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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하이' 송삼동(김수현)의 마음속 이야기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드림하이

'드림하이' 송삼동(김수현)의 마음속 이야기

빛무리~ 2011. 1. 19.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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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미를 왜 좋아하냐고 묻지는 마라. 그 가스나가 내한테 얼마나 많은 것을 줬는지 안다면 그딴 말은 못할 기다. 내는 혜미를 만나서 엄마의 진심을 알았고, 잃을 뻔 했던 꿈을 되찾았고, 가족처럼 소중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 가스나를 알지 못했다면 내는 아직도 담봉리에서 깡 촌놈으로 지내고 있을 기다. 지금처럼 남들 앞에 당당히 서서 노래부를 생각은 꿈에도 몬하고, 그저 바보맨키로 엄마 마음 상하게 할까봐 몰래몰래 숨어서 부르고 다녔을 기다.

내는 지금까지 엄마가 아부지를 미워하는 줄만 알았다. 내가 아무리 아부지에 대해 물어봐도 엄마는 아무 말도 안했으니까 말이다. 죽었는지 살았는지라도 알았으면 좋겠는데 엄마는 그것마저 말해주지 않았다. 아마도 엄마와 나를 버리고 떠나갔는가보다고 내는 생각했다. 원망이 뼈에 사무치지 않고서야 어찌 그리 자식에게 아부지 이야기를 안해 줄 수 있겠는가 말이다. 울 아부지가 가수였다는 말도 옆집 아지매한테 들어서 알았다.


처음에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조금씩 나이가 들어가면서 혼자 나를 키우느라 고생하는 엄마가 불쌍해졌다. 그래서 내는 무조건 엄마 편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처자식을 돌보지 않고 먼저 떠나가버린 아부지는 나쁘다고, 만약 죽었다고 해도, 떠나간 것은 마찬가지니까 역시 나쁘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지 않고서는 사무치는 그리움을 누를 수가 없어서 그랬던 기다.

그런데 자꾸만 노래를 부르고 싶어지니 어쩌란 말이냐. 내가 노래를 부르면 가수였던 아부지 닮아서 그런다고 엄마는 생각할텐데, 그러면 괜히 속상할텐데 싶었다. 그래서 나는 엄마가 보지 않는 데서만 노래를 했다. 엄마 앞에서 노래할 일이 있으면 일부러 돼지 멱따는 소리를 질렀다. 내는 엄마를 버리고 떠나간 아부지를 닮지 않았다고, 그러니까 내는 절대로 엄마를 버리지 않을 거라고 약속하는 마음이었다.


쌀포대로 옷을 만들어 입고 노래자랑 대회에 나갈 준비를 하면서, 엄마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모른다. 모처럼 소리소리 지르면서 목청껏 노래해 볼 찬스였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구경오지 않겠다던 엄마가 왜 떡하니 저기 앉아 있느냔 말이다. 망했다, 완전 망해부렀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천사가 나타났다. 고혜미, 그 가스나는 꼭 천사같은 얼굴로 내 손을 잡고 서울로 가자고 말했다. 꿈이었을까? 어쩌면 그 날부터 지금까지가 온통 꿈인지도 모르겠다.

똥싸느라 주저앉아서 부르는 노래가 그렇게 예쁠 수도 있다는 걸 내는 처음 알았다. 아무래도 저 가스나는 사람이 아닌기다. 사람이면 그럴 수가 없는 기다. 나는 그 아이를 따라가고 싶었지만, 다른 일도 아니고 노래를 부르러 서울 가겠다는 말은 차마 엄마한테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혜미를 혼자 돌려보냈지만, 가슴은 누구한테 얻어맞은 것처럼 먹먹했다. 사나이는 울면 안된다고 꾹 참았지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런데 내가 혼자 흥얼거리는 노래를 들은 엄마는, 아부지를 미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부지를 만나서 행복했고, 보물같은 나를 얻었기 때문에 오히려 고마워한다고 말했다. 그 아이를 따라가고 싶으면 가도 좋다고, 노래를 부르고 싶으면 불러도 좋다고 엄마는 말했다. 나는 그렇게 몰랐던 엄마의 마음을 알았다. 아니, 엄마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알았다.

나는 그렇게 서울에 왔다. 노래를 부르러 왔고, 혜미를 만나러 왔다. 하마터면 입학도 몬하고 다시 담봉리로 쫓겨 내려갈 뻔했지만, 그래도 나는 굳세게 살아 남았다. 꿈은 원래 쉽게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눈앞에 장애물이 있으면 힘껏 밀어서 넘어뜨리면 되는 기라고, 그러면 장애물이 다리가 되어서 물을 건널 수 있게 해 준다고 엄마는 옛날부터 말했다. 그래서 나는 한 번도 실망하지 않았다. 노래를 할 수 있고 혜미를 볼 수 있으니 매일이 즐거운데, 입시반으로 밀려난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조금만 더 연습하면 이 학교에서 짱이라카는 제이슨하고 맞붙어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혜미가 다른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건 안스러웠지만, 내가 곁에서 지켜줄 수 있는 건 좋았다. 나는 벽면에 마귀처럼 그려진 혜미의 얼굴을 천사처럼 바꿔 놓았고, 수많은 욕설들을 칭찬과 응원의 말로 바꿔 놓았다. 남들은 혜미의 까칠한 겉모습만 보고 미워하지만, 나는 그 애가 얼마나 속이 여리고 착한지를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아무도 모르는 혜미의 예쁜 모습을 나만 알고 있다는 게 좋았다.

그런데 이건 해도 너무 심하다. 아무리 미워도 그렇지, 아무리 질투가 나도 그렇지, 어떻게 사람 머리 위에 화분을 떨어뜨리냔 말이다. 하지만 이번엔 늦지 않았다. 내가 혜미를 지켜낼 수 있었으니 정말 다행이다. 혜미는 내가 자기 대신 죽을까봐 걱정했단다.


귀여운 가스나, 이 송삼동이가 누군데 머리 조금 찢어진 걸 갖고 그리 쉽게 죽는단 말이냐? 범인을 꼭 찾아내서 복수하겠다는 혜미를 내가 말렸다. 어차피 그런 못된 마음을 갖고 산다는 것 자체가 충분히 벌을 받는 것이니 괜히 복수한답시고 힘들어할 필요가 없다. 이것도 다 우리 엄마한테서 배운 기다.

나에게 큰 일이 생겼다는 소식을 뒤늦게 들은 엄마는 기절하고 말았다. 어떻게든 얼버무리려고 했지만 한껏 놀란 엄마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꼬치꼬치 캐물었다. 그래서 말하다 보니 내가 사고를 치고 말았다. 우리 학교에서 열리는 쇼케이스에 내가 참가하게 되었으니 엄마도 꼭 와서 구경하시라고 선생님이 전화한 건데, 옆집 아지매가 잘못 전했다고 말해버린 기다. 그때까지만 해도 쇼케이스에는 참가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엄마는 기분 좋게 들떠서 내 공연을 보러 서울에 오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학교에서 왕따당하는 우리 입시반은, 갑자기 바뀐 규정 때문에 결국 쇼케이스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큰일났다.


강선생님과 입시반 친구들이 나를 도와 가짜 쇼케이스를 열기로 했다. 그저 고마운 마음으로 나는 열심히 준비만 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강당을 빌리기 위해 강오혁 선생님이 수백만원이나 빚을 졌단다. 이건 아니다. 하루 동안 쇼해서 울 엄마를 안심시키자고, 이렇게까지 신세를 질 수는 없는 기다. 너무 미안해서 눈물까지 나려 하는데 강쌤이 말했다. "너 때문이 아니야. 내가 보고 싶어서 그래. 너희들 무대를 꼭 보고 싶어서, 조금 비싼 표를 산 거야... 꿈이 자꾸 도망가서 안 보인다고 했지? 나도 그래. 그러니까 이참에 구경이라도 한 번 해보자. 어떻게 생겨먹었는지를 알아야 나중에 붙잡을 거 아니야."

제자들의 꿈을 찾아 주기 위해, 빚을 지고 집까지 저당잡히는 강쌤은 진짜 선생님이다. 옛말에 군사부일체라고 했는데, 아부지를 모르고 살아 온 나한테 처음으로 아부지같은 선생님이 생겼다. 아니, 이 순간부터 그냥 내는 강쌤을 아부지라고 생각할란다. 나에게도 엄마 말고 다른 가족이 생긴 거다. 이렇게 자기를 희생해서 나를 도와주는데 어떻게 가족이 아니라고 할 수 있나? 혜미를 따라 서울에 오지 않았다면, 나는 노래도 부르지 못했을 것이고, 이 소중한 가족도 만나지 못했을 거다. 이제 알겠나? 내가 혜미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말이다.

* 이 글은 드라마 내용에 저의 상상을 보태어 쓴 창작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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