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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호국의 달 6월을 맞이하여, 특별히 오늘 6월 6일 현충일을 시작으로 몇 편의 영화 리뷰를 계획하고 있는데 그 중 첫번째 작품은 2010년 개봉작인 '포화 속으로'가 선택되었다. 전쟁의 모든 것이 비극이지만 그 중에도 어린 학도병들의 희생은 더욱 깊은 슬픔과 먹먹함으로 다가온다. 대부분 채 스무살이 못 되었던 그 청춘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 죽어갔던 것일까? 외국과의 전쟁이었다면 국권을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하겠지만 6.25 한국전쟁은 좀 다르다. 물론 외세의 개입이 있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이념에서 비롯된 동족 상잔의 전쟁이었던 것이다. 어쩌면 그 출발부터가 참으로 부당한 비극이었다. 당최 이념이 무엇이기에 한 민족, 한 나라의 국민들이 서로 피를 흘려야 했다는 말인가? 그러나 인생 경험이 많아질수록 한..
연말이 되면 지상파의 모든 방송사들은 저마다 시상식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연기대상, 연예대상, 가요대상까지를 3개 방송사가 번갈아 치르다 보면 원래 방송되던 정규 프로그램들은 결방이 당연시되곤 한다. 그러니 평소 시상식에 별 관심이 없는 나 같은 시청자로서는 약간이나마 불만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시상식이라는 것 자체가 별로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에, 한껏 모양내고 나온 연예인들이 줄줄이 호명되어 앞으로 나가 상을 받고 천편일률적인 수상소감을 저마다 길게도 말하는 모습들을 2~3시간 가량이나 멀뚱히 지켜보노라면 참으로 지루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는 TV를 켰을 때 시상식을 하고 있으면 DVD 채널로 바꿔서 영화를 시청하거나 아예 다른 활동을 하곤 했다. 시상식 결과는..
거센 눈보라가 몰아치던 지난 겨울에도 만재도의 세끼집은 따뜻했다. 참바다 유해진의 아궁이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길과, 차줌마 차승원의 손끝에서 기적처럼 만들어지던 맛깔스런 음식들은 모진 추위에 웅크렸던 마음들을 편히 쉴 수 있게 해 주었던 것이다. '삼시세끼 어촌편'이 다시 시작된다는 소식에 수많은 사람들이 환호성을 올렸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계절은 겨울이 아니지만 당최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퍽퍽한 세상살이에 여전히 마음들은 잔뜩 웅크린 채 떨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여름이다. 화사한 에메랄드빛으로 일렁이는 만재도의 바다에는 형형색색의 물고기가 한가득 헤엄친다. 오랜만에 다시 만나서 반가웠던지 차승원과 유해진이 도착하던 날은 격한 환영 인사처럼 비바람이 몰아쳤지만, 다음 날부터는 언제..
'삼시세끼' 어촌편의 85% 가량은 '차줌마' 차승원의 현란한 요리솜씨 구경하기로 이루어진다. 차승원은 사람이 이렇게나 완벽해도 괜찮은 걸까? 범상찮은 가족사를 통해 밝혀진 인품부터가 성자처럼 훌륭한데다가, 배우로서는 로맨틱코미디며 액션스릴러며 사극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를 두루 섭렵하며 소름돋는 연기력을 보여준다. 게다가 키 크고 잘생긴 외모까지 덤으로 갖추었는데, 알고 보니 전천후 요리 실력까지 겸비했다. 평범한 반찬과 간식거리에서부터 잔칫상 수준의 고급 요리까지 온갖 종류의 음식을 못 하는 게 없다. 그 비좁고 열악한 재래식 부엌에서 펼쳐지는 차셰프의 요리 쇼는 볼수록 놀라워 감탄만 나올 뿐이다. '삼시세끼' 어촌편 3회에서만 차승원은 홍합짬뽕, 고추잡채, 꽃빵 튀김, 콩자반, 김, 깍두기, 계란..
'꽃보다' 시리즈에 이어 방송중인 나영석 PD의 예능 '삼시세끼' 열풍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꽃보다' 시리즈의 경우는 낯선 외국을 여행하는 내용이라 자체적으로 볼거리와 이야깃거리가 풍성했던 반면, 고정된 한 장소에서 세 끼 밥을 차려먹는 과정으로 구성되는 '삼시세끼'는 그 단조로움 때문에 쉽게 지루해질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어떤 마법이 작용했는지 '삼시세끼'의 시청률은 '꽃보다' 시리즈를 넘어 공중파의 아성까지 넘보고 있는 중이다. 개인적으로는 '삼시세끼'가 무난히 볼만한 예능이라고 생각될 뿐 꿀재미는 느끼지 못하는 터라 이토록 뜨거운 열풍이 좀 의아하지만, 대략 현대인의 내면에 잠재된 일종의 향수를 일깨웠기 때문이라고 짐작한다. 하긴 바쁘고 삭막한 생활 속에서 매끼를 인스턴트 음식으로 때워가는 ..
시청률은 높지 않아도 보는 사람들은 호평 일색(?)인 드라마가 '내 생애 봄날'이다. 최소한 이 드라마를 다룬 기사에 달린 댓글들의 분위기는 호평을 넘어 찬양 일색이다. 달콤하다는 둥, 설렌다는 둥, 감우성이 너무 좋다는 둥, 수목드라마 중에 볼 것 없다는 소리들만 하지 말고 자신있게 추천하니까 이걸 한 번 보기만 하라는 둥... 그런데 나는 솔직히 8회까지 보았지만 전혀 공감할 수가 없다. '아이언맨',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내 생애 봄날'(이하 '내봄날') 지상파 3사의 수목드라마를 모두 2회까지 시청한 후 나머지 2개는 곧바로 접었고, 그나마 제일 낫다 싶어 선택한 것이 '내봄날'이었다. 썩 맘에 들진 않지만 보다 보면 나름의 재미를 찾을 수 있겠지 기대했었다. 하지만 결국은 8회까지 ..
자식이 못난 짓(나쁜 짓)을 저질렀을 때, 혹은 어린(젊은) 자식이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 등 많은 경우에 사람들은 '부모가 죄인'이라는 말을 떠올리곤 한다. 부모는 자식을 잘 가르쳐 올바른 길로 나아가게 해야 하고, 자식이 어릴 때는 그 건강이나 안전 또한 부모의 책임이 크기 때문에 논리적으로도 틀린 말이라 할 수는 없지만, 그보다는 다분히 감정적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아무리 부모 자식간이라도 어차피 사람의 인생은 제각각의 운명과 노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인데 어찌 무작정 부모의 죄라 할 수 있겠는가? 다만 자식을 지키지 못한 부모의 안타깝고 애끓는 마음이 '죄인'이라는 단어로 표현되었을 것이다. 배우 차승원의 아들 차노아가 지난 해 중대한 범죄 사건에 연루되어 고소당했을 때, 차승원의 반듯한 이미지를..
은대구(이승기)는 15살 때 엄마를 잃었다. 아빠 없이, 미혼모였던 엄마와 단둘이 살았지만 그 때까지는 행복했었다. 그런데 엄마는 우연히 살인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가 되었고, 열정 넘치는 젊은 경찰 서판석(차승원)으로부터 강요에 가까운 증언 요청을 받는다. 자신과 아들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거부하던 엄마는 결국 증언에 응했고, 그 결과로 보복 살인을 당했던 것이다. 고아가 된 은대구는 경찰이 되기로 결심한다. 경찰이 되어 엄마를 죽인 범인도 잡고, 혹시 범인과 한패였을지 모르는 서판석의 정체도 밝히고 싶었기 때문이다. 11년 후 경찰이 된 은대구는 서판석이 이끄는 강력팀에 배정되고, 두 사람의 범상찮은 운명은 다시 얽히기 시작한다. 7회까지 드러난 서판석의 인품으로 볼 때, 살인범의 동료였을 가..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확실히 김은숙 작가와 저는 코드가 잘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특히 같은 여성이면서도 '매력적인 남자'를 보는 기준이 너무도 현격히 다른 것을, 저는 매번 그녀의 작품을 접할 때마다 느끼게 되는군요.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가 시청률 면에서 거의 대박을 쳤고, 남주인공은 선풍적 인기를 끄는 경우가 많았던 사실이라든가, '신사의 품격' 6회에서 장동건이 부쩍 멋있어졌다는, 저로서는 결코 동의할 수 없는 의견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는 현상을 보면, 제가 유난히 특이한 사람일 수도 있겠죠. 그런데 언제 어디에서든 '앞으로 나서서 외치는 자' 보다는 '침묵하는 자'가 절대 다수임을 생각해 본다면, 진짜 현실이 어떤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이를테면 현빈의 반짝이 츄리닝에 ..
원작이 있는 드라마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허영만 화백의 만화 '각시탈'은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원작에 나타난 주인공의 초반 캐릭터가 그렇다면 어느 정도는 감안하고 봐야겠지요. 하지만 드라마는 그 장르의 특성상 책(만화 포함)과는 확실한 차별화를 둘 필요가 있습니다. 더구나 어느 시간보다도 경쟁이 치열한 현재 수목드라마의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책은 언제든 읽고 싶을 때에 집어들어 읽으면 되는 것이지만, 드라마는 마음에 닿지 않는다 싶으면 곧바로 채널을 돌려버릴 수가 있으니까요. 그런 일이 몇 차례 반복되면 본방사수하지 못한 드라마는 내용을 알 수가 없게 되고, 다음 번 수요일에는 자연스레 앞부분의 내용을 알고 있는 다른 드라마 쪽으로 채널을 맞추게 되지요. 그러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