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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하이' 엔딩, 고혜미(수지)의 마음속 이야기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드림하이

'드림하이' 엔딩, 고혜미(수지)의 마음속 이야기

빛무리~ 2011. 3. 2.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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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회 콘서트를 앞두고 나는 말했다. "아빠... 인생이라는 게 말야, 참 재미있는 것 같아." 아빠는 어이없다는 듯 가볍게 웃으며 내 어깨를 툭 쳤다. "녀석, 네가 인생을 알아?" 아니, 나는 인생을 모른다. 앞으로도 알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인생이 재미있는 것은 오히려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알 수 없는 인생이기에 우리는 꿈을 꿀 수 있다. 베일에 가리워진 미래... 그 어슴프레한 막을 걷어내면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을까? 지금도 내 마음은 설레며 그 보이지 않는 미래를 상상한다. 이제 내가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되고, 지금의 아빠보다 더 나이가 든다 해도 언제까지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8년 전에 내가 꾸던 꿈은, 줄리어드에 진학하여 조수미와 같은 세계적 소프라노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운명이 나의 꿈을 또 다른 길로 인도하여 지금의 자리에 세웠다. 나는 지금 더 바랄 것 없이 행복하다. 나는 매순간 최선을 다했고, 갈림길 앞에 섰을 때마다 후회없는 선택을 했다. 그럴 수 있도록 나를 강하게 만들어 준 수많은 인연들에 감사할 뿐이다. 그리고 특별한 단 한 사람, 나의 새로운 꿈이 되어 준 한 사람을 나는 지금 기억한다.


내 나이 열 일곱에 만났던 수많은 인연들은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아빠의 사업이 몰락해서 순식간에 밑바닥 삶으로 떨어졌을 때, 겉으로는 센 척 했지만 사실은 엄청나게 두려웠다. 다른 길이 있다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앞만 보고 달려 왔는데, 갑자기 눈앞에 짙은 커튼이 확 내려왔던 것이다. 캄캄하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내 앞에 펼쳐져 있는 줄만 알았던 탄탄대로는 한 순간에 가로막혀 버렸다. 인생이란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훤히 잘 보이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그 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그 어둠 속에서 나는 생각지도 않았던 누군가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우리 집안을 망가뜨린 원수라고 생각했던 강오혁 선생님은 그저 너무 많이 사랑한 사람일 뿐이었다. 그는 내 엄마를 사랑했고, 나와 내 동생 혜성이를 사랑했고, 또 다른 사람들을 한없이 사랑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바보같은 그 사랑이 캄캄한 어둠 속에서 처음으로 나에게 손을 내밀어 주었다.


그리고 진국이... 뻣뻣한 목각인형처럼 한 쪽만 볼 줄 알던 나를 일깨워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수 있게 해 주었던... 그렇게 나에게 또 다른 세상을 가르쳐 주었던 국이는 예전에도 지금도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다. 일곱 살 나이에 엄마를 잃은 후 자기도 모르게 세상을 증오해 왔던 나는, 국이를 만나서 어린 시절의 고왔던 마음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 아이는 아무 댓가도 없이 나를 구하기 위해 사채업자들의 몽둥이 세례를 받아냈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내 곁에 앉아 내 이야기를 들어 주었다. 열 일곱 나이에 자존심 하나 꼿꼿이 세우고 누구 앞에서도 울지 않던 내가, 그 아이 앞에서는 마음 놓고 울 수 있었다. 국이는 그렇게 나에게 눈물을 가르쳐 주었다.

누군가의 앞에서 울 수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었다. 그 아이가 나의 눈물을 기꺼이 받아 주었기 때문에, 나는 다른 사람을 위해서도 울 수 있게 되었다. 그 이전까지의 나는 오직 나의 자신의 감정과 꿈만이 소중했다. 백희가 기린예고에 지원한 것도 그냥 나를 따라 온 거라고만 생각했을 뿐, 그 아이에게도 꿈이 있다는 사실을 나는 생각지 못했다. 선생님들 앞에서 "이 애는 아무것도 아니라고요!" 라고 거침없이 말했을 정도로, 나는 오직 나밖에 몰랐기에 다른 사람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나의 퍽퍽한 마음 속에, 다른 사람의 감정과 꿈이 조용히 스며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왜 나 때문에 울어?" 그 낯선 곳의 하늘을 떠돌던 관람차 안에서 국이가 나에게 물었다. "나도 몰라..." 그 아이의 슬픈 이야기를 들으며 왜 그토록 내 가슴이 아팠던 걸까? 그것은 국이가 내게 일깨워 준 공감의 능력이었다. 그 고마운 능력 때문에 나는 비로소 다른 사람을 사랑할 줄 알게 되었고, 눈물 젖은 입술을 받아들이던 그 때에 국이를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역시 인생은 알 수 없는 것이었다. 

언제부터였을까? 나의 멋진 노래소리를 듣고 홀딱 반해버린 삼동이가 대놓고 나를 좋아하기 시작했을 때부터는 물론 아니었다. 서울에 올 생각조차 없었던 그 촌놈 송삼동이가, 무조건 나와 같은 학교에 다니겠다며 씩씩하게 기린예고에 들어서던 순간부터도 아니었다. 학교에서 왕따 당하는 나를 감싸안고, 온갖 날계란과 물감 세례를 대신 받아주던 그 때부터도 아니었다. 아직도 자존심만 꼿꼿하던 나는 고마운 줄도 몰랐다. 나를 적대시하는 세상에 독기를 품고 대항하느라, 내 곁에 있어 주는 삼동이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거다.


심지어는 삼동이가 나 대신 머리에 화분을 맞고 피를 철철 흘리며 쓰러지던 순간에도, 내 마음은 사랑이 아니었다. 그저 너무나 미안하고 가슴이 아팠을 뿐이다. 삼동이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해 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 때까지만 해도 고마운 우정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언제부터 삼동이가 나의 새로운 꿈이 되어 버렸던 것일까?

음악을 하는 사람에게 청력을 잃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모든 것을 버리고 주저앉으려 하던 삼동이를 나는 이해했다. 세상을 원망하며 방황하던 그 마음을 이해했다. 나를 따라서 고향을 떠나오는 게 아니었다고, 내 손을 잡던 그 순간을 뼈저리게 후회한다고 말하던 삼동이를 나는 충분히 이해했다. 내가 그 아이의 입장이라도 그랬을 테니까, 아니 그보다 더했을 테니까... 그 마음을 알면서도 나는 끊임없이 일어서라고 삼동이를 다그쳤다. 어떻게든 돕고 싶었지만 그것 외에는 다른 방법을 알지 못했다.


주저앉은 삼동이를 일으키려고 안간힘을 쓰면서도, 내 마음속에는 아주 작은 희망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소리를 잃는다는 것은 너무나 절망적인 일이기에, 내가 그 입장이라 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거라고는 쉽게 믿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삼동이는 힘 없는 내 손을 잡고 일어섰다. 절대음감은 타고나지 못했으나 탁월한 상대음감을 더욱 날카롭게 훈련해서,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엄청난 핸디캡을 극복해 내고 말았던 거다. 그런 삼동이의 모습을 보는 것은 말할 수 없는 충격과 기쁨이었다. 어쩌면 내 마음은 그 때부터 조용히 시작되었던 것 같다.

완전히 귀가 먼 것은 아니지만 삼동이는 수시로 찾아오는 이명에 시달리며 그 때마다 소리를 잃어버리곤 했다. 그러나 삼동이에게 있어 그 조용한 세상은 더 이상 절망이 아니었다. 그는 소리를 들을 수 없어도 필숙이와 더불어 멋진 듀엣곡을 소화하며 실기 평가의 만점을 받아냈고, 무대에서도 단 한 번의 박자조차 틀리지 않았다. 그렇게 되기까지 삼동이가 얼마나 뼈를 깎는 노력을 했는지, 곁에서 지켜 본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결국 촌놈 송삼동은 기적을 이루어내고야 말았다. 그는 홀로 EMG 오디션의 최종 합격자가 되어서 미국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런데 이 녀석은 가지 않겠다고 막무가내로 우긴다. 그 이유는 오직 나 때문이었다. 자기의 모든 노력은 최고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에 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일어서는 자기의 모습을 나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고 그는 말했다. 처음 만나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에게는 내가 음악이고 음악이 나였다고 말했다. 그래서 여기까지 왔으며, 내가 없는 곳에는 음악도 없다고 말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송삼동이라는 한 인간의 꿈이 되어 있었고, 나라는 꿈을 위해 그는 엄청난 일을 해냈던 것이다.

나를 꿈으로 삼아준 그 사람을 위해, 그 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 나는 아직도 네가 걱정된다고... 여기가 끝이면 나는 너를 계속 걱정할 거라고... 내가 감히 걱정하지 못할 만큼, 반할 만큼 멋지게 해내 보이겠다고 했으니 그 약속을 지키라고... 힘겹게 그의 등을 떠밀어 보냈던 것이다. 결코 쉽지 않았지만, 용기를 낼 수 있었던 내 모습에 지금도 자부심을 느낀다. 내가 반하려면 너는 훨씬 더 멋져져야 한다고 말했지만, 그 때 벌써 삼동이는 나의 모든 것이었다.


수풀 삼(森) 움직일 동(動), 그는 숲을 움직이는 사나이다. 나는 그를 넓은 세상으로 보냈고, 그의 힘찬 날개짓에 이미 온 세상은 푸르게 물들어 그의 숲이 되었다. 지난 시간 동안 손을 잡을 수는 없었지만, 우리는 언제나 함께 있었다. 내가 없는 곳에는 음악도 없다고 하던 그의 말은 진심이었고, 내가 마음으로 함께 있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자리에 오를 수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헤어지면서 내가 그의 손에 쥐어 준 K 펜던트는 어떤 무대에서나 그의 목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지금 그에게 바치는 노래를 부른다. 멀리 있어도 이 노래가 그의 귓가에 닿을 것을 나는 믿는다. 내가 눈 감고서도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처럼, 그는 귀가 들리지 않아도 항상 나의 노래를 듣고 있을 것이다. 이제 세상을 움직이는 그 사나이가 바로 나의 사람이고 나의 꿈이다. 그래서 나는 행복하다.


* 이 글은 드라마 내용에 저의 상상을 보태어 쓴 창작 리뷰입니다.
* 티스토리 아이디가 없는 분들 중에 댓글을 달기 원하시는 분은 방명록을 이용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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