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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뜨거운 씽어즈'는 평균 연령 57세의 중견, 노년 배우 15명으로 이루어진 합창단이다. 그 동안 다수의 참신한 음악 예능을 만들어 온 JTBC에서 새로 시작된 프로그램인데, 개인적으로는 그 중에서도 가장 역대급이라고 생각하는 바이다. 평생 연기만 해 왔던 배우들이, 연기가 아닌 오직 노래만을 하기 위해서 모였다는 사실 자체가 신선하거니와, 출연하는 배우들이 정말 그 이름만으로도 귀가 번쩍 뜨일 만큼 쟁쟁한 분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두 명의 원로 여배우, 86세의 김영옥과 82세의 나문희는 그 자리에 함께 하는 존재만으로도 가슴이 든든하고 따스해진다. 일단 15명의 출연진을 소개해 본다. 제작진은 한 사람마다 재치있는 별명을 붙여서 첫 만남의 어색함을 재미있게 풀어가 보려 시도한 듯하다. 김영옥(아들딸이..
영화 '쎄시봉'이 개봉도 하기 전부터 네티즌 평점테러에 시달리며 난항을 겪었던 이유는 여주인공 민자영의 젊은 시절을 맡은 여배우 한효주의 남동생 때문이었다. 부대 내 가혹 행위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공군 김일병' 사건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다루어질 만큼 커다란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는데, 한효주의 남동생이 그 사건의 가해자 중 한 사람으로 지목되었던 것이다. 분노한 네티즌들은 급기야 가해자로 지목된 본인뿐만 아니라 그 가족에게까지 책임을 묻기 시작했다. 누나인 한효주가 유명인으로서 대신 사과하는 태도라도 보여야 하는데 모르쇠로 일관한다는 것이 분노의 이유였다.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사과도 받지 못하고 제대로 보상을 받지도 못한 채 잊혀져가는 한 젊은이의 억울한 죽음이 안타까워 한효주라도..
식상한 소재를 다루었으되 그 방식의 신선함으로 많은 기대감을 안겨 주며 시작했던 드라마 '구미호 여우누이뎐'이 적잖은 아쉬움을 남기고 종영했습니다. 중간까지의 전개를 보았을 때는 그 밑바탕에 깔려 있는 내용이 엄청나게 복잡하고 탄탄한 플롯을 지니고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힘이 빠지며 인과관계가 불확실해졌습니다. 윤두수 집안의 과거에 얽힌 수많은 비밀들은 결국 풀리지 않았고, 그토록 관심을 모으던 만신의 정체도 알고보니 단순하고 황당할 뿐, 복잡하고 흥미로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특별히 윤두수에게 원한이 있었던 사람이 아니라, 그저 어떤 개인적 사정으로 죽지 못하는 몸이 되어 수백년간이나 사람의 간을 먹으며 살아 온 요괴(?)에 불과했군요. 천우의 어머니라던 기생 매향이 어떤 존재였는지, 왜..
홍자매와 이승기의 이름 때문이었을까요? 처음부터 너무 큰 기대를 갖고 시청했던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였습니다. 솔직히 2회까지는 실망을 금할 수 없었는데, 아무런 기대 없이 시청했던 3회에서는 의외로 감동을 느끼며 눈시울까지 젖어 오더군요. 역시 무엇에든 너무 큰 기대를 걸면 안된다는 것을 절실히 체험했습니다. 1회부터 2회까지 구미호 신민아가 했던 대사 중에 압도적으로 많았던 말은 "나는 구미호니까!" 였습니다. 늘 함께 다니면서도 차대웅(이승기)이 좀처럼 자기의 존재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니까 명백히 깨우쳐 주기 위해서 그런 것이기는 하지만, 재주 하나를 드러낼 때마다 과시하듯이 "나는 구미호니까!" 라고 되풀이하는 구미호는 참 매력없게 느껴졌어요. 이 드라마에서 표현하는 구미호가 원래..
'구미호 여우누이뎐' 10회에서는 구미호(한은정)의 복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과는 퍽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는군요. 이것은 공포 드라마가 아니라 일종의 심리 드라마, 또는 추리 드라마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저는 원래 공포물보다 추리물을 훨씬 더 무서워하는 독특한 경향이 있거든요. '전설의 고향'의 귀신 따위는 전혀 무섭지 않고, '스크림' 류의 영화에 나오는 연쇄 살인마도 끔찍하기는 하지만 크게 무섭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데, '아가사 크리스티 극장' 류의 추리물은 너무나 무서웠어요. 평범한 일상 가운데에 뾰족한 칼날이 숨겨져 있는 느낌이랄까요? 서늘한 냉기는 끊임없이 느껴지는데, 그것이 대체 어디에 숨어 있는지를 알 수 없으니 차츰 소리없는 공포는 깊어져 갑니다..
구미호의 예쁜 딸 연이(김유정)가 결국은 죽고 말았습니다. 그 어린 것이 살아 보겠다고 그렇게 열심히 도망쳤건만 끝내는 사람들이 쳐 놓은 그물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사람들 중에도 아버지처럼 믿고 사랑하고 의지했던 윤두수(장현성)의 손으로 직접 살해당했으니 그 원통함을 어찌 형언할 수 있을까요? 더욱 어처구니 없는 것은, 자기 딸을 향해 "절대 사람을 믿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던 구미호(한은정)까지도 오직 윤두수에 대해서만은 부질없는 믿음을 품었다가, 가장 처참한 방법으로 배신당하고 말았으니 이보다 더한 비극은 없을 것입니다. '구미호 여우누이뎐' 9회는 8회에 이어서 그 전개의 속도가 확연히 느려지고 있었습니다. 8회는 줄곧 연이를 쫓아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점철되더니만, 9회는 연이의 죽음 이후 ..
'구미호 여우누이뎐'의 플롯이 생각보다 더욱 복잡하고 탄탄하게 짜여져 있음을 7회에서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윤두수의 딸 초옥과 구미호의 딸 연이, 두 소녀의 운명을 비극적으로 얽히게 하여, 괴질로 죽어가는 초옥을 살리기 위해서는 연이가 필연적으로 희생되어야 한다는 설정부터가 범상치 않았지요. 그래서 초옥을 살리려는 윤두수의 부정(父情)과 연이를 살리려는 구미호(구산댁)의 모정이 충돌했고, 아이들의 목숨이 걸려 있는 만큼 매순간의 전개는 숨막히도록 긴박했습니다. 그 와중에 원수가 될 수밖에 없는 남녀는 얄궂게도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었고, 안타깝게 엇갈리는 감정선이 갈수록 증폭되면서 감칠맛을 더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초반의 설정으로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전개되었다면, 앞으로는 윤두수 일가..
'구미호 여우누이뎐' 6회를 보면서 저는 줄곧 무언가를 떠올렸습니다. 한때 저에게 큰 충격과 공포를 안겨주었던 영화 '엑소시스트' 였습니다. 사실 '엑소시스트'는 단순한 공포영화가 아니라서, 저와 같이 크게 공감하고 충격받은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냐?" 면서 공감하지 못하기도 했던 영화입니다. 영화의 기본 줄거리는 아주 간단합니다. 한 소녀가 악령에 사로잡혔고, 그 악령을 내쫓으려던 두 명의 엑소시스트(퇴마사) 신부는 오히려 악령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는 것입니다. 다만 그 과정이 끔찍할 만큼 리얼하게 묘사되었었지요. 그 후 영화 제작에 참여했던 배우와 스탭들 중 다수가 사망하거나 마약 중독 등으로 인생의 파멸을 겪었고, 관객 중에서도 악령에 사로잡혀 범..
1회의 폭풍 전개 이후로 약간 템포가 느려지긴 했어도 그쯤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여전히 내용은 흥미진진했고 모든 상황의 전개는 긴박감이 넘쳤습니다. 그런데 어제 5회에서는 솔직히 '시간 끌기'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더군요. 나름대로 긴박하긴 했는데, 그 긴박감도 너무 오랫동안, 같은 양상으로 수차례 반복되니까 더 이상 즐길 수가 없었습니다. 말하자면 "그만 좀 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겁니다. 1차 추격전 양부인(김정난)의 사주를 받은 저잣거리 왈패들에게 연이(김유정)가 쫓기기 시작하면서 5회는 시작되었습니다. 긴박하게 쫓기던 연이는 결국 붙잡혀서 흰 천에 휩싸인 채 강물에 던져지지만, 질식하기 직전에 맹수(여우)의 본능을 드러내면서 날카로운 발톱(손톱?)으로 천을 찢고 강을 헤엄쳐 나옵..
'구미호 여우누이뎐' 2회는 숨가쁘게 달렸던 1회에 비해 약간 평이한 전개를 보였지만, 충분히 재미있었습니다. 연이와 초옥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정규 도령이 등장했군요. 고을 현감의 자제인 조정규는 수려한 외모로 뭇 여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데, 의외로 순진하고 허당스런 면이 있어서 무척 귀여웠습니다. 윤두수(장현성)의 금지옥엽인 초옥(서신애)의 끊임없는 연서는 귀찮아 하면서도, 반딧불이를 잡으러 나갔다가 마주친 천민 소녀 연이(김유정)의 자태에 한 눈에 반해버린 정규는, 그녀 앞에서 한껏 폼을 잡고 외나무 다리를 건너다가 발을 헛디디며 개울에 풍덩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야말로 모양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소녀 연이의 따뜻하고 순수한 반응은 정규 도령의 뻘쭘함을 단숨에 녹여 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