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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주인공 김현주를 비호감으로 전락시키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반짝반짝 빛나는

'반짝반짝 빛나는' 주인공 김현주를 비호감으로 전락시키다

빛무리~ 2011. 3. 2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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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은 흔한 출생의 비밀과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는 다소 식상한 설정이지만, 스피디한 전개와 배우들의 명연기 덕분에 나름대로 신선한 재미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불과 11회만에 거의 모든 등장인물이 두 여인의 기막힌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었고, 13회에는 드디어 양쪽 집안의 엄마들이 만나 두 딸의 거취 문제를 의논하는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완전히 속전속결입니다.


현재 가장 몰입도가 높은 인물은 황금란(이유리)입니다. 인터넷 기사의 댓글들을 살펴보면 거의 대부분 시청자들이 황금란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녀의 편에 서 있습니다. 부와 지성을 겸비한 부모의 외동딸로 귀하게 태어났으나 병원측의 실수로 가난한 집 둘째딸과 뒤바뀌어 29살이 되도록 견디어 온 그녀의 삶은 너무나 힘겨운 것이었기에, 이제 친부모를 찾아 그 올가미 같은 삶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황금란을 많은 사람이 응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황금란은 점점 더 심한 악역 본능을 드러내면서 조금씩 미운털이 박히게 되겠지만, 현재까지의 진행 과정은 바람직한 편입니다. 악역 캐릭터가 설득력 없이 그냥 나쁜놈이 되면 너무 구태의연한 권선징악형 드라마가 되어서 망가지거든요. 지금처럼 악역에 대한 초반 몰입도가 강한 것은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데 황금란이 살아나고 있는 것에 비해, 주인공 한정원(김현주)의 캐릭터는 오히려 비호감으로 치닫고 있군요. 이것은 별로 바람직한 현상이 아닙니다. 주인공은 언제나 드라마의 중심으로서 강한 몰입도를 지닌 캐릭터라야 하는데, 지금처럼 겉돌며 공감을 일으키는 데 실패하면 드라마 자체가 위험해집니다.

황금란은 당차고 영리한데, 한정원은 다혈질에 푼수떼기입니다. 워낙 정이 많은 성격이라 그런 점에서 예뻐 보이기는 하지만, 심각한 실수와 술주정이 너무 잦아서 눈살이 찌푸려질 때가 많습니다. 김현주의 연기력은 나무랄 데가 없는데, 캐릭터의 매력이 영 따라주지를 못하네요.



자기 출생의 비밀을 알고 힘들어하던 한정원은 직장 상사인 송승준(김석훈)의 어머니가 경영하는 순대국집에서 곤드레만드레 취하여 온갖 민폐를 끼치는데, 까칠한 성격의 송승준은 오히려 그 모습을 보고 깊은 동정심을 느낀 나머지 그녀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사랑의 시작이 아주 생뚱맞다고 느껴질 만큼, 이제까지 한정원은 주인공으로서 별다른 매력을 발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수와 술주정은 귀엽게 봐줄 수도 있겠으나, 중요한 순간에 이기심을 드러내는 것은 비호감의 끝으로 나아가는 지름길입니다. 한정원을 길러준 어머니 박정수는 친딸 황금란이 직장까지 찾아 온 사채업자들에게 시달리더라는 소식을 듣고는, 더 이상 금란을 험악한 환경 속에 버려둘 수 없다 결심하고 금란을 기른 어머니 고두심에게 만나자고 연락을 합니다. 그리고 마주앉은 자리에서 단도직입적으로 금란을 데려오겠다고 말합니다. 고두심은 기막혀하며 그럼 자기 친딸 정원이는 돌려주겠냐고 묻지만, 박정수는 금란과 정원을 모두 자기가 거두겠다고 단호히 말합니다. 보다 좋은 환경을 지닌 부모로서의 당당함이었습니다.

박정수는 정원과 금란에게 따로 연락하여 그 자리로 불러냈는데, 그 이유는 딸들이 이미 다 성장했으니 아이들의 선택에 맡기자는 것이었습니다. 일찍부터 벼르고 있던 황금란은 즉시 친부모의 집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확고한 뜻을 말합니다. 고두심에게는 "엄마, 미안해. 나 그냥 보내 줘." 라고 부탁하면서요. 길러 준 엄마에게 잔인하다 싶지만, 그 동안 황금란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알기에 충분히 이해가 되는 반응이기도 했습니다. 오히려 금란의 선택에 분노하는 언니 태란(이아현)을 비롯한 가족들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더군요. 고생하던 가족에게 좋은 일이 생겼는데 축하해 줘야 마땅하지요. 앞으로 연락을 끊고 살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런데 한정원의 반응은 상당히 어이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녀에게 주어진 선택권은 지금처럼 길러 준 부모의 집에서 살 것이냐, 친부모의 집으로 옮겨갈 것이냐, 둘 중 하나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한정원은, 지금 자기가 살고 있는 집에 황금란이 들어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대답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면서 엄마 박정수에게 자기와 황금란, 둘 중 하나만 선택하라고 강요합니다. 이토록 이기적이고 철딱서니가 없다니, 삽시간에 여주인공 한정원은 비호감의 극치가 되어 버렸습니다.

박정수는 이미 금란이가 자기들의 친딸임을 알게 되었고, 불쌍한 그녀를 집으로 데려오고 싶어합니다. 금란이도 친부모와 함께 살고 싶어합니다. 서로가 원하는 이상, 천륜으로 이어진 그들 가족이 함께 살지 못하도록 가로막을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물론 28년간 함께 살아 온 한정원도 분명한 그 집의 딸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친딸인 금란이 그 집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을 권리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한정원은 바락바락 성질을 부리며, 절대로 자기 집에서 함께 살기는 싫으니 금란과 자기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고 엄마에게 잔인한 요구를 한 것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집에 와서 박정수에게 너무하다고 소리칩니다. 새하얗게 질려서 부모의 권리 주장도 제대로 못하던 고두심을 생각하며, 그분한테 너무했다고 한 것입니다. 다짜고짜 황금란을 내놓으라고 한 것은, 가난하면 부모 노릇도 하지 말라고 대놓고 말한 거나 다름 없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벌써부터 친엄마를 그토록 간절히 생각하는 한정원은, 절대로 그 집에 들어가 함께 살겠다고 말하지는 않는군요. 지난 번에 그 못난 아버지와 형부를 보고 나서는 자기 입으로 "재앙 같다"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결국은 그녀도 지금의 좋은 환경을 포기할 수 없고, 그 가난한 환경으로 들어가기 싫은 것입니다. 그러면서 황금란이 원래 자기의 것이었던 좋은 환경을 되찾겠다는데, 심통을 부리며 그것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철없고 이기적인 여주인공입니까!


박정수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선택이었습니다. 친딸이 아직도 억울하게 온갖 고초를 겪으며 그 열악한 환경에서 시달리고 있는데,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서 어찌 보고만 있겠습니까? 양아버지의 빚 때문에 대신 산으로 끌려가 생매장까지 당할 뻔하고, 사채업자가 보낸 깡패에게 회사 주차장에서 얻어맞는 그 험악한 환경 속에 어떻게 친딸을 내버려 둘 수 있겠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대체 뭘 어쩌라고 한정원은 길러 준 엄마를 몰아붙이는 겁니까?

특히 둘째딸 황금란을 의지하며 살아 온 고두심의 입장이 딱하기는 하지만, 부모로서 자식을 보호하기는 커녕 오히려 방패막이로 내세우고 등골이나 빼먹으며 살아왔던 셈이니 차라리 인과응보라 해도 좋을 것입니다. 친자식에게도 그렇게 했으면 미안할 일인데, 남의 자식을 데려다가 그 고생을 시켰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지요. 친부모가 내놓으라고 하면 더 이상 등골 빼먹지 말고 순순히 내어주어야 하는 것이 고두심과 길용우의 입장입니다.

이제껏 자기 부모, 자기 집인 줄만 알고 살아왔는데 사실은 이 모두가 자기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 한정원의 두려움과 불안감을 짐작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기가 누려 온 것들이 삽시간에 물거품처럼 사라질까봐 모든 변화를 인정하기 싫고, 지금까지 살아 온 것처럼 앞으로도 똑같이 살고 싶은 마음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땡깡을 부리며 부모와 친딸 사이를 가로막는 행동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무슨 어린애도 아니고 그 정도의 사리분별력이 없나요?


한정원이 이토록 철없이 구는데도 길러 준 부모는 너그럽기만 합니다. 몰아붙이지 않고 그녀가 마음의 준비를 할 때까지 기다려 주기로 한 것입니다. 다음 회 예고편을 보니 드디어 한정원이 약간 마음을 열어, 집에서 황금란과 함께 살기로 결심한 것 같더군요. 그런데 오히려 황금란이 섬뜩한 어조로, 나는 너와 여기서 함께 살 생각이 없다고 말하며 한정원을 몰아내려는 모양입니다.

어차피 주인공은 한정원이고 황금란은 더욱 더 얄밉게 악역 본능을 드러낼 일만 남았으니, 회를 거듭할수록 불쌍한 한정원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지고 황금란은 밉상이 되어가겠지요. 또 그렇게 되어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보여준 철딱서니없는 행동으로 인해 주인공이 비호감으로 낙인찍혔으니 어쩌면 좋을까요?

주인공은 드라마의 얼굴이기 때문에, 주인공의 이미지 메이킹에는 무엇보다 신중하게 공을 들여야 합니다. 일단 주인공이 망가지면 드라마 전체가 비틀거리게 되니까요. 한 번 실수로 캐릭터가 망가졌다 해서, 개연성 없이 생뚱맞게 인물 성격을 변화시키면 안 되기 때문에,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에도 긴 시간이 걸립니다. 주인공은 단역처럼 중간에 포기할 수도 없으니까요. 부디 이번 실수를 거울삼아 앞으로는 주인공을 망가뜨리지 않도록 좀 더 신경 써 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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