보기에 세호의 소설이 암시하는 것은, 현재 진행중인 네 청춘 남녀의 러브라인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호가 소설을 쓰기 시작한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