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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의 초반 전개를 강력하게 이끌었던 아모개(김상중)가 14회에서 죽음으로 하차했다. 그의 최후가 잔잔하고 평화로웠던 것은 황진영 작가에게 참으로 고맙고도 다행스러웠던 부분이다. 아모개는 너무도 강인하고 자상하며 존경스런 아버지였다. 만약 그가 고문을 이기지 못해 옥중에서 피투성이 모양새로 비참하게 최후를 맞이했더라면, 홍길동(윤균상)의 감정에 몰입하고 있던 시청자들의 가슴에는 꽤나 깊은 생채기가 패이고 말았을 것이다. "참말로 고생하셨어라. 아부지... 다음 생에도 우리 아버지 아들 합시다. 다음엔 아부지가 제 아들로 태어나소. 내가 울 아부지 글공부도 시켜드리고, 꿀엿도 사드리고, 비단옷도 입혀드리고... 우리 식구들 뿔뿔이 헤어지지 않게 꼭 지켜드리겄어라. 참말로 고생하셨소..
처음부터 범상한 느낌은 아니었다. 처음 만난 덩치 큰 사내에게 다짜고짜 반말을 하고, 뭔가 신경에 거슬린다 싶으면 거침없이 뺨까지 올려붙이는 조선시대 여자아이라니! 신분 높은 공주나 양가댁 규수도 아니고, 기생도 천대받던 시절인데 하물며 기생의 몸종에 불과했으니. 가령(채수빈)은 천한 중에도 가장 천한 신분이었다. 더욱이 조선시대에 여성의 지위가 어떠했는가를 생각한다면, 그 사회의 일반적인 기준에서 볼 때 가령의 존재는 벌레보다 나을 것이 없었다. 그 누구든 마음껏 짓밟을 수 있고, 설령 죽인다 해도 별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그만큼 하찮은 존재로 취급받았을 거라는 얘기다. 그러한 신분의 가령이가 어찌 그토록 당돌한 성품으로 자라날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어려서부터 천대받고 짓밟히며 성장했다면, 티..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 2회의 엔딩을 볼 때까지만 해도 노비 부부인 아모개(김상중)와 금옥(신은정)의 운명에는 비극 외에 남은 것이 없을 줄만 알았다. 과연 금옥은 만삭의 몸으로 조생원의 희롱에 저항하다 태중에 상처를 입고는 피비린내 가득한 난산 끝에 세상을 떠났다. 이에 누구보다 아내를 사랑했던 아모개는 정신줄을 놓고 말았다. 게다가 주인 조참봉(손종학)과 그의 숙부인 조생원이 자기의 재산을 가로채려 의도적으로 꾸민 일임을 알게 된 아모개는 끝내 주인을 살해하기로 결심한다. 스스로 삶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내릴 수 없는 결단이었다. 2회 엔딩까지는 정말 그런 줄만 알았다. 그런데 3회의 전개는 예상과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조참봉을 살해한 후 즉시 체포되거나 아니면 도망치다가 체포되어 형장의 이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