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49일' 순도 100% 한강의 눈물, 신지현을 구하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49일

'49일' 순도 100% 한강의 눈물, 신지현을 구하다

빛무리~ 2011. 4. 21. 06:55
반응형



지난 주 신지현(남규리)의 목걸이에 첫번째 눈물 방울이 담겼을 때, 저는 당연히 한강(조현재)의 눈물일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바로 직전에 나온 장면이 한강의 방에 놓여있는 화분에서 신지현의 도장이 발견되고, 그것을 본 한강이 소스라치게 놀라는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바로 다음 장면에서 송이경(이요원)의 몸 속에 갇힌 신지현의 영혼은 하늘을 향해 "살려주세요, 난 살아야 해요, 살고 싶어요" 하고 간절히 외치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순간 그녀의 목걸이가 눈부신 빛을 내더니 첫번째 눈물 방울이 담겨졌습니다. 정말 감격적인 순간이었죠.


저는 드라마 리뷰를 쓸 때 추측성 글은 되도록 쓰지 않는 편입니다. 사실 그 쪽에는 별 능력이 없거든요. 저는 그 눈물의 주인이 당연히 한강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대다수의 아주 많은 분들이 신지현 자신의 눈물이라고 판단하는 글을 쓰셨기에 슬그머니 자신이 없어져서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더구나 그분들의 주장에는 상당히 탄탄한 논리가 뒷받침되어 있었거든요. 타인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도 맞는 말이었고, 스케줄러는 "부모 형제 등의 혈육을 제외하고, 너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눈물 세 방울을 얻으라"고 했으니 그 예외 조건 중에 자기 자신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도 그럴듯 했습니다.

겹겹이 닥친 불행과 막막한 상황으로 인해 실의에 빠진 신지현은 결국 자기 목숨을 포기하고 떠나려 했으나, 병든 몸으로도 힘겹게 버티며 자기가 깨어나기만을 기다리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는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믿었던 약혼자와 친구들이 거의 모두 배신해 버린 지금, 세 방울의 눈물을 얻을 가능성은 거의 없으니 상황은 절망적입니다. 그런데도 신지현은 포기하지 않고, 그 언제보다 간절하게 하늘에 매달리며 살려달라고, 나는 살고 싶다고 기도합니다. 이런 모습을 어쩌면 처절한 자기 사랑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겠지요. 정말 사랑하는 사람의 목숨은 결코 쉽게 포기할 수 없어 끝까지 잡고 있는 게 당연할 테니까요.


하지만 저는 '자신에 대한 사랑'과 '살고 싶어하는 욕구'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신지현의 경우는 죽음에서 삶 쪽으로 마음을 바꾼 이유가 자기 자신 때문이 아니라 아버지를 향한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니 "살려주세요" 하면서 흘린 눈물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순도 100%의 눈물이라고 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지 않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는 그 눈물이 신지현의 것이라고는 믿고 싶지가 않았어요. 우선 그토록 궁금증을 자극하던 세 방울의 눈물 중 한 방울의 주인공이 자기 자신이라는 자체가 저는 너무 싱겁고 재미없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이유는 "타인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는 것이 원칙상 맞는 말이긴 한데, 그런 교훈적 내용이 표면에 나타나면 드라마의 작품성이 훼손될 것 같았습니다. 드라마는 예술이지 교과서가 아니니까요.

전하려는 메시지가 어떤 방식으로 표현되느냐에 따라 그 작품은 예술과 교과서로 갈라지게 되지요. 내면에서 은은한 향기로 풍겨나오면 예술이고, 겉으로 훤히 노출시키면 교과서입니다. 때로는 그 노출의 정도가 대놓고 너무 심해서 민망하기 짝이 없고 손발이 오글거리는 교과서 드라마가 만들어지는데, 고현정 주연의 '대물'이 바로 그런 경우라 하겠습니다.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다면 남자 주인공 한강의 캐릭터를 최대한 빛나게 해 줄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처음부터, 그러니까 1회에서 신지현이 교통사고를 당하고 스케줄러(정일우)를 만나 49일간의 여행을 시작할 때부터, 그녀에게 첫번째 눈물을 선물할 사람은 한강 외에는 없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관련 포스팅 : 그녀를 위해 눈물 흘릴 첫번째 사람) 또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재 서브남주인 강민호(배수빈)가 매우 강력한 악역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상대할 선역으로서 남주인공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한강은 절대절명의 위기에 처한 신지현을 위해 가장 든든한 보호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첫번째 눈물을 한강이 흘려 줌으로써 절망에 빠진 신지현을 구해내야 합니다. 그리고 비밀을 알게 된 후에는 그녀가 세상에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주어야 합니다. 한강이라는 인물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에요. 그런데 신지현 자신의 눈물이 첫번째 자리를 차지해서 한강의 눈물이 뒷전으로 밀려나게 되면, 남주인공의 존재감이 너무 약해집니다.

어정쩡하게 두번째 순서를 주기도 뭣하니 차라리 맨 마지막 순서는 어떨까도 싶지만, 그렇게 되면 한강은 신지현의 외로운 49일 여행 동안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게 됩니다. 그토록 사랑했으면서, 드라마가 끝나갈 때까지 그녀의 비밀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채 멀뚱멀뚱 보고만 있는 남주인공이란, 얼마나 둔하고 비실하고 매력없어 보이겠습니까! 아무리 거듭 생각해 봐도 첫번째 눈물의 주인공은 신지현 자신이 아니라 반드시 한강이어야만 했습니다. 정말 다행이에요..^^

줄곧 "나 미친 거 아니야?" 하면서도 송이경을 신지현이 아닐까 의심해 오던 한강은, 어느날 갑자기 자신의 방 화분에서 발견된 신지현의 도장을 보고 송이경의 정체를 확신하게 됩니다. "지현이는 한 번도 내 방에 들어온 적이 없었어..." 그렇다면 다른 누군가가 한 짓이란 얘기인데, 범인은 송이경 외에 지목할 사람이 없지요. 송이경에게서 드러나던 신지현의 손짓, 몸짓, 고갯짓, 노래소리 등 모든 것이 다시 떠오르며 한강은 놀람과 기쁨에 휩싸입니다.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일... 어쩌면 무섭고 괴기스러운 일이지만, 영영 돌아올 수 없을 것 같던 신지현의 영혼이 그렇게라도 가까운 곳에서 자기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는 사실이 그저 기쁘기만 합니다.


한강은 급히 차를 몰고 신지현의 육신이 누워 있는 병원으로 달려갑니다. 그리고 텅 빈 병실의 침대에 홀로 누워 있는 신지현에게 말합니다. "너였어, 네가 내 옆에 있었어... 반갑다, 신지현... 대체 어떻게 된 건지 모르지만... 반가워!"

100%의 진심이란 것을 과연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정말 소현경 작가의 능력은 놀랍습니다. 저렇게 간결한 대사로도 충분한 표현이 되는군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다른 무엇도 상관없이, 나는 너를 다시 만나서 너무나 기쁘고 반가울 뿐이라는 한강의 진실한 마음이 저 꾸밈없는 대사에서 그대로 드러납니다. 인간의 감정은 수시로 변하며 그 농도도 일정하지 않으나, 최소한 저 순간에 한강의 눈에서 흘러내린 눈물은 순도 100%가 맞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한강의 눈물이 목걸이에 담기면서 신지현은 절망에서 빠져나와 다시 웃게 되었습니다. 타고난 '긍정공주'의 성향이 뭐 어딜 가겠어요? 나머지 두 방울의 눈물을 모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더 이상 애태우지 않기로 했습니다. 사랑받는 일은 억지스럽게 노력한다 해서 되는 일이 아님을 깨달았기에, 주어진 시간 동안 발을 동동 구르며 눈물을 모으려고 뛰어다니는 것보다는 강민호 때문에 위험에 빠진 아버지를 구할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 외에 누군가 단 한 사람이라도,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 준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에 한없이 기뻐하며 감사하기로 했습니다.

그 동안 사방팔방에서 역동적 활약을 보여주는 악역 강민호에 비해, 남주인공 한강은 너무 조용하게만 있었지요. 그런데 이제 드디어 그가 일어나서 적극적으로 활약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 남자의 행동 하나하나가 어쩌면 이렇게도 감동적일까요? 방백으로 처리되는 한강의 대사를 듣고 그의 행동을 보면 그가 얼마나 신지현을 사랑하고 있는지, 그 진심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를 아주 절절하게 느낄 수가 있습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모든 신경이 상대방에게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그 사람에 관해서는 더없이 예민하고 눈치가 빠릅니다. 한강은 예전에 신지현과 투닥거리며 지낼 때에도, 그녀가 먹을 파스타에는 월계수잎을 넣지 말라고 주방에 미리 일러둘 만큼 섬세했습니다. 지금 송이경 안에 들어있는 것은 분명 신지현인데, 그녀가 극구 부인하자 한강은 즉시 그 이유를 알아차립니다. '말하면 안되는 거구나!' 그래서 더 이상 그녀를 입장 난처하게 하지 않고 한발 물러서서 우회적인 방법을 선택합니다. 만약 한강이 언성을 높이며 "너 대체 왜 그래? 너 신지현 맞잖아, 거짓말하지 마!" 이런 식으로 계속 곰팅이같이 다그쳤다면 적잖이 실망스러웠을 거예요.

사랑에 빠진 사람은 인내심이 강해집니다. 그녀의 집 앞 골목길을 서성이며 밤을 꼬박 새웠는데도 피곤한 기색조차 없습니다. 그녀를 위해 필요한 일이었으니까요. 신지현은 자초지종을 솔직히 말할 수 없는 입장이고,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를 한강은 스스로 노력해서 알아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신지현과 송이경이 어떤 관계인지부터 알아내기 위해 그는 집 앞에 밤새도록 잠복(?)하여 그녀의 모습을 지켜봅니다.

오밤중에 부시시한 머리를 한갈래로 질끈 묶고, 무표정한 얼굴로, 허깨비 같은 몸놀림으로 비척비척 걸어들어가는 송이경을 보며 한강은 의아한 표정을 짓습니다. 예전엔 미처 몰랐는데, 진실을 알게 된 지금은 명확히 두 여자의 차이점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지금 한강의 눈에 비쳤던 그 여자는 결코 신지현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환하게 내리쬐는 햇빛 아래로 웨이브진 머리칼을 찰랑거리며 어제와 똑같은 얼굴의 그 여자가 나옵니다. 하지만 표정에는 생기가 넘치며, 발걸음과 손놀림은 나풀나풀 가볍고 경쾌합니다. 골목길 한켠에서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던 한강의 눈에 비로소 안도감 어린 미소가 떠오릅니다. 신지현의 영혼이 아주 떠나간 것이 아님을 알았으니까요. 송이경의 몸을 하루에 몇 시간 동안만 빌려서 활동할 수 있는 신지현의 일과표를, 이제 한강은 대충 꿰어맞출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치지 않는 인내심으로 이루어낸 결과였습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상대방을 위해 그 어떤 노력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언젠가 한강은 가족처럼 친하게 지내는 가게 지배인 오해원(손병호)으로부터 49일 여행자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무심히 들어 넘겼습니다. 그런데도 지금 신지현이 처한 상황이 바로 그것임을 곧바로 예리하게 짚어 내는군요. 이렇게 놀라운 기억력과 판단력은 역시 사랑으로 인한 신경 집중의 결과라고 할 것입니다. 한 때 진안에서 승려 생활을 했던 오해원은 한강의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을만한 인물을 넌즈시 소개해 줍니다. 한강이 그 먼 곳까지 혼자서 차를 몰고 달려가 높은 산에 올라가 암자를 찾고 50년간 수도생활을 해 온 귀인을 만난 것은, 모두 신지현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의 마음속에는 저절로 상대방에 대한 측은지심이 자라납니다. 한강이 신지현을 살릴 방법을 찾기 위해 진안에 내려온 바로 그 날, 공교롭게도 강민호 역시 사업상의 일을 해결하기 위해 진안에 도착했습니다. 물론 한패였다가 뒤늦게 배신할 낌새를 보이는 공장장을 달래는 비열한 업무였지만 말입니다. 강민호의 뒤를 캐고 싶었던 신지현의 영혼은 그에게 관심이 있는 척 연기하며 달라붙어서 진안까지 왔으나, 강민호가 혼자 해결할 일이 있다며 그녀를 완강히 떼어놓는 바람에 결국 놓치고 말았습니다. 오늘도 꼬리잡기는 글렀네요. 신지현은 약속한 저녁 때까지 시간을 때우기 위해 학창시절을 보냈던 모교를 둘러보는데, 마침 한강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학교를 찾아왔다가 그녀를 발견합니다.


송이경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녀가 신지현이라는 것을 한강은 압니다. 그리고... 혼자 되뇌입니다. "신지현, 그 동안 얼마나 외로웠니? ... 아무도 너를 알아봐 주지 않고... 아무한테도 말 못하고 혼자서... 혼자서 얼마나 외로웠을까?" ... 이 대사 역시 명품이었습니다. 바닥에 떨어져 깨져 버린 딸의 사진액자를 주워들고 가슴아프게 중얼거리던 아버지의 대사보다는 좀 약했지만, 그래도 진짜 사랑한다는 것을 여실히 느끼게 해 주었어요. 그녀가 표현하지도 않는데 그녀의 고통스런 감정을 스스로 끌어다가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은,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니까요. 보통은 아무리 표현을 해도, 귀에 못이 박히게 말해 주어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한강이라는 남자는 그 이름처럼 넓은 심성과 깊은 사랑을 지녔습니다. 어린 학창시절부터 화려한 20대가 다 지나가도록 혼자서만 간직해 온 그 간절한 사랑이 드디어 빛을 발하기 시작했으니, 앞으로의 활약이 무척 기대가 됩니다. 이제 머지않아 신지현도 한강이 자기의 정체를 알아냈다는 사실과, 오랫동안 자기를 사랑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겠지요. 서로 눈이 마주칠 때마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해야 할, 이 예쁘고도 가엾은 연인들의 운명이 참 얄궂습니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