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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하이' 강오혁과 시경진의 러브라인은 실수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드림하이

'드림하이' 강오혁과 시경진의 러브라인은 실수다

빛무리~ 2011. 2. 2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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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어른들로 인해 갖가지 시련을 겪으면서도, 기린예고의 꿈나무들은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윤백희(함은정)를 구하기 위해 소속사 사장을 폭행한 진국(택연)은 잠시 나락에 떨어졌지만, 결과적으로 아버지와의 사이에 가로막혀 있던 벽을 허물어뜨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백희의 말처럼, 자신의 것을 남기지 않고 모두 주었기 때문에, 오히려 가장 큰 기쁨을 얻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제이슨(장우영)과 김필숙(아이유)의 러브라인은 가장 예쁘고 상큼하게 진행중입니다. 서로의 마음을 확신하지 못해서 애태우던 시간이 지나고, 이제 눈만 마주쳐도 행복감에 짜릿해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군요. 한편 고혜미(수지)는 송삼동(김수현)과 진국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자기의 마음이 누구에게 향해 있는지를 아직 잘 모르는 상황이에요. 지금까지 본 바로는 진국에게 애정이고 삼동에게는 우정인 듯한 느낌이 더 강하지만 결말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삼동이와 시혁이는 둘 다 나이답지 않게 성숙하고 속이 깊어서, 혜미가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절망하거나 무너지지는 않을 것 같으니 다행이네요.

그런데 '드림하이' 14회에서는 매우 제 마음에 들지 않는 하나의 러브라인이 본격화되었습니다. 바로 강오혁(엄기준)과 시경진(이윤지)의 러브라인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그들은 거리낌없이 한참 동안이나 서로 포옹했고, 학생들은 축하의 의미로 환호성을 질렀으며, 시경진의 아버지인 교장 시범수는 2층 창가에서 내려다보며 분노의 헛주먹질을 해댔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게 아닌데...' 생각하며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시경진이라는 여교사는 무조건 항상 1등만을 추구하는 아버지 슬하에서 그렇게 교육받고 자라나, 똑같이 그런 교육자가 된 인물입니다. 그런데 아버지보다는 훨씬 인간적인 측면을 타고났기에, 강오혁과 입시반 학생들을 보며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사실 아이들은 수십, 수백번 변화하면서 자라나는 것이기에 그리 신기할 것도 없지만, 이미 사고와 행동방식이 굳어버린 어른이 변화한다는 것은 훨씬 더 큰 일이라고 볼 수 있지요. 

자기의 잘못된 교육 방식 때문에 착하고 순진하던 윤백희가 괴물로 변해가는 것을 시경진은 보았습니다. 입학생 솔로무대를 차지하기 위해 멀쩡히 살아 계신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아정이가 거짓말을 할 때, 교사인 시경진은 호되게 야단쳐 주어야만 했던 거예요. 그 앙큼한 거짓말을 용납해 주며 1등을 향한 욕심만을 부추기던 그녀의 태도가, 윤백희로 하여금 거침없는 반칙의 행렬을 시작하도록 했으니까요. 대놓고 남의 곡을 표절했으면서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선생님 때문이라며 자기를 원망하는 백희 때문에 시경진은 깊은 충격을 받습니다.


자신이 아끼던 제자 백희는 이렇게 망가져 가는데, 교사평가 만년꼴찌인 강오혁 선생의 제자들은 오히려 불가능해 보였던 기적을 만들어갈 뿐 아니라 스승을 진심으로 따르고 좋아하는 모습들을 보며, 시경진은 자기 인생을 돌아보고 성찰합니다. 이제껏 수많은 아이를 스타로 키워냈지만 아무도 자기를 진심으로 따르지 않았고, 성공한 제자들 중 아무도 다시 자기를 찾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으니 가슴이 아플 뿐이었어요. 시경진은 이렇게 조금씩 계속 변화해 왔습니다. 저는 나중에 그녀가 양진만(박진영)과 더불어 코믹 러브라인을 형성했으면 좋겠다고 기대해 왔어요.

하지만 강오혁은 건드리면 안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시경진의 캐릭터는 살아나겠지만, 그보다 훨씬 중요한 강오혁의 캐릭터가 망가집니다. 강오혁이라는 인물이 설득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 어떤 여자와도 러브라인을 형성하지 말고 혼자 남아야 합니다. 그의 인생에 있어 유일무이한 절대적 사랑은 죽은 혜미 엄마뿐이어야 했던 것입니다.


누가 보더라도 강오혁은 더없이 선량하고 올바른 심성을 가진 인물입니다. 게다가 다른 직업도 아니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입니다. 그런 사람이 혜미의 엄마와 잘못된 사랑에 빠져서 가정을 버리게 했다는 것은, 사실 생각해 보면 굉장히 큰 잘못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어린 혜미와 혜성이는 엄마 없는 아이로 자라나야 했으니, 강오혁은 혜미의 집안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습니다.

이제 와서 아무리 혜미와 혜성이에게 잘해 준다고 해도 속죄하기에는 역부족이지요.
강오혁이라는 캐릭터가 조금이나마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죽은 혜미 엄마에 대한 사랑이 살아남은 그의 평생을 걸 수 있을 만큼 절대적이었다는 전제가 깔려야 합니다. 물론 그런 사랑은 비현실적이지요. 이미 그녀가 죽은지도 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는데, 한창 나이의 젊은 남자가 그녀만을 그리워하며 평생을 홀로 살아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말이 안 되는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 속의 강오혁은 그래야만 했습니다. 결코 또 다른 사랑에 빠져서는 안 되었던 것입니다.


강오혁이 또 다른 여인과 사랑에 빠지는 순간, 혜미 엄마와의 지나간 사랑은 그 무게가 엄청나게 가벼워져 버립니다. 그 사랑의 무게가 가벼워지면, 강오혁의 캐릭터는 무너집니다. 시경진이 갑자기 달려들어 포옹했을 때, 강오혁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냥 뻣뻣하게 서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런데 씨익 웃으며 함께 포옹하는 모습을 보고 저는 무척 실망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강오혁은 자기 욕심 때문에 남의 가정을 망가뜨리고, 죄없는 아이들을 불행에 빠뜨린 가정파괴범에 지나지 않게 됩니다. 혜미의 가정은 파괴되었고, 그 아이의 엄마는 어린 자매를 남겨둔 채 한스러운 세상을 하직했는데, 이제 강오혁은 아무렇지도 않게 시경진처럼 나이 어린 미모의 여교사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면 어찌 그것을 아름답다고 하겠습니까?


강오혁과 시경진의 러브라인은, 윤백희의 화분 투척 사건과 더불어 '드림하이'의 최대의 오점이 될 것 같습니다. 윤백희라는 캐릭터를 아주 버릴 것이 아니라면 화분 투척 사건이라는 에피소드는 없어야 했습니다. 고혜미와 송삼동의 관계 진행을 위해서 넣었겠지만, 얼마든지 다른 방법이 있었을 거예요. 자칫 살인사건이 될 수도 있었던 거라 그냥 덮고 넘어가기에는 너무 큰 범죄였기 때문에, 지금 윤백희가 개과천선한 모습을 보면서도 계속 마음 한구석이 찜찜하거든요.

화분 투척 사건으로 윤백희가 무너졌다면, 시경진과의 러브라인으로 인해 강오혁이 무너졌습니다. 절대 러브라인으로 끌어들이면 안 되는 캐릭터가 있는 법인데 무리하게 짝을 지어줌으로써 망가뜨리는 거죠. 더욱 안타까운 것은, 시경진 역을 맡은 이윤지의 연기가 만만찮게 코믹한 분위기를 띠고 있기 때문에, 양진만과 연결되면 훨씬 더 잘 어울렸을 것 같다는 점입니다. 

* 덧붙이는 말

이 글은 원래 14회까지만 보고 썼던 것입니다. 사정이 있어 15회를 본방으로 시청하지 못했는데, 밤 11시 20분쯤에 블로그를 확인했더니, 몇 개의 비아냥거리는 악플이 달려 있더군요. 완전히 자기 멋대로 상상해서 쓴 글이라는 둥, 오늘 방송을 보았다면 깨달았겠지만 당신 큰 착각을 했다는 둥, 캐릭터 파악을 전혀 못 하고 있다는 둥... 그런 내용의 악플을 보고 놀라서 부랴부랴 15회를 한발 늦게 시청했습니다. 그리고는 기막힌 허탈감에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대체 어떤 어머니가 죽어가면서 바라는 마지막 소원이, 자기 자식들에게 부정한 여인으로 기억되고자 하는 것이었겠습니까? 무슨 그런 말도 안되는 설정이 있습니까?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셨지만, 진심으로 우리를 사랑했고 아버지를 사랑했다" 이렇게 따뜻한 추억을 간직하는 것이 아이들을 위해 좋겠습니까? 아니면 "어머니는 우리와 아버지를 버리고 젊은 남자와 바람나서 도망갔다가 요절했다" 라고, 어머니의 소중한 추억을 끔찍한 기억으로 바꿔버리는 것이 좋겠습니까? 


아이들보다는 좀 덜하지만, 남편에게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늘의 뜻으로 일찍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해도, 살아있는 동안 서로 여한없이 사랑했던 기억을 남겨주는 편이 훨씬 낫지요.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했다는 건, 평생 후회로 남는 거거든" 강오혁은 혜미에게 진실을 들려주면서 이렇게 말했지만, 설득력은 전혀 없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불륜에서 지키지 못한 것과 죽음에서 지키지 못한 것 중, 어떤 쪽이 더 후회로 남겠습니까?   

물론 미성년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 드라마에, 불륜이라는 코드도 부적합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최소한 이렇게 황당한 설정보다는 차라리 나았을 것입니다. 저는 부적절한 남녀관계에 대해 굉장히 너그럽지 못한 편입니다만, 그래도 자기 목숨이나 평생과 바꿀 수 있을만한 사랑이었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용서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불륜보다도 참을 수 없는 것은 '사랑의 가벼움'이거든요. 사랑한다는 이유로 남의 인생을 망가뜨려 놓고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하면서 무책임하게 버리고 또 다른 사랑을 찾아 떠나는 것과 같은 행위 말입니다.

강오혁이라는 올곧은 캐릭터에 불륜이란 처음부터 어울리지 않았지만, 그렇게 순수한 사람일수록 한 번 마음을 바친 첫사랑에 모든 것을 버리고 올인할 수도 있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까 누군가 남긴 악플처럼 '제멋대로 상상해서' 그들의 추억에 관한 글도 썼습니다. (관련 포스팅 : 강오혁의 마음속 이야기) 강오혁이 혜미를 위해 한없이 희생하는 모습을 보며, 그가 진심으로 혜미 엄마를 사랑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랑한 여자의 딸이기 때문에, 자기 딸처럼 여기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시절의 죄는 돌이킬 수 없지만, 그렇게 모든 것을 바쳐 속죄한다면 용서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판에 밝혀진 진실이란 너무 황당한 것이었습니다. 혜미 엄마는 병으로 죽어가면서 강오혁에게 "남편이 자기를 잊고 앞만 보며 살아갈 수 있도록 거짓말을 해 달라" 부탁했고, 그래서 강오혁은 그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불륜남의 오명을 뒤집어썼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혜미가 자신을 오해해서 미워하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진실을 말해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약간 다행인 것은 저 황당한 설정으로 인해 작품의 개연성은 망가졌을지언정 강오혁의 캐릭터는 망가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강오혁은 순수한 마음으로 혜미 엄마를 사랑한 것이 맞는 듯합니다. 그래서 사랑한 사람의 딸인 혜미를 자기 딸처럼 여긴 것도 맞는 듯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강오혁에게는 다른 러브라인이 없어야 한다고 여전히 주장합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강오혁의 순수한 사랑과 희생 정신을 가능한 한 더욱 빛내 주어야 합니다. 어줍잖은 러브라인을 끼워 넣어서 빛바래게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15회를 보니 강오혁은 시경진에게 특별한 이끌림이 없는 듯합니다. 강오혁에게 홀딱 반해버린 것은 시경진의 일방적인 마음이지요. 저는 그냥 이쯤에서 멈추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제 뜻대로 되지는 않겠지요. '모두 다 해피엔딩'을 맞이해야 한다고 소리치는 사람이 더 많을테니, 다수 시청자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라도 모든 커플을 다 행복하게 이루어지도록 해 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뭐 할수 없지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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