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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기본 설정과 출연 배우들의 이름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하던 '신의 선물 14일' 첫방송이 드디어 전파를 탔다. 그런데 역시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1회는 전체적으로 매우 산만하여 집중하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의외로 템포가 느려서 지루하기까지 했다. 어차피 모든 시청자들은 어린 샛별이(김유빈)가 유괴 살해될 것임을 미리 알고 보는 중인데, 바로 그 시점에서부터 드라마의 본격적인 스토리가 시작되는 것인데, 이제나 저제나 기다려도 사건은 일어나지 않고 수많은 등장인물이 혼잡하게 쏟아져 나오며 한 시간 내내 기초 공사에만 분주했다. 이를테면 가수의 노래를 듣고 싶어서 콘서트 구경을 갔는데 객석에 앉아 무려 한 시간 동안 지켜본 것은 수십여 명의 스태프들이 들락거리며 앰프를 설치하고 무대장치를 하는 모습이었을..
제대로 맘 먹고 나온 것이 확실하다. 어쩐지 확 달라 보이는 외모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이마에 길게 흘러내렸던 앞머리를 짧게 쳐올리니 순정만화틱한 미소년의 얼굴은 70% 가량이나 사라져 버렸다. 훨씬 투박하고 남성적인 이미지로 변한 얼굴에 결연한 눈빛과 리얼한 흉터 분장을 더하니, 얼마 전까지 '일말의 순정'에서 보았던 샤방한 꽃소년 준영이가 바로 이 녀석이라고는 보고도 믿을 수 없을 지경이다. 게다가 중견 배우도 쉽지 않을 감정 연기를 제법 그럴싸하게, 능청맞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지게 표현해낸다. 이원근... 이제 그 이름이 내 머릿속에 새겨졌다. 앞으로는 작품 자체에 관심이 없더라도 그가 출연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최소한 1~2회 정도는 시청하게 될 것 같다. 콩나물이 크는 것처럼 쑥쑥 성장해 가..
겨우 2회가 방송되었을 뿐인데 '열애'의 속도감이 대단하다. 양태신(주현) 회장의 죽음이 멀지 않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빨리 닥쳐올 줄은 몰랐다. 강문도(전광렬)가 악인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매서운 발톱을 꽁꽁 숨긴 채 인내하며 지내 온 시간이 얼마인데 이토록 쉽게 속내를 드러낼 줄은 몰랐다. 장인이 비록 악성 뇌종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아직은 시퍼런 눈빛으로 살아 있는데, 그 앞에서 두려움 없이 본색을 드러내는 강문도의 모습은 핏빛처럼 섬뜩했다. 그 태도는 살인을 결심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장인의 말 한 마디면 이제껏 쌓아 온 공든탑이 단숨에 무너지고 모든 판도가 뒤집힐 거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 그런다는 건, 그 순간 이후 한 마디 말도 할 수 없도록 장인의 목숨을 ..
처음부터 대놓고 '치정극'을 표방한 드라마라기에는 사건 사고가 부족한게 아닌가 싶더니,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남자가 사랑할 때'는 본격적인 '치정멜로'의 극치를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치정'이라는 단어에서 필히 연상되는 것은 비뚤어진 사랑의 무서운 집착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어지러운 (또는 끔찍한) 사건들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므로 무릇 치정을 다룬 드라마에서는 보통의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들이 사랑을 빌미삼아 일어나야 하고, 그로 인해 등장인물들이 파멸해 가는 과정 또한 필수 코스라 하겠습니다. 폭력조직의 2인자 한태상(송승헌)이 가난한 소녀 서미도(신세경)를 사랑하기 시작하면서 모든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한태상은 조직원들을 이끌고 ..
'추적자 THE CHASER'는 상당히 남성적이고 굵은 터치의 드라마이며 핵심 배역도 모두 남자들입니다. 처음에는 백홍석(손현주)과 강동윤(김상중)이라는 양대 기둥이 이끌어가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한오그룹의 노회한 구렁이 서회장(박근형)의 존재가 히든카드였군요. 게다가 평범하고 정이 많으면서도 적당히 속물적인 중년 서민의 전형같은 황반장(강신일)과 거칠지만 정의로운 젊은 지성을 상징하는 최정우(류승수) 검사 등, 탄탄한 연기력의 조연들은 잘 짜여진 대본에 힘을 더해주며 시청자의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립니다. 그런데 이 남성적인 드라마 속에서도 여성 캐릭터들의 빛이 죽지 않는다는 사실은 매우 놀랍습니다. 무릇 남성 위주의 드라마에서 여성들이란 그저 예쁘기만 한 민폐덩어리거나 존재감 없는 쩌리 신세에..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졌다는 속담이 이렇게나 절묘하게 들어맞는 상황이 있을까요? 한오그룹 총수 서회장(박근형)과 그의 사위로서 차기 대권을 노리는 강동윤(김상중)의 대결구도에 정말 우연찮게 소시민 백홍석(손현주)이 휘말려들면서 그의 가정은 완전히 파탄나고 말았습니다. 두 사람의 목숨이 억울하게 스러져갔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당한 놈만 억울하고 약한 놈만 서러운 격이라, 절대 다수의 소시민에 속하는 시청자들은 모두 백홍석에게 감정을 이입하며 그와 함께 울고 웃습니다. 그가 우발적 살인과 계획적 납치 등의 범죄를 저질러도 시청자는 언제나 백홍석의 편이 되어 그를 응원하고 있지요. 성경 속에서는 다윗이 골리앗에게 승리했지만 이 시대의 현실 속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음을 알기에, 죽은 아..
'추적자' 5회의 내용은 굵직하게 '혜라의 활약' 과 '창민의 배신' 으로 요약될 수 있겠군요. 강동윤(김상중)이 그토록 막아보려 했지만, PK준(이용우)이 촬영한 동영상은 결국 서회장(박근형)의 아들인 서영욱(전노민)의 손에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백수정(이혜인)의 죽음의 진실에 대해 영원히 함구할 것을 명하는 강동윤의 모습과 음성이 생생히 담긴 그 동영상이 공개될 경우, 강동윤은 모든 것을 잃고 파멸할 수밖에 없습니다. 꿈에 그리던 대선 출마와 대통령 당선은 커녕, 살인교사죄가 발각되어 옥살이를 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수년 전에 강동윤에게 된통 당했던 서영욱은 이번 기회에 그를 짓밟아 버리기로 작정하고, 그 동영상을 강동윤의 정적(政敵)인 유태진(송재호) 의원에게 전달하려 합니다. 위기 일발의 ..
월아(홍아름)는 결국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최양백(박상민)을 향한 짝사랑으로 눈이 뒤집힌 춘심(김하은)은 월아를 유인하여 저잣거리로 데려가고, 거기서 기다리던 왈패들은 월아를 납치해서 그녀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던 만종(김혁)에게 바쳤지요. 사랑하는 김준(김주혁)과의 혼인을 앞두고 단꿈에 젖어있던 월아는 그렇게 만종에 의해 순결을 잃고 말았군요. 만종은 이제 그녀가 어쩔 수 없이 자기한테 시집올 것이라며 의기양양했으나, 모두의 예상과 달리 월아는 비상을 마시고 김준의 품에 안겨 짧은 생을 마쳤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을 대하는 최우(정보석)의 태도는 약간 의외였습니다. 집안에 거둔지 얼마 되지도 않는 여자 노예 한 명이 죽었을 뿐인데 마치 자기 딸이 죽은 것처럼 노발대발하며, 관련된 자들을 모두 잡아..
주말 밤이면 MBC와 SBS에서는 1시간짜리 연속극을 연달아 2편씩이나 방송하고 있습니다. 그토록 물량이 많으면 양질의 작품들도 적잖이 나올 법 하건만, 어찌된 셈인지 거의 다 막장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거나 지독히 식상한 소재들만 우려먹고 있는 상황이라 좀처럼 끌리는 작품이 없더군요. 특히 최근 종방한 MBC 연속극 두 편, '애정만만세'와 '천번의 입맞춤'은 어쩌면 그렇게도 속속들이 진한 막장의 향기를 풍기는지 감탄스러울 지경이었습니다. 특히 역겨울 만큼 얽히고 설킨 가족관계의 함정은 왜 그리도 자주 사용하는지 모르겠더군요. 어쨌든 두 편의 막장드라마가 비슷한 시기에 끝나고, 새로운 드라마가 또 연달아 2편이나 시작되었습니다. '신들의 만찬'은 초반의 여러가지 설정을 보니 2010년 여름 '제빵왕 김..
제가 많이 좋아하는 배우 엄태웅이 '1박2일'에 합류하게 되어서 매우 기쁩니다. 그래서 모처럼 이 기회에 배우 엄태웅의 존재를 세상에 널리 알린 드라마, 저를 엄태웅의 팬으로 만들었던 드라마, 그리고 엄태웅에게 처음으로 '엄포스'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던 드라마, '부활'을 추억하며 포스팅을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현재 입원중이며 수술 후 회복중이(겠)지만, 이 글은 미리 써 두고 예약 발행된 것입니다..^^ 엄태웅은 그 자체로 매력적인 배우이고 맡는 역할마다 수준급의 연기를 보여 주었지만, 솔직히 2005년 여름에 방송되었던 '부활' 이외의 작품에서는 그때만큼의 매력을 발산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일례로 '선덕여왕'에서도 답답하도록 우직하기만 했던 김유신의 캐릭터는 엄태웅의 이미지에 큰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