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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하이' 현시혁(택연)의 마음속 이야기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드림하이

'드림하이' 현시혁(택연)의 마음속 이야기

빛무리~ 2011. 2. 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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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그룹K의 스타다. 내가 춤을 추면, 내 몸짓 하나에 소녀팬들은 열광한다. 얼마 전까지는 이것이 내 꿈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갈채를 받으며 내가 좋아하는 춤을 실컷 추는 것... 그러니 나는 지금 꿈을 이룬 것이다. 그런데 왜 행복하지 않을까? 내가 원하던 꿈은 이게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내 가슴속에 처음으로 피어오르던 간절한 열망은 무엇이었을까?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예전보다 더 멀어져버린 듯한 꿈... 그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세상은 나에게 분노로 가득차 있었다. 미혼모였던 엄마는 나를 고아원에 버리고 떠나갔다. 그때 나는 여섯살에 불과했지만, 아무리 울면서 애타게 불러도 끝내 뒤돌아보지 않던 엄마의 뒷모습을 똑똑히 기억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그 커다란 집에 들어가 살게 되었다. 큰어머니는 내가 앞에 있어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냉대하셨지만, 그래도 이 넓은 세상에 혼자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게 나는 좋았다. 엄마는 나를 버렸지만, 아버지는 버리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아버지는 나에게 세상의 전부였다.


하지만 10년이 흐르도록, 아버지는 한 번도 나를 인정하지 않았다. 내가 아버지의 핏줄을 받고 태어났기 때문에 큰어머니는 나를 미워했는데, 아버지는 항상 남들 앞에서 나를 가리켜 입양해 온 아이라고 말했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나는 깨달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아버지도 이미 오래 전에 엄마처럼 나를 버렸던 것이다. 한 집에 데리고 산다 해서, 버리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세상의 전부였던 아버지를 미워하기 시작하면서, 나의 희망은 그렇게 무너졌다.

열 일곱 살 나이에 집을 나와서 거리의 부랑아처럼 살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지어 준 본명을 버리고, 내 마음대로 진국이라는 이름도 지었다. 인성이같은 양아치와 친구를 먹고, 빈 창고에서 춤만 추며 살았다. 아무도 보아주지 않았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이 더러운 세상에 내가 낄 자리는 없었으니까... 엄마에게서도 아버지에게서도 버림받은 내 손을 아무도 잡아 주지는 않을 테니까... 그냥 이렇게 죽는 날까지 혼자 춤을 추면 그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고혜미, 그 애를 다시 만났다.


그 애는 나를 기억하지 못했지만, 나는 기억한다. 우리는 일곱 살이었고, 그 날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나의 생일이었다. 그런데 우연처럼 길에서 만난 혜미가 내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 그 애는 인형처럼 예뻤고, 천사처럼 착했다. 그 날 혜미가 불러 준 '겨울아이' 는, 내 삶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들어 본 생일 축하 노래였다. 꿈 따위는 모두 내팽개치고 깡패처럼 살던 중에도 가끔은 그 아이가 떠오르곤 했다.

길에서 사채업자에게 쫓기던 혜미를 구해 줄 때부터 알아 본 것은 아니었다. 사내 여럿이 약한 여자아이 한 명을 토끼 몰듯이 쫓는 것을 보고는 화가 나서 도와주었을 뿐이다. 지하철 안으로 피신했을 때, 정면으로 얼굴을 보고서야 어린 시절의 그 아이라는 것을 알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혜미는 이미 예전의 그 아이가 아니었다. 인형처럼 예쁜 얼굴은 여전했지만, 천사같던 착한 마음씨는 어디로 갔는지, 그저 안하무인의 싸가지 계집애로 변해 있었던 거다. 그럼 그렇지, 세상은 어차피 더러운 곳인데, 아직도 천사가 남아 있을거라 생각했던 내가 웃기는 놈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혜미를 쫓는 사채업자는 성인 나이트를 운영하는 사람이었고, 그 애를 잡아다가 어떻게든 빚을 받아내겠다고 했다. 열 일곱 살의 여자아이가 그런 놈의 손아귀에 떨어지면 어떤 삶을 살게 될지를 나는 알고 있었다. 그래도 내 생일에 유일무이한 추억을 만들어준 아이였는데, 밑바닥까지 떨어져 짓밟히도록 내버려 둘 수가 없던 나는 혼자 그 사채업자의 사업장으로 쳐들어갔지만, 이미 그 아이는 강오혁 선생이 구해서 데리고 나간 뒤였다. 곤죽이 되도록 얻어터졌지만, 그 아이가 무사하다는 사실에 마음은 편안해졌다.

기린예고에 입학할 생각 따위는 없었는데, 어떻게든 나를 데려가려고 안간힘을 다하는 강오혁 선생을 보니 약간의 흥미가 생겼다. 뭔가를 그토록 원해 본 적이 없던 나는, 그런 사람의 모습이 신기했다. 대체 그 간절한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원하는 일을 이루고 나면 어떤 기분일까?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먼저 도착했지만 내리지 않고 다시 문을 닫은 채 기다리다가, 계단으로 올라온 강오혁 선생이 숨을 헐떡이며 그 앞에 쓰러지는 것을 보고서야 발을 내딛었다. 이겨봤자 나에게는 별로 대수로울 것도 없는 이 대결의 승리가, 그에게는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알고 싶었다. 나를 데려갈 수 있게 되었다고 좋아하며 활짝 웃는 그 멍청한 얼굴을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래, 까짓거 한 번 해 보는 거다. 어차피 손해볼 건 없으니까. 나는 강오혁 선생에게 이끌려 그의 집으로 들어갔고, 거기서 고혜미를 다시 만났다. 자꾸 얽히는 것을 보니, 이 녀석과 내 사이에 뭔가 심상찮은 인연이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사는 게 점점 더 재미있다고 느껴졌다.

오고 싶어서 온 것도 아니었는데, 입학을 거부당할 처지가 되자 나도 모르게 화가 났다. 그러다가 이사장이 학교 경영에서 물러나는 조건으로 다시 입학이 허가되자 왠지 또 기분이 좋아졌다. 내가 언제부터 이런 일에 웃고 울었단 말인가? 그런데 우습게도 나는 조금씩 빨려들고 있었다. 노래하고 춤추는 일에 목숨 걸고 사는 듯한 이 아이들을 보며, 나도 사실은 전혀 다를 게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도 그 아이들처럼 남들 앞에서 노래하며 춤추고 싶었다. 혼자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누군가 나를 보아 주기를 속으로는 간절히 바라고 있었던 거다.


꿈이 생기자, 세상은 조금씩 따뜻해져 갔다. 다른 사람의 마음도 보이기 시작했다. 그 천사같던 혜미가 왜 못된 싸가지로 변했는지도 알게 되었다. 나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줄 때만 해도 그 아이는 티없이 맑고 행복했었는데, 엄마에게 버림받으면서 외로움에 비뚤어져 버린 거였다. 버림받는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나는 그 녀석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자기에게서 엄마를 뺏어갔던 강오혁 선생을 혜미는 미워했다. 하지만 자기를 위해 집까지 저당잡혀 가면서 모든 것을 베풀어주는 사람을 언제까지 미워할 수만도 없기에 혜미는 괴로워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그 녀석의 아픈 이야기를 들으며 곁에 있어 주는 것이 전부였지만, 그래도 좋았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아픔은 절반이나 사라진다는 것을 알기에, 내가 그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것이 좋았다.


삼동이의 어머니를 위해 한창 가짜 쇼케이스 연습에 매진하고 있을 때, 아버지가 찾아오셨다. 내가 원한 것은 절대 아니었지만, 나의 존재가 아버지의 꿈에 장애물이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힘으로 억눌렀다면 굴복하지 않았을텐데, 아버지는 대들며 반항하는 나에게 처음으로 약한 모습을 보였다. 선거가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외국에 나가 있으라고, 너를 또 버리기는 싫다고 아버지는 나에게 애원했다.

나는 차마 그런 아버지를 외면할 수가 없었다. 안간힘을 쓰며 미워하려고 했지만, 나는 결국 아버지를 사랑하고 있었던 거다. 혜미에게도, 강쌤에게도 많이 미안했지만, 나는 모두 힘을 합쳐 준비하던 가짜 쇼케이스에서 빠지겠다고 선언했다. 아버지를 위해서 나는 세상에 드러나지 말고, 어디로든 꽁꽁 숨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윤백희에게 발목을 잡혔다. 자기 편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면서, 한 번만 자기를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그 아이의 간절한 눈빛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세상에는 이토록 많은 사람이 있는데, 그 중에 내 마음을 이해하고 편들어 주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는 그런 기분을 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윤백희의 파트너가 되었고, 생각지도 않은 진짜 쇼케이스에서 춤을 추었다. 그 일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떠나려 했던 나는, 대형 기획사에 캐스팅되어 오히려 다른 친구들보다 먼저 데뷔하고 스타가 되었다. 마치 성공을 위해 일부러 친구들과 선생님을 배신하고 떠난 것처럼, 그렇게 되어 버렸다.

그룹K의 멤버인 나 현시혁이 현무진 회장의 숨겨둔 아들이라는 사실이 매스컴에 알려지자, 아버지는 공식 인터뷰를 통해 나와의 혈연을 부정했다. 분명 나에게 피를 물려준 아버지이면서, 끝내 진실을 거부하고 내가 입양아라는 거짓말을 세상에 외친 것이다. 나는 오래 전부터 아버지의 마음을 알고 있었기에 원망하지 않았다. 그러나 가슴 깊은 곳에는 왠지 모를 찬바람이 불어갔다. 이젠 정말 혼자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삼동이 어머니가 생각났다. "아이고~ 우리 병아리, 네가 그렇게 우리 애를 따른다면 너도 내 아들 아니겠나?"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는데, 진짜 엄마처럼 내 뺨을 쓰다듬던 그 손길... 평생 살면서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던 감촉... 믿어지지 않을 만큼 따뜻하던 그 손길... 이제 다시 그 감촉을 느낄 수만 있다면, 지금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버려도 아깝지 않을 것 같다. 바보처럼,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혜미를 좋아하냐고 삼동이가 물었을 때, 나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아버지에게서 마지막으로 버림받은 오늘, 내 발걸음은 저절로 혜미를 찾아왔다. 오래 전 그 날처럼, 그 까칠한 계집애의 어깨에 기대어 울고 싶었다. 더 이상 춤도 노래도 중요하지 않다. 지금도 나를 우상처럼 떠받드는 팬들의 시선에 휩싸여 있지만, 내 속은 채워지지 않은 채 그저 공허할 뿐이다.


내가 정말 원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삼동이 어머니의 손길... 그리고 혜미의 어깨... 왜 이런 것들만 하염없이 생각나는 것일까? 뒤돌아 보니 어려서부터 내 삶은 언제나 겨울이었다. 강오혁 선생님의 집에서 살던 그 몇 개월을 제외하고는, 나는 항상 추위에 떨고 있었다. 어쩌면 내가 그리워한 것은 그저 따뜻한 온기였을까? 친구들은 여전히 앞을 향해 돌진하는데, 꿈을 이루었다고 자부하던 나는, 아직도 내 꿈이 무엇인지조차 모른 채 헤매고 있다. 정말... 정말 우스운 일이다.


* 시혁의 독백이 계획보다 늦어진 것은, 혜미를 좋아하는 그 마음에 충분히 공감되지 않아서였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재방송을 통해 1~2회를 다시 보면서, 그럴 수밖에 없었던 시혁의 감정이 이해되더군요. 개인적으로 진국이라는 이름은 택연의 이미지와 매우 안 어울린다고 느껴서, 본명인 현시혁을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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