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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일' 송이수, 그의 기억이 돌아온다. 사랑한 기억이...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49일

'49일' 송이수, 그의 기억이 돌아온다. 사랑한 기억이...

빛무리~ 2011. 5. 5.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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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스케줄러 임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송이수(정일우)의 기억이 일부분이나마 확실히 돌아왔습니다. 원칙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그 세계에서의 기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송이경(이요원)을 향한 사랑이 얼마나 간절했길래, 그녀만 홀로 남겨두고 죽은 것이 얼마나 안타까웠길래 이토록 빨리 기억이 돌아왔을까요?


송이경의 졸업 앨범에서 자신의 얼굴을 발견하고, 자기가 바로 송이경이 사랑한 남자 송이수였음을 알게 된 이후로 스케줄러는 단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습니다. 유쾌하고도 시크하던 그의 원래 성격대로라면 일단 무시하고 넘어갈 법도 하건만, 어차피 스케줄러 임기만 끝나면 다 알게 될 테니까 그 때 가서 생각하자 하고 우선은 속 편히 지낼 법도 하건만, 어찌 된 셈인지 그러질 못합니다. 잔뜩 고민에 휩싸인 채, 언제나 송이경의 주변을 맴돌며 그녀를 주시하는 스케줄러의 눈빛에는 의혹과 더불어 왠지 모를 애틋함이 가득합니다.

누구와도 말하지 않고 완전히 세상에 담쌓고 살던 송이경은, 자신에게 빙의한 신지현의 따뜻함을 느끼며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중입니다. 정신과 의사 노경빈(강성민)에게 자신의 인생 스토리를 줄줄이 털어놓은 것부터가 아주 커다란 변화라고 볼 수 있지요.


여기서 잠깐 새는 이야기를 하자면, 그 동안 호감으로 보아왔던 닥터 노에게 엄청 실망했습니다. 정신과 의사가 자기 환자의 상담 내용을 낯선 사람에게 선선히 말해 주다니요? 강민호(배수빈)가 무슨 말로 노경빈을 설득했는지는 모르지만, 그건 의사로서도 결코 있어선 안될 일이고 송이경을 좋아하는 남자(혹은 친구)로서도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아무래도 그 설정은 실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무튼 송이경은 노경빈에게 죽은 송이수와의 추억을 털어놓았습니다. 5살 때 춘천역에서 엄마에게 버려졌고, 고아원에 보내진 첫날 이수를 만났고, 그 때부터 형제처럼 오빠처럼 친구처럼 그렇게 18년을 함께 했다고 말이지요. "그랬던 이수였는데, 날 버렸어요. 그리고 보름 후에 죽었어요. 나는 그를 놓을 준비도 안 됐는데, 하고 싶은 말도 있고 꼭 물어볼 말도 있는데 이수가 가 버렸어요."

언제나처럼 송이경의 주변을 맴돌던 스케줄러는 그 말을 듣고 충격을 받습니다. "내가... 버렸다고?" 송이경이 말을 계속합니다. "엄마가 버린 건 이수가 있어서 잊어졌는데, 이수한테 버려지고 나서는 누구도 믿을 수 없어졌어요. 나는 누구도 원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여기까지 들었을 때 스케줄러의 눈에서 생각지도 않은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살아있을 때의 기억은 잃었지만, 마음은 그대로 남아 있으니까요. 송이경이 죽은 듯 살고 있는 이유는 단지 사랑하는 남자를 잃어서만이 아니었습니다. 이 세상 아무도 자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자기는 아무에게도 필요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엄마로부터 버림받고도 씩씩하게 견뎌냈던 이경이지만, 누구보다 믿었던 단 한 사람, 송이수의 배신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송이수도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꼭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고 죽었기 때문에, 송이수는 그 일을 마무리하려고 스케줄러를 자원했었지요. 아무래도 그 일은 송이경의 오해를 풀어주는 일이 아니었을까 싶군요. 나는 결코 너를 버린 게 아니라고, 죽는 순간까지도 너를 사랑했고, 내 삶에는 언제나 네가 꼭 필요한 사람이었다고 말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송이경이 모든 희망을 잃고 지금처럼 죽은 듯 살아가리라는 것을 알기에, 남아있는 그녀를 위해서 꼭 해 주어야 할 일이었지요.


송이경이 신지현(남규리)으로부터 위로를 받고 있는 이유도 분명히 보입니다. 송이경은 최면치료 중에 신지현의 몇 가지 모습을 보았는데, 그 중에는 간절한 눈빛으로 "언니, 제발... 기운 좀 내 줘요~" 하고 애원하는 모습도 있었습니다. 바로 그 모습이 송이경의 마음을 가장 강하게 흔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누구도 자기를 원하지 않고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굉장히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듯한 그 여자는 하필 다른 사람 아닌 자기에게 매달려 애원하고 있었으니까요. 누군가가 나를, 내 도움을 아주 간절히 필요로 한다는 그 사실이 송이경의 마음에는 엄청난 위로가 되었을 것입니다. 물론 진심으로 자기를 위하고 염려해준다는 따스한 느낌도 중요했겠지만요.

그러고 보니 느닷없이 또 다른 49일 여행자가 등장한 이유도 약간 의심스럽습니다. 그 영혼에게 몸을 빌려준 사람은 바로 그를 식물인간으로 만든 범인이었지요. 퍽치기를 하더라도 지갑이나 훔쳐가면 그만일 것을, 돌멩이로 뒤통수를 찍는 바람에 엄청난 재산을 가진 한 남자가 죽음의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영혼은 분노와 미움을 참지 못하고, 그 사람의 몸에 빙의할 때마다 일부러 상처를 내고 많이 때렸습니다. 그리고 결국은 마지막 날이 되도록 단 한 방울의 눈물조차 얻지 못한 채 저승으로 떠나갈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의 영혼과 신지현의 영혼 사이에는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을까요?


신지현이 식물인간이 된 것은 송이경 때문입니다. 그녀의 어설픈 자살 시도로 인해 추돌사고가 일어나서 이렇게 된 거니까요. 어쩌면 49일 여행자에게 몸을 빌려주는 사람은, 그 영혼의 억울한 죽음에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 선정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것이 둘의 공통점입니다. 그리고 차이점은 더욱 명확하지요. 신지현의 영혼은 송이경을 진심으로 위하고 사랑하지만, 그 남자의 영혼은 자기가 빙의한 몸의 주인을 끔찍히 미워하고 증오합니다. 신지현은 송이경 때문에 자기가 식물인간이 되었음을 모르고 있지만, 설령 안다고 해도 송이경을 미워할 것 같지는 않군요. 

그 남자는 속절없이 저승행 엘리베이터를 타게 되었지만, 신지현은 다시 살아나겠지요. 신지현이 어이없이 죽는다면 드라마가 정말 모양 우습게 될 테니까요. 그렇다면 둘의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결국 신지현을 살리는 것은, 바로 송이경을 위하고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일지도 모르겠어요. 그 마음에 감화되어 송이경도 신지현을 사랑하게 되고... 49일 여행자와 빙의한 몸의 주인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미션(?)을 수행해야만 최종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뭐 그런 거 말이지요. 만약 이러한 원칙이 있다면, 그것은 나머지 두 방울 눈물의 주인공이 송이경과 송이수일 거라는 저의 예상과도 얼추 맞아떨어지는 듯 합니다.


신지현의 아버지 신일식은 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고, 무사히 의식을 회복했습니다. 이제 아버지 걱정을 한시름 덜자, 오지랖 넓은 신지현은 자기 코가 석자면서 또 송이경을 돕겠다고 설치기 시작합니다. 송이경이 예전에 근무했던 호텔까지 찾아가서 그녀의 행적을 되짚어 보는데, 함께 근무했던 동료가 보관하고 있던 예전의 소지품 중에서 충격적인 사진을 발견합니다. 송이수가 웬 낯선 여인의 어깨에 기대어 곤히 잠든 모습이었지요. 자세로 봐서는 퍽이나 다정해 보이는데... 송이수가 송이경 언니를 배신했던 거라고 확신한 신지현은 다짜고짜 스케줄러를 찾아가서 나쁜놈이라고 몰아붙입니다.

스케줄러는 사진을 보고도 절대 그런 게 아니라고 부인합니다. "너는 기억도 못한다며?" 빙의 송이경 안에서 신지현이 날카롭게 추궁합니다. "기억 못해도 이 여자는 아냐. 나한테 이 여자는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대체 기억도 못하면서 무슨 근거로 그렇게 확신하는 걸까요? 신지현이 따집니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한다고,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건 아니잖아!" 그 순간 스케줄러의 눈빛이 변합니다. 언젠가 송이경도 슬픈 눈빛으로 송이수를 보며 똑같이 말했었지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한다고,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건 아니잖아!"


느닷없이 폭포수처럼 기억이 되살아나며 스케줄러의, 아니 송이수의 두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오릅니다. 눈앞에 앉아 있는 빙의 송이경이 예전에 자기가 사랑했던 송이경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니야, 아니라구, 아니야 이경아! ... 송이경, 아니라구! 왜 내 말을 못 믿어?" 미친듯이 아니라고 외치는 모습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몹시도 억울한 것 같았어요.

그러다가 약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5년 전, 자기가 죽으면서 헤어졌던 그녀, 사랑하는 송이경이 바로 눈앞에 있습니다. 꿈만 같은 현실에 반갑고 슬프고 벅찬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오며, 송이수의 두 눈은 금방 실신이라도 할 것처럼 붉게 충혈되고 맙니다. "이경아... 이경아... 야, 송이경!" 홀린 듯 그녀의 얼굴을 향해 뻗어가는 송이수의 떨리는 손. 그리고 15회 엔딩.



그들의 이별은 오해 때문이었음이 확실해 보입니다. 아마도 송이수를 짝사랑했던 그 여자가 악의적인 장난을 쳤겠지요. 송이수에게 약을 먹였거나, 아니면 피곤해서 깊이 잠든 사이에 몰래 찍은 사진일 겁니다. 그녀는 사진을 다짜고짜 송이경에게 보냈고, 엄마에게 버림받은 상처로 인해 자존감이 낮은 송이경은 자기가 또 버림받았다고 생각했겠지요. 송이수가 아무리 아니라고 외쳐도 벌써 깊어진 상처와 배신감에 송이경의 마음은 회복될 줄 모르고... 이경이가 그토록 자기를 믿지 못한다는 사실에 화가 난 송이수는 욱하는 마음에 헤어지자는 말을 내뱉었을지도... 그러고 나서 괴로운 마음을 주체 못해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던 송이수는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겠지요. 

그녀의 99번째 생일도 축하해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렇게 일찍 혼자 떠나온 것도 한스럽거니와, 끔찍한 오해조차 풀어주지 못하고 왔으니 이경이가 그 상처를 끌어안고 어떻게 살아갈지 훤히 보이는지라, 송이수는 스케줄러 대장(반효정)에게 애걸복걸하여 간신히 한 자리를 얻어냈던 것입니다.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 만큼 깊고 강렬했던 그들의 사랑.


글을 쓰면서 깊이 몰입하다 보니 마음이 너무 아프군요.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송이수의 감정을 나타내는 정일우의 표정 연기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언제 그토록 연기력이 일취월장했는지 소름끼칠 지경이었어요. 신지현과 한강 커플은 해피엔딩을 기대할 수 있는데, 이경과 이수 커플은 아무래도 새드엔딩일 수밖에 없을 듯하여 더욱 더 가슴이 저려옵니다. 과연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슬픔일지 모르겠어요. '49일'의 대단원이 다가올수록 설레임 못지 않게 두려움도 커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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