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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우리 집엔 아무것도 없어'라는 책이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제2권까지 발행되고 드라마로까지 만들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즐겨 찾는 한 블로거님의 포스팅을 통하여 알게 된 책이다. 그 여성 블로거님은 이 책에 매우 큰 감명(?)을 받고, 벌써 몇 개월 동안이나 열심히 집안의 물건들을 구분하고 정리하고 버리면서 공간을 확보하는 중이라고 하셨다. 나도 불쑥 호기심이 생겼다. '아무것도 없어'라는 제목에 걸맞을 만큼 휑하니 비어 있는 거실 풍경이 담겨진 사진을 보고는 더욱 궁금해졌다. 무엇보다 그 발상 자체가 이제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로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보통 자기 생활 공간을 사진 찍어 올리는 사람들은 '그 곳에 있는 무언가'를 자랑하게 마련이다. 비싸고 멋진 장식장, 예쁘..
최근 배우뿐만 아니라 감독으로서도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조재현의 영화 '나홀로 휴가'가 개봉되었다. 이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조재현은 출연 배우들을 이끌고 각종 예능에 출연하는 등 홍보에 심혈을 기울였던 것이다. 평소 호감을 갖고 있는 배우였기에 나 역시 그 영화에 적잖은 관심이 있었는데, 우연처럼 조재현의 인터뷰 기사 하나를 읽은 후에는 모든 마음이 달라졌다. 이런 생각을 품고 있는 사람인 줄도 모르고 그 동안 좋아해 왔다는 사실이 통한스러울 뿐이다. 뭐 팬이라고 할만큼 열정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섬세하고도 묵직한 연기를 보면서 탄복하고 존경까지 해 왔던 세월이 어언 몇(십) 년이던가? (해당 인터뷰 기사 링크) 이후로는 인터뷰 내용을 한 단락씩 인용하면서 그에 관한 내 생각을 말해 보도록 하겠다..
가수 임창정이 18세 연하의 일반인(?) 여성과 목하 열애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2013년 이혼한 임창정은 엄연한(!!!) 싱글이기 때문에 그가 연애를 한다고 해서 문제될 이유는 없다. 해당 기사의 댓글을 보면 대중들도 거의 대부분 축하한다든가 응원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열애 상대인 여성은 임창정의 뮤직비디오에도 얼굴을 비추었다는데, 기사에 올라온 사진을 보니 정말 대단한 미인이었다. 앞서 '일반인'이라고 표현하면서 물음표를 붙였던 이유는, 외모부터 여배우 수준인데다가 최정상 가수의 뮤비에 출연하며 폭넓은 대중에게 얼굴이 알려진 그녀를 과연 일반인이라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기 때문이다. 이혼도 연애도 어차피 그들의 이야기일 뿐이라 그냥 그런가보다 하는데, 문득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2013..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엔 이 영화 '밀정'이 썩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판단되지는 않는다. 주연배우 공유가 인터뷰 중에 "이 영화는 감독판이 꼭 나와야 하는 영화"라면서 "아까운 부분들이 너무 많이 잘려나갔다"고 주장했다던데, 과연 그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스토리 전개가 너무 뜬금없다 싶을 만큼 뚝뚝 끊기고 급작스레 진행되는 느낌이 강했다. 140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들의 개별적 스토리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도대체 그 인물이 왜 그러한 선택을 했는지 등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 몰입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다. ★ 이 영화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송강호의 명품 연기 때문에, 결코 실망스럽다는 표현은 사용할 수 없는 영화이기도 했다. 송강..
'구르미 그린 달빛' 5회에서 세자 이영(박보검)은 남장여인 내시 홍라온(김유정)에게 끌리는 마음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궁궐 안 연못에서 뱃놀이를 하던 명은공주(정혜성)는 라온을 불러다가 자신에게 연서를 보냈던 정도령(안세하)에 관해 묻는데, 라온의 답변을 통해 정도령이 반했던 여자가 자신이 아니라 시녀였음을 알고는 큰 충격을 받는다. 그 와중에 흥분한 공주를 만류하려던 라온은 물에 빠지고 마는데, 놀랍게도 그 광경을 목격한 세자가 라온을 구하기 위해 물 속으로 뛰어든 것이다. 맨발로 빗속을 뛰어다닐 만큼 몸을 사리지 않는 세자이긴 하지만, 일개 내관을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든다는 설정은 솔직히 좀 당황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라온을 향한 세자의 극진한 보살핌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물에 빠진 라온은 ..
비가 오십니다. 언제나 정겨운 비님이 오십니다. 어머니... 오늘도 이렇게 저를 찾아와 주시는군요. 마지막 인사도 없이 그토록 황망하게 떠나가신 후, 저는 비가 올 때마다 어머니를 뵙는 마음으로 하늘을 우러러 봅니다. 어머니와 더불어 맨발로 젖은 풀잎을 밟으며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 몸을 맡기던 그 날, 저는 딱딱한 체면과 함께 두려움도 훌훌 벗어 던졌습니다. 어머니는 그렇게 저를 가르치셨지요. 허울좋은 말이 아니라 거침없이 몸을 던지는 실천으로, 과감한 용기와 편견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어머님과 저는 한 나라의 중전이고 세자인데 나막신도 우산도 없이, 아무런 준비도 없이 어찌 빗속에 뛰어들 수 있느냐고 제가 물었을 때 어머님은 반문하셨습니다. "왜 꼭 그래야만 합니까? 중전은, ..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한없이 나약한 모습만을 보이셨을 때, 그 날부터 저는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근 채 아버님을 뵈었지요. 아버님도 저와 마찬가지로 태어나 보니 왕의 아들이요 이 삭막한 궁궐이 집이었을 뿐, 스스로 선택한 인생이 아님을 알면서도 아버님을 원망했습니다. 운명일 뿐이라 해도 한 나라의 왕이 되었다면, 그토록 겁쟁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왕이 무력할 수는 있지만 비겁할 수는 없다고 여겼기에, 아버님은 왕의 자격이 없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그토록 오만할 수 있었던 것은 아직 어렸기 때문이고, 세상을 잘 몰랐기 때문이었지요. 제법 영리하고 세상 이치를 잘 안다고 스스로 자부해 왔지만 모두 헛된 일이었습니다. 아버님께서는 처음으로 제 앞에서 눈물을 흘..
'응답하라 1988'에서 천재 바둑기사 '최택' 역할을 맡아 연기하는 박보검을 보며 '살아 움직이는 다이아몬드'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관련포스팅 : 응답하라 1988 최택에게 빠지다) 그 때는 단지 '최택'이라는 캐릭터가 매력있어서 그런 줄만 알았는데 '응팔'이 종영한 후 '꽃청춘', '구르미 그린 달빛', '1박2일' 등을 통해서 박보검의 모습을 꾸준히 지켜보니,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느낌은 최택 캐릭터뿐만 아니라 박보검이라는 배우 자체에서 비롯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보통 배우들은 한 작품에서 반짝이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다른 작품으로 옮겨가면 빛이 바래거나 확 깨는 경우가 많고, 특히 신인들은 경력과 적응력 부족의 문제로 더욱 그런 경우가 많은데 박보검은 예외였다. 첫 사극에 첫 주연을 맡은 ..
프로그램을 시청하지 않고 쓰는 글이기에 '리뷰'라는 표현은 쓰지 않겠다. 이 글은 리뷰가 아니라 오직 뉴스를 통해 접한 해당 프로그램의 한 가지 문제와 그에 관한 내 생각을 서술한 글이다. 글을 쓰기 위해서라도 해당 프로그램을 시청할까 고민했지만, 보고 싶은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아서 안 보기로 결정했다. 생면부지의 이성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하며 설레고 위로받는다는 설정 자체가 나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첫째는 허무하다 생각했고, 둘째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만남에도 얼마든지 거짓이 침투할 수 있지만, 자기 실체를 완벽히 숨길 수 있는 전화 통화에서는 그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진다. '내 귀에 캔디'는 시작되자 마자 장근석과 유인나라는 출연자를 통해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들의 통화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