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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욱씨남정기' 후속 드라마 '마녀보감', 동시간대에 함께 출발한 '디어 마이 프렌즈' 쪽으로 일찌감치 마음을 굳힌 터라 큰 관심은 없었지만, 방송 후 내 블로그에 '흑주술'이라는 키워드로 유입량이 급증했기에 검색하다가 이유를 알게 되었다. 해당 포스팅은 드라마 '해를 품은 달'과 관련하여 4년 전에 썼던 것인데, '마녀보감' 1회에 흑주술이라는 소재가 다뤄짐으로써 대중의 관심이 다시 집중되었던 모양이다. 갑자기 궁금해져서 시청해 보았는데, 무녀 홍주 역을 맡은 염정아의 열연과 더불어 흑주술 부분은 제법 임팩트 있게 표현된 것 같지만 차후의 내용 전개에는 크게 끌리지 않는 터라 계속 시청할지 어떨지는 잘 모르겠다. 시대 배경은 조선 명종 때이다. 실록에 따르면 명종의 유일한 아들이었던 순회세자가 13세라는..
김수현 작가의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이하 '세결여')가 벌써 16회까지 방송되었음에도 시청률은 경쟁작 '황금무지개'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황금무지개'가 일주일 먼저 시작하긴 했지만 그래도 역전은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었는데, 김수현의 이름값도 이제는 그 효력이 떨어진 걸까? 등장인물 각각의 뚜렷한 개성과 치열한 심리 묘사도 여전하고, 칠순을 넘긴 나이를 믿을 수 없을 만큼 통통 튀는 대사의 재미도 살아있건만, '세결여'가 김수현의 전작들 만큼 대중을 사로잡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주인공 오은수(이지아)의 캐릭터가 시청자와의 공감대 형성에 실패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김수현 드라마의 시청층은 연령대가 높은 편이라, 중년 이상 시청자들의 몰입이 이루어질 때 사회적 반향이..
모든 일이 기적처럼 잘 풀려가던 참이었습니다. 끝내 꺾이지 않을 것 같던 이서영(이보영)의 자존심도 끝내 아버지 이삼재(천호진)의 사랑 앞에서는 허물어지고 말았네요. 최근 아버지의 변화된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자기를 위해 얼마나 많은 배려를 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면서, 이서영의 차가운 마음은 조금씩 녹아들고 있었죠. 그러다가 3년 전 자기의 결혼식에 아버지가 하객 대행 아르바이트를 하러 왔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면서 이서영은 결국 무너져 내립니다. 아버지에게 해도 너무한 잘못을 저질렀다는 죄책감, 그런데도 내색하지 않고 참고 견디며 묵묵히 행복을 빌어주었던 아버지의 사랑, 그리고 예전 아버지의 잘못된 행동들도 사실은 자식들을 위하는 마음 때문에 무리한 것이었다는 깨달음 등, 이서영은 뒤..
드라마 '내 딸 서영이'에는 정말 깜찍하게 주변 사람들을 속여 온 두 명의 여성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하나는 아버지와 남동생이 있는데도 없는 것처럼 고아라고 거짓말한 채 강우재(이상윤)와 결혼해 3년 동안이나 속이며 살아 온 여주인공 이서영(이보영)이고, 또 하나는 상사 강기범(최정우)의 아들 강성재(이정신)를 낳아 업둥이로 위장해 몰래 생부의 집에 들여보낸 후 20여 년 동안이나 자기 정체를 숨긴 채 그 주변을 맴돌며 살아 온 여비서 윤소미(조은숙)입니다. 두 여자 모두 평범한 사람으로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을 저질렀지만, 굳이 비교한다면 윤소미가 이서영보다 훨씬 더 뻔뻔하지요. 진심으로 뉘우치거나 사죄하는 태도는 눈꼽만치도 없이 그저 건성으로 "죄송합니다" 맘에도 없는 사과의 말 한마디만 던진 채,..
예상대로 서윤재(공유)와 강경준(신원호)은 친형제였습니다. 이복형제가 아니라 정확히 같은 부모의 피를 받아 태어난 완벽한 친형제였죠. 이 사실은 윤재를 짝사랑하는 동료 여의사 이세영(장희진)의 호기심을 계기로 밝혀지게 됩니다. 서윤재의 어머니 안혜정(김서라)의 통화 내용을 엿듣고 강경준과의 관계를 의심하게 된 이세영은 두 사람의 유전자 검사를 의뢰하는데, 놀랍게도 강경준이 안혜정의 친자라는 결과가 나왔던 겁니다. 이세영의 질문을 받은 안혜정은 선선히 지난 일을 털어놓습니다. "윤재가 열 두 살 때 큰 병을 앓았어요. 윤재를 살리기 위해서 윤재의 동생이 필요했죠. 하지만 나는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몸이었어요. 그래서 남편과 사랑하는 여자가 아이를 낳아 줬어요. 그 아이가 경준이예요. 경준이는 우리 윤재를 ..
홍자매의 작품치고 이렇게 몰입도가 떨어지는 드라마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이제까지의 다른 작품들은 비록 시청률이 최고는 아니었더라도 매번 열광적인 매니아층이 형성되면서 화제몰이를 했고, 주요 캐릭터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 비교적 높은 편이었죠. 그런데 이번에는 어찌된 셈인지 드라마가 중반에 이르도록 매니아층이 형성될 기미도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차가운 무관심 속에 한자릿수 시청률의 굴욕을 맛보고 있습니다. 가끔씩 뜨는 관련기사조차도 요즘 어딜가나 핫이슈인 '수지'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고, 주인공인 공유나 이민정에 관한 내용은 찾아보기도 어렵네요. 경쟁작인 '추적자'와 '빛과 그림자'가 워낙 탄탄한 시청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도 한 가지 이유는 되겠지만, 작품 내부에 문제가 없다면 결코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