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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성패의 열쇠는 이유리에게?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반짝반짝 빛나는

'반짝반짝 빛나는' 성패의 열쇠는 이유리에게?

빛무리~ 2011. 2. 2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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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시트콤의 일인자를 꼽으라면 95% 이상의 사람들은 김병욱 PD를 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만큼 '순풍 산부인과' →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 '똑바로 살아라' → '거침없이 하이킥' → '지붕뚫고 하이킥' 순으로 이어져 온 김병욱 PD의 시트콤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기와 시청률을 자랑해 왔지요. 김병욱 PD 시트콤의 특징은 드라마보다 더 정밀하게 짜여진 스토리로 개연성을 확보하고, 주연부터 단역까지 각각의 캐릭터에 모두 매력적인 개성을 부여한다는 점입니다.

기본 구성이 탄탄하기 때문에 시청할수록 초반보다 몰입도가 더욱 강해지며, 그 안에서 발생하는 웃음은 결코 유치하지 않습니다. 시트콤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약간의 과장은 있지만, 절대 허무맹랑하지 않고 매우 현실적입니다. 인기 높은 드라마의 경우는 얽히고 설킨 출생의 비밀이나 불륜 등의 막장 코드로 인해 비난을 받는 경우도 많으나, 김병욱의 시트콤은 재미와 더불어 건전한 작품성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제가 벌써부터 '하이킥' 시즌3를 목빠지게 기다리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리뷰를 쓴다면서 왜 초반부터 김병욱 시트콤에 관한 찬사를 길게 늘어놓았는가 하면, 아무래도 이 드라마가 일종의 시트콤적인 스타일을 지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입니다. 남녀 주인공인 한정원(김현주), 송승준(김석훈)을 비롯하여 거의 모든 등장인물들은 코믹한 캐릭터입니다. 한정원은 마음이 따뜻하고 영리하지만 다혈질에다가 실수가 잦은 허당녀이며, 송승준은 융통성 없는 까칠함이 너무 지나쳐서 오히려 코믹하게 느껴집니다. 한정원의 집에는 할아버지가 뒤늦게 낳아서 아직도 고등학생에 불과한 어린 삼촌 한서우(박유환)가 함께 살고 있는데, 이 어린 녀석은 삼십 전후의 조카들과 마치 친구처럼 티격태격하며 지냅니다. 조카들은 반말을 하면서도 삼촌이라고 불러주기는 하는데, 이 어린 숙부는 십여 세 연상인 조카들에게 꼬박꼬박 "야, 너!" 라고 하대를 합니다.

스토리의 다른 한 축을 이루는 황금란(이유리)의 집에서도 코믹은 계속됩니다. 근엄하고 자애로운 아버지상에서 탈피한 길용우가 실제로 눈썹까지 밀면서 최강의 코믹 아저씨 캐릭터를 맡아 열연하고 있습니다. 황금란을 배신한 약혼자 윤승재(정태우) 역할도 보기 드문 자뻑 왕자 캐릭터로서 역시 코믹한 부류입니다. 거기에 금란의 대머리 형부는 얼굴을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코믹한 외모로 한켠을 거들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드라마의 분위기가 진지함보다는 웃음을 추구하고 있다는 게 확실해 보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까지 드러난 웃음의 코드가 너무 과장되어 있어서, 비현실적이고 유치하게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충분한 기반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데 초반부터 너무 웃기려고 하니까 억지스러움이 많이 나타납니다. 예를 들면 한정원이 한밤중에 회사 숙직실에서 룰루랄라 샤워를 하다가, 밖에서 부스럭 소리가 들리자 옷을 제대로 갖춰 입지도 않고 뛰쳐나와 눈을 감은 채 대걸레 자루를 휘둘러 댄다거나, 송승준에게 화가 나서 그가 깎아 놓은 연필을 모조리 부러뜨리고는 나중에 그가 묻자 "괘씸 근심 수치심이라면 모를까, 저는 편집장님한테 흑심은 전혀 없거든요!" 라고 대답하는 등의 장면입니다. 주말드라마라고 하기에는 너무 시트콤적이고, 시트콤이라 쳐도 지나치게 인위적이어서 오글거리고 유치한 느낌을 주는 설정이었습니다.

김병욱 시트콤에서는 오히려 중심을 맡은 캐릭터들이 진지한 편입니다. '지붕킥'의 신세경과 최다니엘이 코믹한 역할이었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주인공들은 진지한 가운데 방귀순재(이순재)나 쥬얼리정(정보석)처럼 주변 캐릭터들이 코믹 캐릭터를 맡아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자연스런 웃음을 끌어내곤 했지요. 그런데 '반짝'의 김현주와 김석훈은 남녀 주인공이 둘 다 지나치게 과장된 코믹 연기를 선보이고 있으니, 이렇게 되면 작품 자체가 너무 가볍게 느껴질 우려가 있습니다.


주연급 캐릭터 중에서 코믹하지 않은 것은 오직 이유리가 맡고 있는 황금란 뿐입니다. 이 아가씨는 원래 엄청난 부잣집 딸로 태어났으나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병원측의 단순한 실수로 인해 지지리도 가난한 집 딸과 뒤바뀌어 무려 스물 아홉 살이 될 때까지 불행을 짊어지고 살아왔습니다. 언니인 태란(이아현)은 전문대라도 나왔지만 둘째인 금란은 더 안 좋아진 형편 탓에 여상을 졸업한 후 죽어라 일만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뼛골 빠지게 돈을 벌어봤자 도박 중독자인 아버지 때문에 재산은 모이지 않았습니다.

똑똑한 고시생 윤승재와 사귀면서 미래를 위한 보험이라도 들어 둘까 하는 마음에 3년간이나 아낌없이 퍼주면서 뒷바라지를 해 왔으나, 그 녀석의 한 순간 배신으로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되어 버렸습니다. 설상가상 빚을 갚지 않고 도망다니는 아버지를 대신해서 사채업자들에게 끌려가 생매장 당할 위기에 처하기까지 했습니다. 삶에 좌절한 황금란은 급기야 자살 시도까지 하고 맙니다. 그렇게 병원에 실려가고, 그 때 채취한 혈액 검사의 결과로 황금란은 자기 출생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잡게 되지요.


주변의 거의 모든 인물들이 과장된 코믹으로 이리저리 뒤집어지는 와중에, 황금란 혼자서만 진지한 얼굴로 드라마의 무게감을 잡아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트콤도 아니고 드라마도 아닌 것 같은, 그 어딘가의 중간쯤에서 헤매고 있는 듯한 이 작품을 살려낼 인물은 황금란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녀가 등장하면 그제야 비로소 '반짝반짝 빛나는'이 드라마답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특히 한정원의 아버지인 한지웅(장용)과 함께 하는 장면에서 이유리의 연기는 명품이었습니다. "저 사람이 내 아버지인지도 몰라. 엄마 혼자 힘들게 우리를 키울 때 평생 코빼기도 안 비치다가 가끔씩 들러서 돈이나 뜯어가는 지금의 아버지가 아니라... 돈 많고 기품 있고 한없이 자상한 저 아저씨가 어쩌면 나의 진짜 아버지인지도 몰라..." 생각만으로도 기절할 듯이 떨리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는 황금란의 심정을 이유리는 아주 잘 표현해 냈지요. 절대 황금란을 과장된 악역으로 몰고 가서는 안됩니다. 비록 주인공 한정원의 대척점에 놓인 인물이지만, 이 드라마가 유치함의 바닥을 치지 않기 위해서는 황금란의 캐릭터에도 충분한 설득력과 개연성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한정원의 캐릭터는 앞으로 어떻게 되어갈지가 너무나 뻔히 보입니다. 부잣집 공주였다가 삽시간에 가난한 집 딸로 추락한 후, 잠시 동안은 방황하겠지만 밝고 긍정적인 성격의 그녀는 곧 씩씩한 캔디처럼 벌떡 일어나 "괴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를 노래하겠지요. 까도남 송승준은 그런 한정원의 모습에 점차 빨려들어가 기꺼이 테리우스 왕자님이 되어 줄 테고 말입니다. 솔직히 현재 티격태격하는 그 둘 사이가 어떻게 연인으로 발전해 나갈지, 벌써부터 너무 훤히 보여서 전혀 궁금하지가 않습니다. 주인공들의 러브라인이 초반부터 이렇게 설레임 없이 느껴진다는 것은 참으로 치명적입니다. 이제와서 캐릭터의 성격을 확 바꿀 수도 없고 말이에요.

그러니 요즘 대세인 '매력적인 악역'을 잘 활용해야만 이 드라마를 살릴 수 있습니다. 황금란이라는 카드를, 마구잡이로 한정원을 시기하고 질투하고 증오하고 온갖 못된 짓을 하는 유치한 악역으로 만들어 버린다면 더 이상의 희망은 없습니다. 황금란은 누가 보더라도 한정원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어야 하고, 송승준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을 만큼 매력적이어야 하며, 다수의 시청자를 자기 편으로 만들 수 있을 만큼 최소한의 양심은 지키는 인물이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코믹 일변도로 흐르는 드라마의 분위기도 적당한 무게감으로 잡아 줄 수 있고, 유치한 선악구도가 되지 않도록 작품의 수준을 유지시킬 수 있습니다. 부디 작가진의 현명한 집필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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