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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참 놀라운 일이다. 더없이 착하고 성실하며 올바른 한 사람이, 자기 잘못도 아닌 타인의 잘못 때문에 1년 내내 꾸벅꾸벅 사과를 하고 있다면 그것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 역시 속상하고 억울해야 마땅할 것인데, 국민 MC 유재석은 사과하는 모습을 통해서마저도 유쾌함과 흐뭇함을 대중에게 전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한편으로 생각하면 유재석에게 힘을 실어주지는 못할 망정 부주의한 사고를 치거나 실수를 해서 비난의 도마 위에 오르는 '무한도전'의 멤버들과 제작진에게 좀 화가 나기도 하지만, 그런 감정조차 오래 지속되지 않고 풀려버리는 것은 유재석의 진실한 사과 때문이다. 지난 4월, 음주운전 물의를 일으킨 길은 여러모로 사회의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는 세월호 참사의 비극으로 온 국민이 침통해하던 시기였..
'히든싱어' 시즌3의 개막을 앞두고 그 전야제(?)가 한창이다. 시즌1과 시즌2의 출연 가수들이 나와서 저마다 시즌3에 대한 기대를 내비치는가 하면, 시즌3의 첫번째 포문을 열게 될 가수 이선희를 중심으로 몇몇 후배 가수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며 함께 노래하는 시간도 마련되었다. 한 번도 블로그에 포스팅한 적은 없었지만 '히든싱어' 시즌1, 2의 열혈 애청자였던 나에게 시즌3 자체는 물론 그 전야제까지도 놓칠 수 없는 보물같은 방송이었다. 가수 이선희, 김경호, 백지영, 임창정, 그리고 사회자 전현무와 패널 송은이가 함께 한 방송은 매우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김경호, 백지영, 임창정 모두 이 시대 최고의 가창력을 자랑하는 가수들이지만, 선배 이선희를 향한 그들의 경외심은 형언하기조차 어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한국에 오신지 벌써 3일째, 고통받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로하시는 그분의 행보가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16일 광화문에서 열린 시복미사에는 천주교 신자 17만여명을 포함하여 대략 100만명에 가까운 인파가 몰려들었고, 세월호 참사 유가족 400여명도 함께 자리했다. 시복식 전의 카퍼레이드 도중 세월호 유족이 모여있는 장소 앞에 이르자 교황은 차에서 내려 그들 쪽으로 다가가 짧은 기도를 올린 후 잠시 대화를 나누셨다. 34일째 단식중인 세월호 유족 김영오씨가 교황의 손을 잡고 몇 마디 간절한 청원을 드린 후 노란 봉투에 담긴 편지를 건네자 교황은 이례적으로 그 편지를 수행원에게 넘기지 않고 직접 품에 넣으셨다. 세월호 십자가를 로마로 가져가겠다는 약속과 더불어, 교황께서 세월호..
물론 모든 여성 관객에게 해당되지는 않을 것이다. 남성 못지 않게 액션과 전투씬을 즐기고, 배우 최민식을 열렬히 좋아하는 여성이라면 '명량'을 충분히 즐길 수 있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평소 액션이나 전투씬을 즐기지 않고, 배우 최민식을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 여성에게는 결코 추천하고 싶지 않은 영화가 '명량'이었다. 일단 전투씬이 너무 길다. 광활한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전투씬은 제법 장관을 이루어 상당한 제작비와 공을 들였음이 느껴지지만, 신기한 눈으로 감탄하며 지켜보는 것은 처음 몇 분에 지나지 않고 후반에는 무척 지루하게 느껴진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드라마적 스토리를 즐기기 때문에 전투씬은 그저 스쳐지나가는 스토리의 일부로 인식할 뿐인데, '명량'은 대략 70~80% 가량이 해상 전투씬으로 채워져..
십 수년간 헤어져 양육비는 커녕 연락조차 끊고 살았다 해서 무조건 '버렸다'는 표현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뭔가 사정이 있었을지도 모르니까, 먹먹한 그리움과 아픔을 간직한 채 그 오랜 세월을 홀로 견디어 왔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최소한의 인간다운 감정이 남아 있다면, 그토록 아프게 헤어지고 그리워하던 자식이 불의의 사고로 어린 나이에 죽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얼른 가서 보상금과 보험금의 절반을 받아 챙겨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 리는 만무하다. 현재의 삶이 얼마나 퍽퍽한지는 몰라도, 최소한 인간답게 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그런 행동을 할 수는 없다. 비극이 닥쳐오면, 많은 경우 더러운 후폭풍이 불어온다. 부모의 사후에 유산을 놓고 싸움을 벌이다 의절하는 형제가 많다는 것 또한 더러운 후폭풍의 대표..
김보성의 '의리 시리즈'가 나날이 대박을 치고 있는 가운데 나는 이제껏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지내 왔지만, 영어선생의 아내로서 오늘 아침에 접한 "단어 외으리!"에 결국 빵 터지고 말았다. 남편은 EBS인지 어디에서 얼핏 보았다는데, 아무리 단어를 외우라고 애원해도 의리없게 외우지 않는 제자들을 향해 외치고 싶은 말이라고 했다. "제발 단어 좀 외으리!" 빵 터진 참에 다른 시리즈들도 궁금해져서 찾아 보았는데, 이거 엉뚱하면서도 의외로 재미있다. 나는 웬만한 코미디나 개그를 보아도 거의 웃음이 나질 않는데 (코드에 안 맞는 듯... 그래서 잘 안 본다..;;) 이건 몇 차례나 배가 아플 정도로 웃었다. 그래서 내가 가장 많이 웃은 시리즈 몇 가지를 우선 소개해 볼까 한다. 위에 사진으로 소개한 왕꿈트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