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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인' 김성오, 카메오로 미친존재감, 전성시대 오나?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싸인

'싸인' 김성오, 카메오로 미친존재감, 전성시대 오나?

빛무리~ 2011. 2. 24.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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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가든'의 코믹한 김비서로 인기몰이를 했던 김성오가 새로 시작된 대작 '마이더스'에서 고정 배역을 맡았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싸인'에서 그의 모습이 보이길래 깜짝 놀랐지요. 더욱 놀란 것은 출연 분량이 지극히 짧은 카메오인데도 불구하고 그 존재감이 주연급 이상이었다는 것입니다.

김성오가 '싸인'에서 맡은 배역은 오래 전부터 여성들을 상대로 묻지마살인을 반복해 온 싸이코패스입니다. 알고 보니 고다경(김아중)의 동생 다희도 그의 손에 희생되었군요. 동생과 똑같은 방식으로 살해당한 시신을 보고, 다경은 직감적으로 같은 범인의 소행임을 알아차립니다. 최근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된 남자(김성오)와 1:1로 마주한 고다경은, 5년 전 같은 방식으로 살해당한 여고생을 아느냐고, 혹시 그 아이도 당신이 죽였느냐고 묻습니다.


남자는 순박한 표정으로 억울하다고 소리치며 "나는 여고생같은 것 모른다. 체크무늬 교복같은 건 모른다"고 부인했습니다. 그러나 "체크무늬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다경이 추궁하자, 금세 표정이 확 바뀐 남자는 눈을 번뜩이며 키득키득 웃어댑니다. "큭, 내가 실수했네!" 그 순간 얼마나 소름이 끼쳤는지 모릅니다. 실제로 싸이코패스를 본 적은 없지만, 꼭 그럴 것만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아무 죄책감 없이 재미삼아 사람을 죽이는 악마.. 최재환에 이어 두번째로 등장하는 연쇄살인범인데, 최재환과는 또 다른 느낌의 섬뜩함을 풍기더군요.

대략 5분 내외의 짧은 등장으로도 이렇게 강한 임팩트를 줄 수 있다니, 진짜 연기가 지닌 힘은 정말 대단합니다. 김성오는 영화 '아저씨'와 드라마 '자이언트'에서도 냉혈한 악역을 맡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지요. 그 때까지만 해도 표정과 눈빛이 나쁜놈 역할에 너무나 잘 어울려서 '악역 전문으로 최적화된 배우'라고 생각했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전혀 예상외의 캐릭터를 맡아 열연해 준 '시크릿 가든' 덕분에, 김성오가 절대 연기 스펙트럼이 좁은 배우가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귀여운 찌질이 김비서를 보면서 어떻게 털끝만치나마 악한을 떠올릴 수가 있었겠어요?


'마이더스'에서 김성오가 맡은 배역은 주인공 장혁(김도현)의 배다른 동생 김도철입니다. 도현과 도철의 아버지로는 믿음직한 중견배우 이덕화가 자리잡아 주었군요. 그러고 보니 이덕화와 김성오는 '자이언트'에서 철천지 원수였는데 불과 2개월여만에 부자관계로 재회하게 되었으니 좀 재미있습니다. 이들 부자는 로또 대박을 쫓는 철부지 사고뭉치로 등장한다는데, 또 다시 코믹 캐릭터를 맡으면 아직까지 눈에 선한 김비서의 모습과 겹쳐지지 않을까 싶어서 조금은 염려도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싸인'에서 시원스런(?) 악역으로 이미지를 갈아엎었으니, 다음 주 '마이더스'에서 만나게 될 김도철은 백지상태에서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김성오라는 배우를 결정적으로 좋아하게 된 계기는 연말 시상식에서 보여 준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관련 포스팅 : 김성오, 잊혀지지 않는 수줍은 미소) 연기를 할 때면 코믹이든 악역이든 상관없이 항상 자신만만하고 거침없어 보이는데, 실제 김성오는 아주 겸손하고 약간 수줍은 성격인 듯 했습니다. 그 언밸런스함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모든 캐릭터를 자기화해서 연기하는 배우보다, 자신을 버리고 캐릭터에 완전 동화되어 매번 다른 사람처럼 변신하는 김명민같은 연기자가 좋더군요. 최재환과 김성오는 김명민과 비슷한 배우로 성장할 것 같습니다.


저는 동방신기의 최강창민을 꽤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의 뻣뻣한 연기를 '파라다이스 목장'에서 보고, 몇 분 후 '아테나'에서 또 보게 되었을 때는 소속사의 푸쉬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파목'은 제 취향이 아니라서 그냥 틀어놓은 채 주로 다른 일을 하면서 곁눈질하는 정도였는데, 원래 복잡한 애증을 담은 눈빛으로 이연희를 바라보아야 하는 장면에서, 눈에 잔뜩 힘을 주고 노려보는 표정을 보며 잠시 손이 오그라들어 멈칫한 적이 있습니다.

대놓고 아이돌 띄워주기 목적으로 만든 것 같은 연애드라마 '파목'이야 그렇다 치고 '아테나'에서도 심창민은 후반에 꽤 비중있는 카메오를 맡았는데, 워낙 자체가 멋있는 역할인데다가 겉멋과 힘이 잔뜩 들어간 창민의 연기가 더해지니 드라마 종반의 비극적인 분위기 속에서 그 인물 혼자만 통통 튀더군요. 같은 아이돌이라도 수많은 경험을 통해 이미 안정권에 접어든 최시원의 연기와는 확연히 비교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김성오의 신들린 연기는 월화수목 연속으로 본다 해도 질릴 것 같지 않습니다. 분노에 가득차 동생의 살해범을 의자로 내리치려던 고다경이 간신히 진정하고, 반드시 그 놈으로 하여금 죗값을 치르도록 하겠다 다짐했으니, 앞으로도 소름끼치게 눈을 휘번덕거리는 김성오의 모습을 '싸인'에서 최소 한두번은 더 볼 수 있겠군요. '마이더스'의 김도철도 '싸인'의 싸이코패스도 기꺼운 마음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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