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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나의 개인적 해석으로 '죽여주는 여자'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첫째는 주인공 소영(윤여정)의 버림받은 인생이고, 둘째는 노년의 삶에 대부분 찾아오는 출구 없는 슬픔이다. 양공주 출신의 박카스 할머니 소영은 처음부터 버려진 인생이었고, 끝까지 남에게 이용만 당하다 스러져간 인생이었다. 아무도 어린 소영을 보살펴주지 않았기에, 그녀는 자신이 갖고 있는 유일한 것을 팔아서 연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혼혈아를 낳게 되었지만, 혼자 먹고 살기도 힘든 마당에 도저히 키울 수 없어서 입양을 보내게 되었다. 그 후로 수십 년 동안 버린 아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살아온 소영... 그 와중에도 매일 낯선 남자들의 육체를 어루만지며 이어가야 했던 모진 목숨... 하지만 가장 놀라운 것은 이 착한 여자 소영의 ..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 김상철(정진영) 교수는 어진 의사입니다. 그는 치료의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환자일지라도 실낱같은 가능성만 존재한다면 기꺼이 환자와 함께 싸워주려 하는 의사입니다. 자칫하다가는 성공 가도를 달려온 자신의 의사로서의 명성에 치명적 누를 끼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그는 자신의 입장보다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의사입니다. 너무 비현실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해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50대의 나이에도 미혼인 그는 거의 병원에서 생활하지만, 아주 가끔씩은 자전거를 타고 혼자 사는 작고 허름한 집으로 돌아갑니다. 들어서는 즉시 대여섯 개의 화분에 차례차례 물을 주고, 우편함에 밀려 있던 편지들을 읽습니다. 거의 대부분이 그의 손에 목숨을 건지고 새 삶을 살고 있는 환자들의 정이 담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