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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일' 되살아난 신지현이 한강에게 전하는 말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49일

'49일' 되살아난 신지현이 한강에게 전하는 말

빛무리~ 2011. 5. 13.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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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 이제 잠시 후면 나는 가장 소중한 기억을 잃게 될 거야. 반가운 마음으로 나를 안으려던 너는, 멀뚱멀뚱 쳐다보는 예전의 나를 만나겠지. 네 눈빛 속의 사랑을 조금도 알아보지 못하고, 티격태격하던 고등학교 시절 그대로의 눈빛으로 너를 바라보는 철부지 신지현을 만나게 될거야. 미안해, 정말 미안해 강아.


어쩌면 나는 네 곁에서, 네 마음을 보면서 지낸 47일이 가장 행복했던 것도 같아. 그 이전에도 항상 행복한 나였지만, 그 속에는 거짓이 너무 많았으니까 말야. 죽음의 문 앞에 서서야 나는 진실을 알 수 있었어. 처음으로 알게 된 진실이 너무 아파서 나는 몇 번이나 주저앉고 싶었어. 하지만 강아, 너 때문에 견딜 수 있었던 거야.

네가 없었다면 이 찬란한 세상의 좋았던 기억들이 처참히 무너진 채로, 나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진 부모님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쓸쓸히 떠나야 했겠지. 강아, 네가 나를 살리고 싶어한 만큼 나도 너 때문에 살고 싶었지만, 또 너 때문에 죽어도 여한이 없었어. 너는 내가 지키고 싶어한 모든 것을 대신 지켜 주었고, 철없이 기쁜 사랑만 알았던 내게 이토록 아픈 진짜 사랑을 알게 해 주었어.


강아, 네가 이틀의 시간을 잘못 알고 내 아버지의 회사를 구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김밥을 싸서 너와 함께 피크닉을 떠났을 거야.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풀밭에 나란히 기대고 앉아서 이렇게 말했을 거야. "지현씨가요, 한강씨를 너무 늦게 알아봐서 미안하대요... 참 많이 고맙다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전해 달랬어요."

송이수를 보내고 나서 송이경 언니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봤기 때문에, 나는 겁이 났어. 너는 강한 사람이니까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라도 나를 잃은 아픔에 조금이라도 망가질까봐 두려웠어. 그래서 미련을 버리라고 말했던 거야. 하지만 강아, 그런 말에 흔들릴 네 마음이 아니라는 것을 어쩌면 나는 알고 있었는지도 몰라. 너를 믿기 때문에, 끝까지 나를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하는 네 목소리를 듣고 싶었는지도 몰라. 한 번이라도 너의 체온을, 너의 심장 고동을 느끼고 싶었는지도 몰라. 아니, 바보같지만 나... 그랬던 것 같아.

송이경 언니는 나한테 무척 미안해 했어. 죽고 싶었던 것은 자기인데, 자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되었다고... 저렇게 좋은 부모님을 두고 떠나게 해서 정말 미안하다고 했어. 하지만 언니 때문만은 아닌 걸... 나는 대답했지. "미안하면 제대로 살아줘요. 힘들 땐... 이렇게 아쉬워했던 나를 생각하면서 기운 내서 살아요..."


운명이라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어. 너에게 마지막 인사도 못 하고 떠나는 게 참 많이 서글펐지만 내 힘으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지. 고마운 송이경 언니를 위해 예쁜 선물들을 사면서 나는 언니가 행복하길 진심으로 빌었어. 그리고 부모님의 결혼기념일 케잌을 사러 가서, 큰 나무그늘 같던 내 믿음직한 친구 서우에게도 하고 싶던 말을 다 전했어. 생각해보니 서우는 늘 씩씩한 남자아이 같아서 한 번도 우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더라.

케잌을 받고 기뻐하시는 부모님의 모습, 아직은 살아있는 내 눈으로 보는 마지막 모습... 그리고 내가 들려드리는 마지막 노래... 각오했던 것보다 더 많이 아팠지만, 거부할 수 없다면 받아들이기로 했지. 남아있는 7시간 55분을 포기해 버린 이유는 강아, 너 때문이었어. 혹시라도 너를 보고 갈 수 있을까 마음 졸이며 그 시간을 보낼 자신이 없었거든. 또 너를 보면 떠나기 싫어질 테니까... 몸부림치고 울면서 떠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속절없이 눈앞에서 나를 떠나보내는 고통보다는 강아, 너를 위해서도 이 편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어. 강아, 네 어머니 마음을... 나는 이해할 수 있었어.

그런데 강아, 참 이상하지? 간절히 원할 때는 오지 않더니,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려 할 때에야 비로소 다가오는 건... 이것도 우리가 모르던 삶의 비밀 중 하나였을까? 강아, 우리의 소원은 이렇게 갑자기 이루어졌어. 나는 세 방울의 눈물을 얻어서 다시 살아나게 된 거야.


너는 강민호의 손에서 결국 내 아버지의 회사를 구해내겠지. 47일의 기억을 잃었어도 내가 강민호를 다시 사랑할 일은 없을 거야. 나는 사고를 당하기 전에 이미 강민호와 신인정의 모습을 보았고, 이제는 주변의 모든 사람이 그 둘의 정체를 알고 있어서 나에게 말해줄 테니까. 그래서 그건 조금도 걱정되지 않는데... 

강아... 지금의 이 마음을 그대로 간직한 채 너를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게 가슴이 아파... 내 손으로 네 손을 잡고, 내 눈으로 너를 보면서, 내 목소리로 너에게 말하고 싶었는데...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우리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겠지. 네가 나를 어떻게 지켜 주었는지, 우리 부모님을 어떻게 도와 주었는지,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이야기해 주겠지. 나는 까칠한 강이가 그렇게까지 해주었다는 것에 놀라면서,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너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겠지. 그런 나를 보면 어처구니 없겠지만...


강아... 우리에게 다시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너는 알잖아. 행복할 수 있도록 네가 이끌어 줘. 나는 너를 믿을게. 기억을 잃었어도 나는 끝까지 너를 믿을 거야. 이건... 그냥 알 수 있어.
강아... 네가 참 많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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