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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강호동, 지금이 최고의 이미지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1박 2일' 강호동, 지금이 최고의 이미지다

빛무리~ 2009. 9. 1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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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예천편 2부를 보면서 문득 강호동의 캐릭터가 예전과는 거의 180도로 달라져 있음을 발견하였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달라진 것이 아니라 조금씩 천천히 변해 왔기 때문에 뚜렷하게 인식을 못 했었는데, 한자쓰기 문제를 풀면서 3년 전 '1박 2일'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었던 프로그램 '준비됐어요'의 한 장면이 나오더군요. 그 순간 예전의 강호동은 분명 지금 같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3년, 아니 2년 전까지만 해도 강호동은 카리스마와 폭력(?)으로 군림하는 캐릭터였습니다. 그것은 유재석과 콤비를 이루어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리기 시작했던 '공포의 쿵쿵따' 시절부터 그의 이미지였지요. 항상 당하는 약자 유재석과 약자를 괴롭히는 악당 강호동의 조합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그 이후로도 쭉 그 이미지가 계속되었습니다. 유재석은 명실상부한 1인자의 자리를 확보한 지금도 얄미운 후배들에게 번번이 당하는 그 불쌍한 캐릭터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준비됐어요' 시절의 강호동을 떠올려보면 몸을 겹쳐서 한자 모양 만들기 게임을 할 경우, 항상 동생들을 먼저 엎드리게 해놓고는 그 위에 엄청난 몸무게로 돌진하여 충격을 주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그렇게 힘과 공포로 촬영장의 분위기를 사로잡고 자기의 독단적인 카리스마로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던 것이 강호동의 스타일이었습니다. '천생연분' 이나 '연애편지' 등의 러브 버라이어티를 진행하면서도 그런 이미지 때문에 종종 그의 얼굴 앞에는 '악덕MC' 라는 자막이 붙곤 했었지요. 이수근의 다리를 잡고 억지로 극기훈련을 시키는 저 모습에는 아직도 그 시절의 강호동이 아주 조금은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예전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고 해야 할 것이지요.


그런데 지금의 강호동을 보면, 유재석 못지않게 언제나 동생들에게 당하는 불쌍한 1인자입니다. 이제 동생들은 예전처럼 그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의 힘이나 카리스마가 어디로 도망간 것도 아니건만, 철없는 손자가 할아버지의 수염을 잡고 휘두르듯 겁도 없이 마구 기어오릅니다. 다짜고짜 야자타임을 제안한 은지원은 강호동의 얼굴에 똑바로 삿대질을 하며 '넌 막내야!" 하고 소리칩니다. MC몽도, 이수근도, 심지어 착한 맏형(?) 이승기까지도 '막내' 강호동의 이름을 부르며 놀리고 구박을 합니다. 강호동 구박에 동참하지 않은 멤버는 아직도 예능 적응이 덜 된 김C 뿐이었습니다. (막나가는 동생들을 보며, 선글라스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던 김C의 얼굴... 흐흐) 그런데 강호동의 유쾌한 웃음은 그렇게 동생들에게 그렇게 놀림받고 당하는 것을 은근히 즐기는 듯 보이기까지 합니다.


사실 강호동의 최근 모습들을 보면 스스로를 학대(?)함으로써 이미 바닥까지 낮아지기 원한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앞에서 힘차게 끄는 역할이었다면 이제는 뒤에서 힘차게 밀어주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지요. 또한 예전에는 위에서 억눌러 줌으로써 오히려 다른 멤버들의 끼를 분출시켜 주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이끌어 나갔다면, 이제는 아래쪽에서 든든하게 받쳐주는 역할을 하겠다고 강호동은 말하고 있습니다. 0.1톤의 큰 몸집으로 제일 먼저 망가져 주고, 제일 많이 굴러 주고, 제일 많이 웃어 주고, 제일 많이 당해 주는 희생적이고도 듬직한 맏형이 지금의 강호동입니다.


전통적으로 '언제나 당하는 캐릭터'라면 만화 '톰과 제리'의 불쌍한 고양이 '톰'이 생각나지요. 몇 배의 큰 몸집을 가지고도 언제나 조막만한 생쥐 '제리' 한테 얻어터지는 톰에게 감정이 이입되는 바람에 괜히 약올라서 어쩔 줄 모르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네요. 크크... 이렇게 '톰'의 곁에는 언제나 '제리'가 있어야 제맛인데 1박 2일에서 제리 역할을 담당한 멤버는 바로 은지원입니다. 버스 안에서 야자타임을 가장 먼저 제안한 것도 은지원이었고, '넌 막내야!" 하고 기선제압(?)을 시작한 것도 은지원이었지요.
저녁식사 시간에 끊임없이 고기를 탐내는 강호동을 놀리는 은지원의 연속 2방은 설정이 약간 진부하긴 했지만, 그래도 멋진 콤비플레이었습니다. 강호동이 몸집은 크지만 결코 우둔한 사람이 아닌데 그렇게 어이없이 두 번이나 속아 매운고추쌈을 먹고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다분히 의도적임을 알 수가 있지요. 그러나 뻔히 연출된 것임을 알면서도, 역시 조그만 제리에게 당하고 분해서 얼굴이 뻘개지는 덩치 큰 톰을 보는 재미는 여전합니다.


요즘은 1인자가 아낌없이 당해줘야 프로그램이 뜨는 시대입니다. 유재석이야 언급할 것도 없고 오죽하면 노장 이경규가 '남자의 자격'에서 스스로 '톰' 역할을 자청하며 '제리' 김국진에게 매일 당하고 살겠습니까? 그런데 당하는 1인자들 중에서도 강호동은 유독 눈에 띕니다. 가장 큰 몸집과 가장 큰 목소리 때문인지, 예전에 보여주었던 폭군 이미지와의 대비 때문인지... 아마도 그 모든 복합적인 이유겠지요.


저 가족사진에서도 초롱초롱한 막내 이승기와 악동 섭섭이들 은지원, MC몽과 앞잡이 이수근과 진중한 김C 모두를 품에 안듯이 여유롭게 미소짓는 큰 곰 같은 맏형 강호동의 모습이 오늘도 든든하기만 합니다.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강호동이 발산하는 이미지는 그의 예능 인생에 있어 최고의 이미지로 남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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