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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예전에 종영한 '아빠 어디 가'에서도 그랬지만, 요즘도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시청하다 보면 어린 아이들이 의외로 이타적이고 타인의 생각을 많이 하는 모습에 놀라곤 한다. 내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그 때는 나 자신도 그렇고 친구들도 대부분 상당히 이기적이었던 것 같은데..;; 별 것 아닌 일에도 잘 싸우고 토라졌던 이유는 한치의 양보도 없는, 지극히 어린애다운 이기심 때문이었던 것 같다. 도대체 나의 오래된 기억과 '슈돌'에 등장하는 아이들 사이에는 무슨 차이점이 있는 것일까? 어쩌면 요즘 젊은 부모들은 어릴 때부터 인성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서, 자기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한테 양보할 줄도 알아야 하고 어린 동생을 챙길 줄도 알아야 한다고 철저히 교육을 하는 것일까? 하지만 평소 길에..
드라마 '트라이앵글'의 전개 중 가장 납득하기 어려웠던 부분은, 윤태준 회장(김병기)이 하필 윤양하(캐릭터 본명 장동우, 배우 임시완)를 입양했다는 사실이었다. 평범한 사람들도 입양을 하기 전에는 아기의 친부모와 기타 여러가지 사안에 대해 꼼꼼히 알아보고 결정하는데, 큰 기업의 회장씩이나 되는 사람이 대충 아무 녀석이나 데려다가 입양을 했을까? 갓난아기 장동우가 바로 죽은 장정국의 막내아들이라는 사실을 윤태준은 정말 몰랐을까? 고복태(김병옥)를 시켜 장정국을 살해한 사람은 바로 윤태준이었다. 혹시 자기가 죽인 사람의 아들인 줄 알면서도 입양한 거라면,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또 한 가지 의문은 윤태준에게 친자식이 왜 없을까 하는 점이었다. 무릇 재벌 회장들은 적자와 서자를 아울러 수십명의 자녀를 두는 ..
장동수(이범수)의 출생연도가 1977년으로 설정되어 있으니 2014년 현재 38세이다. 태백의 광부였던 아버지가 광산 사고로 죽고 어머니가 집을 나간 후, 고아원에 맡겨졌던 삼형제가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을 때 맏형 장동수의 나이는 12세였다고 한다. 그리고 26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의 강을 건너, 각자 다른 모습으로 성장한 삼형제의 운명이 다시 얽히기 시작한다. 이제 '트라이앵글'의 시청자들은 얄궂어도 더 이상 얄궂을 수 없는 그들의 비극적 운명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 비극의 시작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그 원점은 예상보다 빨리 드러났다. 5회에 강렬한 포스를 풍기며 등장한 고복태(김병옥) 덕분이다. (그나저나 중견배우 김병옥씨, '너목들'의 황달중 이후로 너무 잘 나가신다. 악역이란 악역은 거의 다 휩..
의외로 산뜻한 출발이었다. 뚜껑을 열기 전에는 제목도 유치하고 설정도 어색하고 남녀 주인공의 케미도 최악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예상보다는 훌륭한 편이었다. 유치한 부분들이 있기는 했지만 못 봐줄 만큼 과하지는 않았고, 국무총리 내정자와 삼류 찌라시 기자가 계속 부딪히며 만나게 되는 과정이 좀 억지스럽긴 했지만 드라마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정도였다. 다만 이범수와 윤아의 케미는 예상했던 대로 삼촌과 조카 느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아직은 남녀 주인공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기 전이니 차후의 내용 전개에 따라 조금씩 나아져 갈 거라고 생각된다. 이 작품의 정체성은 "엄마의 빈자리가 있었던 총리 가족에게 새엄마가 생기는 과정을 담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라고 검색 결과는 보여준다. 그렇다면 그 '새엄마' ..
참 기이하게도 '아이리스2'는 주인공을 비롯한 주요 인물들보다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 조연들에게 시선이 끌리는 드라마입니다. 지금까지도 비슷한 경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주인공들의 존재감이 미약하고 조연들의 존재감만 커다랗게 부각된 케이스는 없었지 않나 싶을 정도인데요. 정유건(장혁)과 지수연(이다해)의 사랑놀음은 식상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스토리의 진행에 방해만 될 뿐으로 전혀 몰입감이 없고, 지수연을 짝사랑하며 정유건의 강력한 연적으로 떠올라야 할 서현우 역할의 윤두준은 가뜩이나 연기 경력도 짧은 데다가 너무 어린 마스크 때문에 도통 캐릭터와 어울려 보이질 않습니다. 이 세 사람 다음으로 언급되었던 주요 인물이라면 북측을 대표하는 유중원(이범수)과 김연화(임수향) 정도가 되겠는데, 아직..
"우리의 경쟁작은 동시간대의 타사 프로그램이 아니라 전작인 '아이리스1'이다!" 라고 야심차게 밝혔던 출연진들의 인터뷰가 무색할 만큼, '아이리스2'의 출발은 별로 산뜻하지 못했습니다. 몰입을 방해하는 산만한 전개, 초반부터 과도한 남녀 주인공의 러브라인, NSS 정예요원이라는 설정이 창피할 만큼 기본적인 총기 사용법도 모르는 배우들의 모습 등, 작정하고 꼬집어 내자면 정말 수없이 많은 헛점을 드러내고 있었거든요. '아이리스1'은 평소 액션이나 첩보물을 즐기지 않는 저같은 시청자도 몰입해서 볼 수 있을만큼 초반부터 강렬한 포스를 뿜어내는 작품이었는데, '아이리스2'의 초반 전개는 솔직히 실망스러웠습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전작을 따라잡기는 고사하고 전작의 명성에 누를 끼치지나 않으면 다행이겠다 싶을 정..
너무 강해 보이는 이미지 때문이었을까요? 제가 김경탁(김재중)의 캐릭터를 제대로 이해하기까지는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린 듯 합니다. 서출이라는 태생적 설움은 일찌기 짐작하고 있었지만, 처음에는 그 슬픔을 디딤돌 삼아 절치부심하고 독하게 노력하여 나중에는 이복형 대균(김명수)의 뺨을 치는 야심가로 성장할 거라고 예상했었죠. 활활 타오르는 불꽃같은 그의 눈빛은 왠지, 작고 소박한 행복을 꿈꾸는 순한 남자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좀 멀어 보였어요. 솔직히 말하면 영래(박민영)를 향한 일편단심의 사랑도 처음부터 순도 100%라고 생각되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그녀를 사랑하는 진심이 70~80% 가량은 되겠지만, 나머지20~30% 쯤은 집착과 소유욕 등의 감정도 섞여있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김경탁은 너무나 외로운 사람이..
초반에는 예상치 못한 타임슬립을 당하게 되었으니 어리둥절한 설정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고 애써 다독였습니다.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다 알고 보는 것이지만, 주인공 진혁의 입장에서는 매 순간마다 그저 생존하는 것만도 벅찼을 테니까요. 그 다음에는 약재를 개발하거나 환자를 치료하는데 힘쓰는 내용이 대부분이었고, 깊은 감정을 표현해야 할 내용은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그런대로 볼만하다 싶었습니다. 다른 연기자들은 모두 사극톤으로 대사를 하는데 혼자만 엄청 튀고 어색하게 현대극톤의 대사를 하는 것도, 모두 타임슬립 설정 때문에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젠 한계에 달했군요. 총 20부작으로 기획된 '닥터 진'은 이제 12부까지 방송되었습니다. 중반을 넘긴 만큼 등장인물 간의 갈등도 증폭되고 서로를 ..
1. 어머니의 작별 인사 '닥터 진' 11회에는 유독 가슴을 울리는 명장면과 명대사가 많았습니다. 진혁(송승헌)과 홍영래(박민영)와 흥선군(이범수)은 좌의정 김병희(김응수)의 계략에 빠져 대왕대비(정혜선)를 독살하려 했다는 누명을 쓰고 옥에 갇히게 되는데, 죄목은 너무 큰 데다가 누명을 벗을 길은 막막하니 죽음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지요. 영래의 어머니(김혜옥)는 목숨이 경각에 달린 딸자식을 한 번이라도 만나 보고자 옥리에게 손이 발이 되도록 사정하여 간신히 옥사 안으로 들어오는데, 모진 고문으로 피투성이가 된 영래를 마주하자 회한의 눈물을 금치 못합니다. "차라리 이럴 줄 알았다면, 네가 원하는 대로 살게 해줄 걸 그랬구나!" 고분고분히 말을 듣고 평범한 여인으로 살았더라면 이토록 험한 운명에 처..
'닥터 진' 7회의 중심부에서 극을 이끌어간 캐릭터는 진혁(송승헌)과 홍영래(박민영)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흥선군 이하응(이범수)이나 종사관 김경탁(김재중)도 아니었습니다. 이름없는 풀꽃의 은은한 향기와 초록빛을 지녔던 여인... 고달픈 삶 속에서도 고이 간직해 왔던, 오직 하나뿐인 사랑을 지키기 위해 아낌없이 목숨을 내던진 여인... 기녀 계향(윤주희)이 바로 7회의 주인공이었지요. 드라마 전체를 볼 때 그녀가 등장한 분량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나, 짧은 동안에 가장 강렬한 존재감을 불태우고 떠난 인물이 아닐까 싶군요. 계향의 캐릭터가 더욱 의미있는 까닭은, 그 인물 자체가 철저한 '약자'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생이란 겉보기에만 화려할 뿐, 사실은 서민보다도 못한 처지의 최하층민이죠. 노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