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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추적자', '황금의 제국', '펀치'로 이어지는 박경수 작가의 묵직하면서도 신선한 작품 세계에 적잖이 매혹당했던지라 그의 신작인 '귓속말'을 꽤 오랫동안 기다려 왔다. 게다가 믿고 보는 여배우 이보영의 원톱 주연이라기에 더욱 기대가 컸는데, 한편으로는 박경수 작가가 과연 얼마나 매력적인 여주인공을 그려낼 수 있을지 우려되는 마음도 있었다. 워낙 선이 굵고 남성적인 작품 세계를 구현하는 작가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여성의 섬세한 내면을 표현하는 부분에서는 좀 부족하다고 느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의 전작들은 모두 남주인공 원톱이었고, 여주인공들은 상대적으로 무척 비중이 적었을 뿐 아니라 충분히 매력적이지도 못했었다. 막상 뚜껑이 열리니, 나의 우려가 좀 들어맞는 것 같기도 하다. 이보영의 연기력은 예상대로..
처음부터 큰 기대는 안 했지만 그래도 초중반의 스토리 전개가 괜찮아서 나름 재미있게 시청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결말은 실망스럽다. 요즘 같아서는 수십 년 전의 그 촌스러웠던 '전설의 고향'을 다시 보고 싶어질 지경이다. 너무나 뚜렷해서 소름끼칠 정도였던 '권선징악'의 메시지가 그리워진다는 뜻이다. 언제부턴가 대한민국의 드라마 작가들은 '용서' 또는 '화해'라는 단어에 강박증이 걸려 있는 듯하다. 용서나 화해의 메시지에 대중적 공감을 얻으려면 악역을 적당히 나쁜 놈으로 설정해야 하는데, 문제는 너무 지나치게 악마같은 놈으로 설정해 놓고서 결국은 피해자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용서하게 만들고, 어쨌든 용서하고 화해하니 모두가 행복해졌다면서 다같이 하하하 웃고 끝나게 만드는 것이다. 참 가소롭기 이를 데 없..
"부모만 자식 때문에 참아야 하는 거 아니야. 자식도 부모 때문에 참아야 하는 거야. 자식이 못났으면 부모가 참아주고 봐주는 것처럼, 부모가 못났으면 자식이 참아주고 봐주면서 그렇게 사는 거야!" 늘상 철없는 할머니라고만 생각했던 김필녀(반효정)의 말이 모처럼 가슴에 깊이 와닿았다. 하긴 세상에 자식만도 못한 부모가 어디 한둘이던가? 자식을 낳아봐야 어른이 된다는 옛말이 있기는 하되 자식만 덜컥 낳아 놓았다고 저절로 인격수양이 되는 것은 아니기에, 아무리 부모가 되었어도 속 좁은 사람은 여전히 속 좁고 무책임한 사람은 여전히 무책임하다. 자식을 키우면서 조금씩 나아지기도 하지만, 오히려 자식을 향한 비뚤어진 집착 때문에 더 나빠지는 경우도 있다. '금 나와라 뚝딱'은 이 시대의 대표적인 '못난 부모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