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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봄이 오나 봄'은 한국 드라마에서 이미 식상해져 버린 영혼(육신) 체인지를 다루고 있지만, 그 방식이 조금은 독특하다. 지금까지의 다른 드라마에서는 영혼(육신) 체인지가 이루어질 때, 언제나 영혼이 육신을 따라갔다. 육신은 원래 있던 자리에 그대로 있고 영혼이 그 육신에 들어오게 되는 식이다. 예를 들자면 '시크릿 가든'에서 폐소공포증을 앓고 있는 김주원(현빈)과 공포증 전혀 없는 길라임(하지원)의 몸이 바뀌었다. 그 상태에서 길라임은 (김주원의 몸으로) 아무렇지 않게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순간 정전이 되어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하필이면 그 때 다시 몸이 바뀌어 버린다. 엘리베이터에 갇혀 있는 김주원의 몸 안으로 폐소공포증 있는 김주원의 영혼이 컴백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기존의 공식이다. 몸이 있는 곳..
평소 눈길을 주지 않던 일일드라마를 보기 시작한 것은 이유리의 이름 때문이었다. MBC 연기대상의 영예까지 안겨 주었던 '왔다 장보리'의 대성공 후 1년 4개월만의 공중파 복귀였다. 그 동안 케이블에서 한 편의 드라마를 선보이긴 했으나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던 터라, 공중파 복귀를 앞두고 작품 선정에 무척이나 고심했을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선택의 결과가 일일극이라는 것이 처음에는 약간 의아했으나, 어쩌면 이유리에게는 가장 안정적인 선택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연민정'이라는 희대의 악녀 연기로 주목받았던 이유리에게는 갈등의 수치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능력이 있다. 드라마의 본질은 '갈등'이다. 갈등이 없는 드라마는 한 마디로 재미가 없다. 자극적인 막장드라마가 욕을 먹으면서도 높은 시청률을 기..
'아내의 유혹', '왔다 장보리'의 시청률 제조기 김순옥 작가가 '내 딸 금사월'로 돌아왔다. 김순옥 작가의 거침없는 스타일은 왠지 '막장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듯 보이니, 이쯤되면 명실상부한 '막장의 대모'라 칭해도 좋을 것이다. 확실한지는 모르겠으나 최근 임성한 작가가 '압구정 백야'를 마지막으로 절필 선언을 했다는 소식까지 들려오고 있는 터라, 막강 라이벌조차 사라진 막장의 너른 들판을 김순옥 작가가 다시 장악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개인적으로 '재미없는 착한 드라마'보다는 '재미있는 막장'을 선호하는 편이라, 나 역시 약간의 기대감을 품고 '내 딸 금사월'의 첫방송을 시청했다. 막장의 최고 미덕이라 할 수 있는 자극적 화면의 연출이 처음부터 작렬했다. 신득예(전인화)와 강만후(손창..
요즘 보기드문 대박 시청률 드라마 '왔다! 장보리'의 악녀 '연민정'을 훌륭히 연기해내며 데뷔 15년만에 각광받는 '스타'로 떠오른 여배우 이유리가 '힐링캠프'에 출연을 했다. 그 동안 무척이나 성실한 연기 활동으로 꾸준히 인지도를 높여 왔지만, 수많은 인기 드라마에 출연했어도 특별히 강렬한 인상은 남기지 못했던 그녀였다. 2004년 '부모님 전상서'를 시작으로 김수현 사단의 최연소(?) 멤버가 된 이유리는 그 후 '사랑과 야망'(2006), '엄마가 뿔났다'(2008) 등의 작품에 연이어 출연했는데, 당시 이유리에게 주어진 배역은 '착한 막내딸' 또는 '착한 며느리'였는데, 이유리에게 매우 잘 어울렸고 연기도 잘 해냈지만 이제 생각해 보면 주목받기는 어려운 캐릭터들이었다. 한없이 순하던 이유리의 연기가..
높은 시청률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며 종영한 드라마 '왔다 장보리'의 악녀 연민정(이유리)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이유리가 연기를 무척 잘 했기 때문에 높은 인기를 얻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유리가 어찌나 몰입감 있게 연기를 잘 했던지, 후반에는 못된 짓만 골라 하는 연민정이 오히려 칭찬(?)을 받고 선한 주인공 장보리(오연서)는 반대로 욕을 먹었다. 물론 그 이유 중에는 배우들의 연기뿐 아니라 주인공 캐릭터를 너무 답답하게 그려놓은 대본의 문제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유리의 연기를 칭찬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연민정의 캐릭터까지 호감형으로 돌아선 모습에서는 적잖은 위험성이 느껴진다. 연민정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비록 잘못된 방향일망정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일관성있는 언행을 보여준..
결국 본방사수의 우선 순위를 '아빠 어디 가'에서 '슈퍼맨이 돌아왔다' 쪽으로 바꾸었다. '아빠 어디 가'의 초반에 워낙 깊은 정을 주었던지라 웬만하면 바꾸지 않으려고 했지만, 점점 더 재미와 감동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바람에 어쩔 수가 없었다. 시즌1에서는 아빠와 아이들이 서먹했던 관계가 차츰 가까워지는 과정을 통해 훈훈한 감동을 참 많이 받았었는데, 시즌2에서는 그런 부분이 거의 사라졌다. 김성주와 성동일과 윤민수는 시즌1의 경험을 통해 '아빠 공부'를 벌써 많이 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발전을 보여줄 부분이 없고, 류진과 정웅인은 아이와의 관계가 처음부터 꽤 좋아 보였으며, 초반에 약간 서툴러 보였던 안정환도 예상외의 코믹 기질을 선보이며 매우 빠르게 적응했다. 아이들 역시 이젠 어느 정도 방송을 ..
요즘 '반짝반짝 빛나는'에서 송승준(김석훈)과 한정원(김현주)의 멜로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제껏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송승준의 캐릭터가 갑자기 너무나 멋있어졌군요. 나름 속이 깊은 남자이긴 하나 성격이 너무 까칠하고 피곤한 스타일이어서 맘에 안 들었는데, 일단 한 여자를 향해 어렵게 마음을 열고 나니 그 누구보다 믿음직한 그녀만의 남자로 변신했습니다. 사랑하는 사이라 해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굳건한 믿음이란 그리 쉽게 생기는 것이 아니고, 굳건히 믿을만한 사람이 많지도 않은 것이 슬픈 현실인데, 송승준 같은 남자라면 마음 푹 놓아도 될 것 같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분위기가 흐른지도 오래 되었고 다짜고짜 먼저 다가와 키스까지 했으면서, 송승준 이 남자는 앞으로 어찌할 것인지 가..
'반짝반짝 빛나는' 17회에서 한정원(김현주)의 변신이 예고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제 눈에 비친 한정원의 캐릭터는 결코 호감형이라 할 수 없었는데, 드디어 그녀가 현실을 직시하고 자기의 속마음을 꾸밈없이 인정하면서 뭔가 커다란 반전을 일으킬 것 같더군요. 부모의 친딸인 황금란(이유리)을 집에 들이지 말라고 엄마에게 억지부리며 떼쓰던 그 철딱서니가, 어쩌면 이제 스스로 일어나 늪지대처럼 어둡고 막막한 친부모의 집안으로 들어가겠다고 할지도 모르겠어요. 사실 그 누구도 한정원에게 친부모의 집으로 가라고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28년간 함께 살아 온 부모도 엄연히 진짜 부모가 맞거든요. 친딸이 나타났다고 해도 한지웅(장용)과 진나희(박정수)는 절대 한정원을 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이 드라마에서는 무엇보다 '재산'..
'반짝반짝 빛나는'은 흔한 출생의 비밀과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는 다소 식상한 설정이지만, 스피디한 전개와 배우들의 명연기 덕분에 나름대로 신선한 재미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불과 11회만에 거의 모든 등장인물이 두 여인의 기막힌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었고, 13회에는 드디어 양쪽 집안의 엄마들이 만나 두 딸의 거취 문제를 의논하는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완전히 속전속결입니다. 현재 가장 몰입도가 높은 인물은 황금란(이유리)입니다. 인터넷 기사의 댓글들을 살펴보면 거의 대부분 시청자들이 황금란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녀의 편에 서 있습니다. 부와 지성을 겸비한 부모의 외동딸로 귀하게 태어났으나 병원측의 실수로 가난한 집 둘째딸과 뒤바뀌어 29살이 되도록 견디어 온 그녀의 삶은 너무나 힘겨운 것이었기에, 이제 ..
'글로리아'의 후속작으로 MBC의 새 주말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이 시작되었습니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과 제목은 똑같지만 내용상으로는 아무 연관이 없더군요. 가난한 집 아가씨가 부잣집 아가씨를 보면서 "나와 동갑이고 생일도 같은데, 나하고는 너무 달라. 그 여자는...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반짝반짝 빛이 나..." 라고 말하는 대사가 2회 예고편에 등장했는데, 바로 그 대사가 이 드라마의 직접적, 또는 간접적 주제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부잣집 아이와 가난한 집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뒤바뀌었고, 나중에 성장해서야 그 사실이 밝혀진다는 기본적 내용은 역시 식상한 범주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러한 설정은 오래 전부터 '생인손', '사모곡', '만강' 등의 사극에서 애용되었고, 현대극 중에서도 '가을동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