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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김석훈, 이 남자의 특별한 사랑법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반짝반짝 빛나는

'반짝반짝 빛나는' 김석훈, 이 남자의 특별한 사랑법

빛무리~ 2011. 5. 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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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반짝반짝 빛나는'에서 송승준(김석훈)과 한정원(김현주)의 멜로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제껏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송승준의 캐릭터가 갑자기 너무나 멋있어졌군요. 나름 속이 깊은 남자이긴 하나 성격이 너무 까칠하고 피곤한 스타일이어서 맘에 안 들었는데, 일단 한 여자를 향해 어렵게 마음을 열고 나니 그 누구보다 믿음직한 그녀만의 남자로 변신했습니다. 사랑하는 사이라 해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굳건한 믿음이란 그리 쉽게 생기는 것이 아니고, 굳건히 믿을만한 사람이 많지도 않은 것이 슬픈 현실인데, 송승준 같은 남자라면 마음 푹 놓아도 될 것 같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분위기가 흐른지도 오래 되었고 다짜고짜 먼저 다가와 키스까지 했으면서, 송승준 이 남자는 앞으로 어찌할 것인지 가타부타 말이 없습니다. 기다리는 한정원의 속은 바작바작 타들어갔지요. 고백도 하지 않고, 직장 동료 이외의 아무 관계도 아닌 상태로 놓아둔 채, 이 남자는 마치 연인이라도 된 것처럼 온갖 티를 냅니다. 수시로 간섭하고, 다른 남자와 전화 통화만 해도 폭풍 질투를 하면서 말이지요.

그래서 결국 한정원이 먼저 말합니다. "저는요, 이 남자가 아니라, 이 남자를 질투하는 당신이 좋아지려고 합니다!" 그리고 쑥스러움에 뛰쳐나갔지요. 여자가 먼저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이 남자는 응답이 없습니다. 하루종일 전화를 기다려도 소식이 없습니다. 급기야 화가 난 한정원은 출판사에서 송승준과 마주쳤을 때 바락바락 따지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대답은 없습니다. 자존심도 상하고 한없는 기다림에 지쳐갈 때쯤, 드디어 송승준이 결단을 내렸습니다.

벚꽃 날리는 길에서 그 남자가 그 여자에게 고백을 합니다.

"생각해봤는데... 나도 당신이 좋습니다. 누군가에게 내 시간을 주고, 내 마음을 주고, 내 슬픔을 준다는 게... 나한테는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어서 오래 망설였지만... 나보다는 내 눈이 당신의 눈을 보고 있고... 나보다는 내 마음이 당신을 닮고 있고... 좀 더 버팅겨 보려고 했는데 더 이상은 나도 무리입니다...... 꽤 자주 생각합니다, 당신을... 시시때때로, 시시각각, 호시탐탐, 늘 생각합니다, 요즘 내가 당신을...... 이제 내 여자 합시다. 친구 때려치우고 남자, 여자로 만나 봅시다, 우리."


저 대사를 듣는 순간 기절이라도 할 것 같더군요.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남자라면 정말 믿어도 될 것 같습니다. 느릿하고, 솔직담백하고, 그 뜻이 명확합니다. 그런데 현실에 과연 저런 남자가 몇 명이나 존재할까 싶기도 합니다. 보통은 매우 급하고, 거짓말을 쉽게 하고, 애매하게 얼버무리는 그런 사람들이 더 많은 세상이지요. 그만큼 보통 사람들의 말이란 작은 바람만 불면 날아가버릴 깃털처럼 가볍습니다. 하지만 오랜 고민 끝에 비로소 결정을 내리고 입을 연 송승준 이 남자의 말은 바위처럼 무겁습니다.

배유미 작가는 어쩌면 저런 대사를 쓸 수가 있었을까요? 참 신기합니다.

송승준을 자기 남자로 만들고 싶었던 황금란(이유리)은, 그가 집 앞에서 한정원과 포옹하는 것을 보고 두 사람의 관계를 알게 되자 분노가 폭발합니다. 원래 다른 드라마에서는 이런 설정이 있을 경우 악녀가 남주인공을 유혹하고 남자는 그 유혹에 조금씩 흔들리며 갈등이 유발되는 것이 일반적 진행인데, 황금란은 아주 운이 없는 편입니다. 남주인공 송승준의 캐릭터가 너무 확고해서 말이지요. 저런 말로 한정원에게 사랑을 고백한 남자가 또 다른 여자에게 흔들릴 수는 없을 겁니다. 황금란이 유혹해봐야 씨알도 먹히지 않을 거예요. 자칫하면 망신살이나 뻗치겠지요. 송승준의 까칠한 성격으로는 그렇게 될 가능성도 꽤 높습니다.

집에 들아온 한정원은 황금란이 퍼붓는 온갖 폭언을 듣고 상처받아 몹시 흐느끼기 시작합니다. 28년간 살아 온 자기 집이고 자기 부모인데, 느닷없이 부모의 친딸이 나타나 "내 집에서 나가!" 라고 소리치니 당연히 서럽겠지요. 한참 울고 있는데 송승준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목소리를 듣자마자 그가 묻습니다. "울어요 지금? 전화 끊을까요?" 하지만 위로가 필요했던 한정원은 대답한다. "아니오. 끊지 마세요." 가늘게 흐느끼는 소리를 들은 송승준은 말합니다. "괜찮으니까 편히 울어요. 편안해질 때까지 울어요."

그리고 이어서 또 하나의 명품 대사를 선보입니다. "오늘은 그냥 실컷 울고, 왜 울었는지만 내일 나한테 말해 줘요. 나... 알아야 겠어요. 당신 슬픔, 이제 당신 것만은 아니니까... 내 것이니까 나도 꼭 알아야 겠어요."


사랑하게 된다는 것은 슬픔을 나눠 갖는 사이가 된다는 것... 우리가 평소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나요? 오히려 그 반대가 아닐까요? 사랑하게 되면 슬픔이 아니라 좋은 것을 나누게 된다고, 더 정확히는 상대에게 많은 것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요? 무언가를 주고 싶어서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은 매우 적습니다. 절대 다수는 무언가를 받고 싶어서 사랑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비극은... 상대방 역시 그렇다는 겁니다. 서로 받으려고만 하니까 서로 점점 목이 말라오고, 그래서 이 시대에는 필연적으로 헤어짐이 많을 수밖에 없지요.

제가 한정원 캐릭터에 그닥 호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입니다. 저는 남녀 불문하고, 성격 급하거나 덤벙대거나 경솔한 언행을 저지르는 캐릭터를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한정원은 정말 순수하고 착하고 올곧긴 한데, 초반부터 너무 덤벙대고 경솔한 모습을 자주 보였기 때문에, 제 머릿속에는 일찌감치 민폐녀로 낙인찍혀 버렸습니다. 그런데 어떻게든 버팅겨 보려던 송승준은 왜 결국 한정원을 사랑하게 되었을까요?

송승준의 어머니 고여사는 순박한 순대국집 할머니가 아니라 사실은 사채업계의 큰손입니다. 평생 계산적인 삶을 살아 왔으며 아들에게도 가업을 이을 것을 강요했습니다. 송승준이 꿋꿋이 반항하자 결국 "가업을 잇지 않고 평생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대신, 결혼은 내가 골라 주는 사람과 해야 한다." 는 조건으로 아들에게 직업의 자유를 선사합니다. 멀쩡한 남자 송승준이 저런 말도 안 되는 약속에 동의한 것을 보면, 그 어머니가 얼마나 드센 양반인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아마 지금도 아들은 어머니를 이기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송승준이 어릴 때부터 사람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외롭게 살아 온 이유는 80% 이상이 어머니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주변에 모여드는 것은 온통 돈에 혈안이 된 사람들뿐이고, 그의 눈에 보이는 인간의 모습들은 순수나 믿음이라는 단어들과는 거리가 멀었지요. 아들에 대한 집착과 통제가 너무 강한 어머니 때문에 쉽게 친구를 사귈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절대적으로 사회성이 부족한 송승준의 성격 또한 그런 차원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닫고 살다가, 생각지도 않은 사랑의 습격을 받고 말았습니다. 자기의 모든 것을 다 보여주는, 솔직함과 순수함 그 자체인 여자 한정원을 만나게 된 것이지요. 송승준이 살아 온 세상에서는 설마 이렇게 투명한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상상조차 하기 힘든, 그런 인간형이었습니다. 유리알 같은 그 투명함에 조금씩 빠져들다 보니 헤어나올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한정원의 또 다른 특성들... 약간 덤벙대고 조금 경솔하고 가끔 주책스럽다는 결점들마저 귀엽게만 보입니다. 확실히 사랑이라는 불치병에 걸렸으니 이제 어머니와의 한판 승부가 남았군요. 결코 만만치는 않을 겁니다.

송승준 이 남자는 태산처럼 흔들리지 않겠지만, 어머니 고여사는 벌써 황금란의 여우짓에 넘어가 버렸으니 문제가 꽤 심각합니다. 황금란 혼자서는 거의 할 수 있는 일이 없겠지만, 고여사와 손을 잡는다면 얘기는 달라지니까요. 황금란이 송승준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는 없을지 몰라도, 한정원과 끝내 결혼하지 못하도록 방해할 수는 있을 것 같군요.

이렇게 한정원의 앞날은 가시밭길로 가득합니다. 거짓말처럼 삽시간에 온갖 불행이 들이닥쳤네요. 28년 동안 금란이 대신 자기가 마음껏 누리고 살았던 것들을 온전히 돌려주기 위해, 그리고 28년 동안 자기를 대신해서 금란이가 겪어 왔던 고통들을 모두 자기 것으로 돌려받기 위해, 한정원은 친부모의 그 가난한 집에 들어가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가난이 문제가 아니라 도박을 끊지 못하는 아버지 때문에라도 그 집안은 평화로울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친엄마는 녹내장으로 실명될 위기입니다. 새 가족들을 감당하기만도 벅찰 텐데, 모처럼 시작된 사랑조차 쉽지 않겠네요.

한정원은 제가 별로 좋아하는 캐릭터가 아니지만 사랑에 있어서만은 전폭적으로 그녀를 응원해 줘야겠습니다. 왜냐하면 송승준의 인품으로 보아 그 사랑은 깨어지지 않을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에요. 금란이를 응원하다가 야멸차게 외면당하면 괜히 기분 안 좋을 테니까, 어렵더라도 한정원에게 감정이입을 해보려 합니다. 생각할수록 송승준은 너무 멋진 남자라서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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