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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1976년, 서러운 비가 내리던 봄의 어느 날... 오늘 내가 버린 것은 춘희가 아니다. 인간으로서 타고난 본래의 욕망이다. 나는 그녀를 버리면서 나의 모든 욕망도 함께 버렸다. 우리는 단지 사랑했을 뿐인데, 우리가 사랑한다는 이유로 모든 사람이 우리를 미워했다. 나는 춘희에게 도망치자고 말했다. 그녀는 두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새벽, 첫 기차를 타고 떠나기로 우리는 약속했다. 지금쯤 그녀는 기차역에서 무거운 짐을 손에 든 채 하염없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첫 기차를 놓치고, 두번째 기차도 놓치고, 그렇게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나는 비겁한 사내다. 앞으로 다가올 고난들이 두려워 진정한 사랑을 버린 나는, 변명조차 할 수 없는 비겁한 사내다. 춘희에게로 달려가는 대신, 따뜻한 영숙이의..
세월의 저편에서 문득 꿈처럼 다가와, 당신이 나에게 묻습니다. 차강진, 당신을 모르느냐고 묻습니다. 차라리 모른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차라리 몰랐으면 좋겠습니다. 이 펜던트가 내 목에 걸려있는 동안, 어떻게 잠시라도 잊을 수 있었을까요? 당신의 것이지만, 내 오빠의 마지막 선물이라... 당신에게 차마 건네주지 못하고 이 마음을 숨기듯 그저 숨기고만 있었습니다. 당신의 잘못은 아니었습니다. 나의 잘못이었지요. 당신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펜던트를 잃어버리게 한 것도 나였고 그것을 대신 찾아주겠다고 차가운 강물 속으로 걸어들어가던 오빠를 멀뚱히 바라보던 것도 나였으니까요. 나의 잘못이기에, 더 많이 아팠습니다. 너무 아파서 한시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미 당신의 존재는 오빠의 죽음과 쌍둥이처럼 붙어다니게 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