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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 아름다워진 노민우, 첫 등장이 아쉬운 이유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마이더스

'마이더스' 아름다워진 노민우, 첫 등장이 아쉬운 이유

빛무리~ 2011. 3. 2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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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준(노민우)은 '마이더스'가 시작될 때부터 제가 큰 관심을 가졌던 캐릭터입니다. 그런데 첫 등장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삽시간에 관심 밖으로 밀려났었지요. 지나치게 선정적이어서 충격이었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저는 충격보다 더 큰 짜증스러움을 느꼈습니다. 자극적인 장면을 통해 일시적으로 얼마나 시청률을 올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그 변태스런 등장 때문에 캐릭터가 처음부터 망가지는 것은 신경쓰지도 않는 듯한 제작진의 어리석음 때문이었습니다.

재벌가의 서자는 온갖 드라마에서 지긋지긋하도록 흔한 캐릭터입니다. 외부적으로는 모든 것이 채워졌으나 내면적으로는 모성의 결핍을 비롯해 꼭 필요한 것들마저 채워지지 못한 그 언밸런스함은 언제나 사람을 심하게 망가뜨리지요. 유명준은 기본적으로 이렇게 식상한 설정을 지닌 캐릭터인데, 조금이라도 신선하게(?) 등장시키고 싶었던 고충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래서 기껏 선택한 등장의 방식이, 서너명의 벌거벗은 여자들과 호텔방에서 대낮이 되도록 뒹굴다가 느닷없이 들이닥친 누나에게 그 추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들키도록 하는 것이었을까요? 정말 그게 최선이었을까요?


드라마 속의 인물에게는 넘지 말아야 할 마지노선이 있습니다. 영화라든가 케이블 드라마에 비해, 공중파 드라마는 그 선이 더욱 더 엄격합니다. 아니, 엄격해야만 합니다. 아무리 몇 살 이하의 청소년은 시청하지 말라는 표시를 띄워 봤자 실제로는 별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누가 모릅니까? 유명준이 처음 등장하던 장면의 퇴폐성은 단지 선정적이라는 단어로 묘사하기에는 그 정도를 한참 넘어서, 어른이 보기에도 역겨울 지경이었습니다. 청소년에게 주었을 악영향은 일단 차치하더라도, 유명준의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어필하려면 결코 범하지 말아야 할 실수였습니다.

'마이더스'가 8회에 이르른 지금 유명준의 캐릭터는 참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는 더 이상 철없이 놀던 재벌가의 도련님이 아닙니다. 이제 그는 사람에게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았기에, 누나 유인혜(김희애)의 위험한 질주를 멈추게 할 유일한 구원자로 나타났습니다. 처음에는 추한 변태였던 사람이, 지금은 아름다운 천사의 이미지로 바뀐 것입니다.


김도현(장혁)의 약혼녀 이정연(이민정)에게 염치도 없이 막무가내로 들이대던 밉상 시절에 비하면(위 사진), 지금은 눈빛부터가 달라졌습니다(아래 사진). 이정연을 바라보는 유명준의 눈빛 속에는, 그녀의 고통을 덜어주고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뿐 다른 것은 없습니다. 이토록 놀라운 변화를 가져온 것은 유명준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는 병입니다. 뚜렷한 병명은 나오지 않았지만, 어설펐던 복선으로 미루어 볼 때 아마도 말기 췌장암이 아닐까 싶군요.

수년간의 타임워프가 진행되는 동안 유명준은 자기 몸 속에 자라고 있는 치명적 세포의 존재를 알았고, 가족들 몰래 외국에서 수술을 받는 등 살기 위한 노력을 혼자서 해 왔으나, 이제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마지막을 준비하는 단계입니다. 비밀리에 그의 통증을 관리해 줄 간호사로 파견되어 온 사람이 이정연이었기에, 두 사람의 재회는 우연히도 그렇게 이루어졌지요. 한때는 경멸하고 미워했던 사람이지만 너무나 초췌해진 유명준을 보고 마음이 흔들린 이정연은, 불편하면 다른 간호사를 부르겠다는 명준에게 기꺼이 자기가 돌봐주겠노라고 대답합니다.


사실 이정연의 캐릭터에는 설득력이 매우 부족합니다. 오랫동안 사랑했고 결혼까지 하려던 김도현에게 버림받기는 했지만, 복수까지 다짐하기에는 별로 큰 상처를 받은 것이 없어 보이거든요. "헤어질 수도 있는 거지 뭐" 라고 말하는 것처럼 이정연은 쿨하게 직장에도 열심히 다니고, 아버지와 사이좋게 술잔도 기울이면서 안정적 삶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유인혜의 론아시아 때문에 아버지의 작은 사업이 망할 위기에 처했고 시위 진압 과정에서 좀 다치기는 했지만, 그 또한 사업적인 문제일 뿐인데 이정연이 유인혜에게 복수한답시고 눈에 불을 켤 이유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런 이정연에 비해 오히려 유명준의 캐릭터에는 상당한 설득력이 부여되었습니다. 죽음을 앞두고 이미 그는 모든 것을 잃은 상태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토록 처절하게 헤매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는 길은 아주 가까운 곳에 존재하고 있었음을 깨달았겠지요. 그는 젊고 수려한 외모를 가졌으며 출중한 음악적 재능까지 겸비했습니다. 좀 더 일찍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할 줄만 알았다면, 끝없는 갈증을 느끼며 외롭게 살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말입니다. 그래서 그는 더 늦기 전에, 자신이 무엇을 남기고 갈 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현재 유인혜는 이복오빠 유성준(윤제문)과 골육상잔의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둘 다 더 이상의 욕심을 부리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한 부자이건만, 과연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군요. 김도현이 유인혜에게 묻습니다. "결국 저는 부자가 되기 위해서 달려가는 건데, 이미 그 위치에 계신 대표님은 무엇을 위해서 이러시는 겁니까?" 그러자 유인혜는 대답합니다. "잘 모르겠어요, 나도. 가다보면 끝이 보이고, 그 끝에 서면 그걸 알게 될지도..."

천만에, 그 끝에 선다 해도 깨닫게 되는 것은 없습니다.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면 또 그 다음의 목표가 보이고, 또 그것을 위해 피흘리며 싸우겠지요. 이런 식이라면 유인혜의 앞날에 결코 행복이란 존재하지 않을 거예요. 사람에겐 언제나 꿈이 필요하지만, 꿈이란 욕심과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흔히들 착각하기 쉬운 꿈과 욕심의 차이점에 대해, 조만간 따로 포스팅을 해 볼 예정입니다.


어쨌든, 그 똑똑한 유인혜는 자기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위해 달려가고 있는지, 그 이유조차 명확히 알지 못한 채 위험한 질주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정연의 손에서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달려나가 유인혜의 늪에 빠져버린 김도현도 역시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질주에 동참하고 있지요. 유씨 남매간의 진흙탕 싸움은 점점 치열해지고, 점점 많은 사람이 연관되며 파동이 커지는 중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힘없이 죽어가는 유명준이 과연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유인혜에게 복수하고 싶어도 능력이 없어서 못한다며 쓴웃음을 짓는 이정연에게 유명준은 담담한 어조로 말합니다. "이미 하고 있어요. 누나 인생에 가장 소중한 것을 잃게 만드는 것... 누나는 머지 않아서 나를 잃게 될 테니까." 그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냉혈하고 빈틈없는 누나 유인혜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가 유일한 친동생인 자기라는 사실과, 소중한 것을 잃고 나면 비로소 누나도 정신을 차리게 될 거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유명준이 유인혜보다 먼저 진실을 깨달을 수 있었던 이유는, 먼저 소중한 것을 잃어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미 자기 자신을, 모든 것을 잃었기에 아무런 욕심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욕심을 버리니 비로소 다른 쪽의 눈이 뜨이고, 진실을 알아볼 수 있게 되었지요. 그가 지금 이정연을 부추겨 자기 누나에게 복수하라고 하는 데에는 그녀의 억울함을 덜어주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피할 수 없는 결정적 충격이 닥쳐오기 전에 누나가 준비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려는 마음도 포함되어 있을지 모릅니다. 자기는 모든 것을 잃고서야 깨달을 수 있었지만, 누나는 조금만 다치고도 깨달을 수 있기를, 그래서 위험한 탐욕의 질주를 멈출 수 있기를 바랄 테니까요.

이렇게 죽음을 앞두고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화한 유명준은 '마이더스'에서 거의 유일하게 제정신을 차리고 있는 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재벌가 사람이든 법조계 인물이든, 평범한 시민이든 조직폭력배든, 이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다 황금을 쫓아 혈안이 되어 있는데, 그 중에 이정연과 유명준만 예외로군요. 하지만 이정연 캐릭터는 앞서도 말했다시피 개연성 없는 전개로 설득력을 잃었기에, 현재로서는 홀로 유명준이 '마이더스'의 주제를 대변하는 캐릭터라고 봐도 좋을 것입니다.


그런데 후반에 이토록 중요한 선역을 맡게 될 유명준을 그토록 어이없이 등장시키다니, 지금 생각해도 무척이나 안타깝습니다. 대낮의 스위트룸에 서너명의 여인들과 나체로 뻗어 있던 그 변태적인 인상이 너무도 뇌리에 강하게 박힌 나머지, 지금의 천사같은 모습을 보면서도 문득 문득 그 기억이 떠올라 몰입을 방해하거든요. 화려한 술자리에서 질펀하게 노는 정도의 평범한 장면으로 처리해도 충분했을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유명준의 첫 등장은 악수 중의 악수였습니다.

어쨌든 유명준과 이정연이 커플이 되었다고 오해한 유인혜는 적잖은 충격에 휩싸였고, 오늘 이어질 9회에서는 김도현마저 그 사실을 알게 되면서 또 다른 국면이 펼쳐지겠군요. 저는 유인혜와 유성준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그 다채롭고 흥미진진한 싸움보다도, 한쪽에서 유명준이 누나를 위해 조용히 준비하는 마지막 선물이 훨씬 더 기대가 됩니다. 노민우는 '여친구'와 '락락락'에 이어 '마이더스'에서도 기대 이상의 연기력과 신비한 매력을 보여주는군요. 볼 때마다 조금씩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흔치 않은 배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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