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동성애자 (6)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천일의 약속'을 2회까지 보았지만 주인공 남녀의 사랑에는 여전히 몰입되지 않고 있습니다. 여주인공 이서연(수애)만 갈수록 너무 불쌍해지고, 남주인공 박지형(김래원)은 2회에서도 계속 나쁜놈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착한 약혼녀 노향기(정유미)를 대하는 차가운 태도를 보면서 얼마나 분통이 터졌는지 모릅니다. 만약 집안끼리의 정략결혼일 뿐 향기도 지형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훨씬 나았겠지요. 적어도 박지형이 이토록 나쁜 남자가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흔들리는 박지형은, 두 여자의 마음을 갖고 놀며 두 여자의 마음에 모두 상처를 내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 손수 구워 만든 쿠키를 가지고 박지형의 집을 방문한 노향기는 시어머니 될 수정(김해숙)에게 "저.....
홍자매(홍정은, 홍미란)의 드라마에는 일정한 법칙이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훤히 예상되는 것들이 있고, 각오해야 할 것들도 있지요. 우선 남주인공은 성격 까칠하고 이기적인 듯하지만 그 가슴 속에는 깊이 상처받은 어린아이가 살고 있습니다. 그 상처는 '미남이시네요'의 황태경(장근석)처럼 엄마에게서 버림받은 정신적 상처일 수도 있고, '최고의 사랑'의 독고진(차승원)처럼 몸이 병들었던 탓에 겪어야 했던 육체적 상처일 수도 있습니다. 초반에 남주인공의 까칠함을 보며 살짝 재수없다고 느끼던 시청자들은 점차로 그 가슴 속에서 아직도 웅크린 채 떨고 있는 어린아이를 발견하고 연민에 젖게 됩니다. 그에 비해 서브남, 즉 여주인공을 사이에 두고 남주인공과 삼각관계를 이루는 인물은 아주 어른스러운 남성입니다. 어린애..
누구나 인정하겠지만 황정민은 참으로 연기를 잘 하는 배우입니다. 어떤 역할을 맡았을 때도 그 역할과 자신을 놀라운 비율로 완전히 일치시키니 그만큼 아주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오겠지요. 한국에서 가장 연기를 잘 하는 남자 배우가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묻는다면 제 머릿속에는 김명민과 황정민의 이름이 떠오르는데, 김명민은 얼굴에서부터 좀 연예인 포스가 풍기는 반면 황정민은 마치 옆집 아저씨처럼 평범한 느낌이라, 오히려 자연스러움과 현실감 면에서 더욱 그의 연기가 피부에 와닿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런 황정민이 영화 '모비딕'의 개봉을 앞두고 진구, 김상호와 더불어 '놀러와'에 출연을 했습니다. 요즘들어 명품 조연으로 뒤늦게 사랑받고 있는 배우 김상호의 소탈한 모습이 인상적이더군요. '반짝반짝 빛나는'에서는 김현주의..
지난 주에 에어 '승승장구 - 신동엽' 제2부가 방송되었습니다. 신동엽은 여기에 출연한 이유를 개인적으로 친구관계이기도 한 '승승장구' PD의 끈질긴 섭외에 못 이겨서라고 말했지만, 제가 보기에는 오히려 아주 작정하고 제대로 준비해서 나온 것 같았습니다. 아마추어 느낌을 물씬 풍기던 평소의 '승승장구'와는 달리, 계속 빵빵 터지는 재미도 있으면서 그 와중에 어찌나 토크의 짜임새가 정교하고 완벽한지 방송을 다 보고 나니 감탄을 금할 수 없더군요. 신동엽은 이번 '승승장구' 출연을 도움닫기의 발판으로 삼아 방송인, 예능인으로서의 새출발을 다짐하려는 듯 했으며, 소기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습니다. 무슨 일이든 큰맘 먹고 시작할 때는 주변에 공언(公言)을 해 두는 것이 좋다지요. 신동엽은 "앞으로 절대 사업을 ..
경수(이상우)의 헤어진 아내(송선미)와 그들의 딸인 수나(전민서)가 42회에 등장하면서 또 한 차례의 파란을 예고했습니다. 저는 경수가 아내와 딸을 조금도 사랑하지 않았다고, 은연중에 잘못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결혼 자체를 원하지도 않았고, 아내와 함께 살아가는 일 자체가 곤욕이었을 테니까... 생겨난 아이의 존재는 더욱 그의 어깨를 무겁게 했을 것이며, 창살없는 감옥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족쇄였을 테니까, 아무리 자식이지만 별로 사랑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들 가족의 재회 장면은 경수의 마음이 결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 주었습니다. 비록 여자로서 사랑하지는 않았지만 경수는 아내를 인간적으로 존중하며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남편이 자기와 함께 있는 시간을 줄이..
인생은 행복하고 좋은 일들로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누구의 인생에도 슬프고 괴로운 일은 존재하게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고통스런 일들을 어떤 방식으로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좋을 것입니다. 김수현 작가는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를 통해 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합니다. 태섭(송창의)과 경수(이상우)는 동성애자입니다. 그들이 스스로 원한 것은 아니지만, 운명은 그들을 남들과 다른 모습으로 만들어 놓았지요.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불행의 씨앗이며, 이제 피할 수 없이 잉태되어 버린 불행의 씨앗을 과연 어떤 방식으로 극복하여 행복을 만들어 나갈 것인가가 두 사람뿐만 아니라 가족과 친구들 모두에게 남은 과제입니다. 경수의 가족들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