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기린예고 (3)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나는 이제 그룹K의 스타다. 내가 춤을 추면, 내 몸짓 하나에 소녀팬들은 열광한다. 얼마 전까지는 이것이 내 꿈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갈채를 받으며 내가 좋아하는 춤을 실컷 추는 것... 그러니 나는 지금 꿈을 이룬 것이다. 그런데 왜 행복하지 않을까? 내가 원하던 꿈은 이게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내 가슴속에 처음으로 피어오르던 간절한 열망은 무엇이었을까?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예전보다 더 멀어져버린 듯한 꿈... 그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세상은 나에게 분노로 가득차 있었다. 미혼모였던 엄마는 나를 고아원에 버리고 떠나갔다. 그때 나는 여섯살에 불과했지만, 아무리 울면서 애타게 불러도 끝내 뒤돌아보지 않던 엄마의 뒷모습을 똑똑히 기억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아..
조금씩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까맣게 잊고 살아온 세월이 언제부터였을까? 내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었던 그녀를 만나던 순간부터, 내 삶은 온통 그녀에 대한 기억만으로 채워졌다. 오직 그녀만이 나의 꿈이었기에, 그 이전에 꾸던 꿈은 까맣게 잊은 채 나는 아주 깊고도 오랜 잠에 빠져들었던 거다. 그런데 이제 그보다 훨씬 더 먼 기억의 저편으로부터 누군가가 현실 속으로 저벅저벅 걸어나와 나를 흔들어 깨운다. 정하명... 그 녀석의 하얀 얼굴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23년 전, 나는 아직 14살의 소년이었고, 공부는 잘 못했지만 씩씩한 장난꾸러기였고, 평생 노래를 부르며 살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리고 같은 반이었던 정하명은 조용한 우등생이었다. 존재감이 희박할 정도로 말이 없었으나, 아무도 ..
엄마는 왜 그랬을까?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도 우리 엄마에겐 통하지 않았다. 내가 뱃속에 있을 때 엄마가 꾸었다던 장수풍뎅이 꿈이 그렇게 싫었던 것일까? 언제나 깡통주식, 불량품이라며 나를 무시하는 엄마의 말을 듣고 자란 나는, 내가 그런 아이인 줄만 알았다. 나는 다른 아이들처럼 예쁘지도 않았고, 공부며 노래며 춤이며 하나도 잘 하는 것이 없었다. 아니, 그런 줄만 알았다. 나는 엄마에게서 받지 못한 위로를 친구에게서 찾았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깨를 움츠리고 다니는 나와 좀처럼 친구가 되어 주지 않았다. 그러다가 혜미를 만났다. 혜미는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다 가진 아이였다. 긴 생머리에 예쁜 얼굴, 좋은 집에 살며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 공주님, 게다가 그 애는 천상의 목소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