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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일' 나머지 두 방울 눈물의 주인공은?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49일

'49일' 나머지 두 방울 눈물의 주인공은?

빛무리~ 2011. 4. 2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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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진실한 관계를 위해서는 꼭 필요하지만, 좀처럼 얻을 수 없는 것이 뭘까요? 저는 수백번 수천번을 생각해도 '믿음'인 것 같습니다. 믿지 못하더라도 무조건 사랑해야 한다는 것, 믿을 수 없는 녀석이라도 무조건 사랑해야 한다는 것, 그런 사랑이 진짜라는 것... 그래서 궁극적으로 '사랑'이 '믿음'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머릿속으로 알기는 합니다. 그런데도 저는 이상하리만치 '믿음'에 집착하게 되는군요.


주인을 따르는 강아지의 모습을 보고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이유는, 그 강아지가 속으로 무슨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까를 염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그냥 단순하게, 맘 편히 믿어도 되는 존재이기 때문에 저는 동물이 참 좋습니다.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는 자기방어기제의 작용으로 심히 고통스런 기억은 잊어버리게 된다지요? 기억이 날 듯도 하지만 굳이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너무 단순하게, 고민 없이, 아무 의심 없이 사람을 믿었다가 뒤통수를 맞은 기억들이 몇 번 있는 것 같아요. 외면적으로 큰 피해를 입은 적은 없는데, 내면적으로는 데미지가 꽤 컸던가봅니다. 언제부턴가 사람을 믿기가 참 어려워졌어요.


이상한 소리는 그만 하고, 드라마 이야기를 해야겠군요. '49일'의 여주인공 신지현(남규리)의 앞날에 청신호가 켜졌습니다. 지금까지는 완전히 절망적이었는데, 이제는 나머지 두 방울의 눈물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한강(조현재)이 흘려 준 첫번째 눈물을 제외하고는 더 이상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부모님 외에는) 없을 것 같았는데, 이제는 나머지 두 사람이 눈에 보입니다. 바로 송이경(이요원)과 송이수(정일우)입니다.

물론 송이수가 이미 죽은 사람이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그것이 가능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영혼 상태에서 흘리는 눈물은 소용없을 듯하니, 추측컨대 송이수는 스케줄러의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치면 잠시나마 다시 살아있는 인간으로 돌아오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뭔가 중요한 일을 하지 못하고 왔기 때문에, 그 기회를 얻기 위해서 송이수는 고달픈 스케줄러의 역할을 자원했지요. 그 해야 할 일이란 물론 송이경과 관련된 것일 테고요. 기억은 잃었어도 마음은 남아 있기에, 스케줄러가 때때로 송이경을 보며 느끼는 이상한 감정은, 그가 살아있을 때 그녀를 얼마나 사랑했던가를 증명합니다.

다만 신지현에게 남아 있는 16일의 유예기간과 스케줄러 송이수에게 남아있는 임기 사이에 어느 정도의 오차가 있는지가 중요하겠군요. 제 기억으로는 스케줄러의 임기가 정확히 며칠 남았다고 명시된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신지현의 49일 여행보다는 스케줄러의 임기가 조금이라도 일찍 끝나지 않을까요? 그래야 인간으로서 흘리는 송이수의 눈물이 신지현에게 도움이 될 테니까요.


신지현은 무력한 영혼 상태인 지금도 송이경과 송이수를 다시 만나게 해주려고 온갖 노력을 다 하고 있습니다. 자기 목숨 구하기 위해 눈물도 얻으러 다녀야 하고,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강민호(배수빈)의 음모도 파헤치러 다녀야 하는데, 자기 코가 석자인 그 짧은 시간에 '언니가 그리워하는 송이수를 찾아 주겠다고'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겁니다. 정말 대책없이 선량하고 오지랖 넓은 신지현입니다.

꿈 속에 나타났던 송이수(사실은 신지현에 빙의된 채 진안에 내려갔다가 마주친 스케줄러였지만)의 얼굴을 떠올리며 송이경이 애끓는 울음을 터뜨릴 때, 신지현은 그 곁에서 안타까워하며 함께 울었습니다. 비록 영혼 상태였지만 신지현은 아무 댓가 없이 송이경을 위해 순도 100%의 눈물을 흘려 주었습니다. 이 세상에 살아있는 사람 중에서 송이경을 위해 그토록 순수한 눈물을 흘려 줄 사람은 아마 찾을 수 없을 겁니다.

자기 몸을 어떤 영혼에게 잠시나마 빼앗겼었다는 사실 자체는 몹시 두렵고 불쾌한 일이겠지만, 신지현이 남기고 간 흔적들은 송이경의 마음속에 감동을 불러일으키겠지요. 누군가가 이토록 자기를 깊이 이해하고, 좋아하고,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했다는 것... 자기의 초라한 내면을 모두 알면서도 진심으로 사랑해 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송이경의 마음도 크게 흔들릴 것입니다. 더구나 그 때는 송이수를 다시 만나서 감정이 온통 격해져 있는 상태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제가 이런 추측을 하는 이유는, 기억을 잃었던 스케줄러가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사랑했던 송이경을 눈앞에 두고도 못 알아보고, 그러면서도 기묘한 감정의 뒤틀림에 괴로워하던 그가, 드디어 신지현이 찾아낸 졸업 앨범 속에서 자신의 얼굴을 발견한 것이지요. 송이경의 옆자리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자기의 사진과 그 밑에 또렷이 새겨진 이름 송이수... 자기 정체를 알고 기억을 되찾은 스케줄러는 어떻게 행동할까요?

스케줄러의 임기 5년을 채운다고 해서 죽었던 송이수가 부활하여 예전과 똑같은 사람의 몸이 되어 늙을 때까지 오래오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 정도의 절대적 혜택이 주어진다면 스케줄러 시스템은 지원자가 넘쳐나서 감당할 수 없게 될 테니까요. 다만 며칠 정도 이 세상에 돌아와서 꼭 필요한 일들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막상 다시 살아나서 송이경을 만나게 되면 절대 헤어지고 싶지 않겠지요. 안타까운 연인들을 보며 신지현은 그 성격상 또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애쓰겠지요. 심지어 자기에게 남은 시간을 희생해서라도... 왜냐하면 어차피 나머지 눈물 두 방울은 구할 수 없을 것 같으니까요.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이면서 진심으로 도와주려 하는 신지현의 마음에 감동한 송이경과 송이수는 순수한 마음으로 그녀를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영혼이 된 후의 일들뿐만 아니라 오래 전, 타로카드로 그들의 운명을 점쳐 줄 때도 신지현은 송이경과 송이수를 위하는 마음으로 선의의 거짓말을 해 주었고 마술을 부려 장미꽃 한 송이도 선물해 주었습니다. 송이수는 그 장미꽃으로 송이경에게 프로포즈를 했었지요. 이렇게 살아서의 인연으로도 얽혀 있으니, 신지현을 위해 흘리는 송이경과 송이수의 눈물은 신지현이 얼마나 가치있는 삶을 살아왔는가를 증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글을 시작하면서 언급했듯이,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믿음이란 가장 소중한 것이면서도 좀처럼 얻을 수 없는 것입니다. 우선 '49일'의 주인공 신지현부터가 철석같이 믿었던 약혼자와 친구로부터 뼈저린 배신을 당했지요. 뿐만 아니라 대학시절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조차도 그녀를 위해 진심어린 눈물 한 방울 흘려주지 않았습니다. 설마설마 그럴까, 한 방울쯤은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했는데, 현실은 절망적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친구들 역시 신지현을 믿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너무 긍정적이고 착하기만 했던 신지현의 성격을 친구들은 "잘난체 한다"고 표현했으니까요. 예쁜 얼굴에 좋은 부모님과 경제적 풍요로움까지 모든 것을 다 갖춘 신지현은 질투의 대상이 되기 쉬웠습니다. 그녀보다 못 갖춘 것이 많은 친구들은 "저것이 잘난체 하면서 남의 속을 긁네. 나도 너처럼 모든 것을 가졌다면 너처럼 착할 수 있어." 라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겉으로만 친하게 지냈을 뿐, 속으로는 진심이 아니었습니다. 순진한 긍정공주 신지현은 꿈에도 생각 못했던 진실.

하지만 스케줄러 송이수는 영혼 상태의 신지현을 직접 만났고, 그녀의 순수한 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송이경은 신지현과 한몸이 되어 생활했으며, 송이수의 도움으로 그 시간의 기억을 모두 되찾게 된다면 누구보다 신지현의 마음을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세 사람 사이에는 '믿음'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송이경과 신지현은 벌써부터 영혼이 통하고 있는 듯합니다. 송이경은 분명히 신지현의 존재를 감지하고 있으면서도, 최면치료를 끝낸 후 신경정신과 의사 노경빈(강성민)에게 "말하고 싶은데... 말하면 안될 것 같아요" 하면서 그냥 되돌아왔지요. 이로써 송이경이 신지현의 협조자가 될 것을 예감할 수 있습니다.


신지현이 나머지 두 방울의 눈물을 구하지 못하고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떠나가려 할 때, 송이경과 송이수가 그녀를 위해 울어 준다면 이 드라마는 해피엔딩이 되겠군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새드엔딩일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악역 강민호와 신인정(서지혜)이 이제 와서 참회하고 신지현을 위해 눈물을 흘린다 해도, 그것을 어찌 감히 순도 100%의 눈물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후회와 부끄러움과 비참함 등등 온갖 불순물이 섞여 있을텐데 말입니다.

지금으로서는 신지현을 위해 순수한 눈물을 흘려 줄 사람이 아무도 없고, 또 다른 누군가가 새로 등장한다는 것도 매우 어색하지요. 결국은 송이경과 송이수 외에는 없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다만 그 과정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가기가 쉽지는 않을 듯한데, 소현경 작가의 능력을 믿어 보려 합니다. 볼수록 가슴이 저리고, 그 저릿함이 행복한 드라마 '49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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