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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최웅(최우식), 그의 느낌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나는 '새털구름 같은 남자'라 부르고 싶다. 한없이 가볍고 포근하면서도 가장 높은 곳에서 눈부신 빛을 발산하는 그런 사람... 말하자면 이건 그냥 '사기캐'다. 매우 비현실적인 존재라는 뜻이다. 꿈도 욕심도 없다고 스스로 말해 온 사람, 낮에는 햇빛 아래 누워 있고 밤에는 등불 아래 누워 있는 것이 제일 좋다고, 평생 그렇게 사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하던 한심한(?) 소년... 하지만 그는 타고난 재능으로 불과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세계적인 스타 화가가 되어 있다. 그런 최웅에 비해 국연수(김다미)의 느낌은 상당히 무겁고 어둡다. 또 그만큼 현실적이기도 하다. 부모 없이 할머니와 단둘이 살며, 그러잖아도 빠듯한 생활에 얼굴도 본 적 없는 삼촌의 빚까지..
참 오랜만에 극장에 가서 영화를 봤다. '부산행'... 한국형 좀비 영화라고 해서 내 취향은 아니겠다 싶었지만, 그래도 모처럼 외출이나 해보자 싶어서 개봉일에 맞춰서 갔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보다는 재미있게 볼만했다. 스토리는 평범하지만 기차 안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숨 막히는 사투와 탈출의 과정 등이 제법 긴박감 넘치게 그려졌고, 새롭지는 않아도 절실한 주제의식이 한층 뚜렷이 드러났다. 냉정한 워커홀릭 펀드매니저 석우(공유)는 아내와 별거 중이며 유치원생인 딸 수안(김수안)과 홀어머니(이주실)과 함께 살고 있다. 그런데 수안이가 자기 생일 선물로 부산에 있는 엄마를 꼭 만나게 해달라며 조르기 시작한다. 아빠가 바쁘면 자기 혼자서라도 기차를 타고 갈 수 있으니 허락만 해달라는 딸의 애원에 미안해..
추석 특집으로 기획된 2부작 드라마 '나의 판타스틱한 장례식'은 특이하게도 아침 8시 20분에 편성되었다. 아침 시간과는 썩 어울리지 않는 진지하고 무거운 느낌의 멜로였는데 아침에 편성된 것을 보면, 방송사에서는 이 작품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 않았던 것도 같다. 그러나 방송 후 시청자의 반응은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생각지도 않은 눈물바람을 일으키며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자아냈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과연 이 드라마의 어떤 점이 시청자를 사로잡았던 것일까? 죽음을 소재로 만들어졌기에 기본적 무게감은 피할 수 없었지만 '나의 판타스틱한 장례식'은 최대한 가볍고 따스한 터치로 죽음의 무게를 한층 덜어내는 데 성공했다. 스물 일곱, 인생의 봄날 한가운데서 뇌종양으로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장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