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프레지던트' 하희라의 섬뜩한 악역 변신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프레지던트

'프레지던트' 하희라의 섬뜩한 악역 변신

빛무리~ 2010. 12. 17. 15:08
반응형






'프레지던트'에서 하희라가 맡은 역할 조소희는 '영부인'으로만 알려져 있었으나, 2회에서는 명백한 악역임이 드러났습니다. 1회에서 이미 장일준(최수종)의 저격과 유정혜의 석연찮은 죽음을 사주한 인물이 조소희일 가능성이 조심스레 대두되었지만, 어렴풋한 느낌일 뿐 확실치는 않았지요. 그러나 2회에서 수시로 드러난 조소희의 섬뜩한 눈빛은 최소한 그녀가 '모든 사실을 알고 있음'을 말해 주었습니다. 장일준 저격 사건은 앞으로 한참 후에 일어날 일이니 단정지을 수 없다 해도, 유정혜의 죽음이 사고사가 아닌 타살이었다면 그 범인은 조소희 외의 다른 사람일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된 셈입니다.

옛 애인 유정혜가 사망한 후, 장일준은 자기 핏줄을 이어받은 아들 유민기(제이)를 최측근으로 불러들였습니다. 겉으로는 클린턴이나 오바마의 경우를 벤치마킹하여 선거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겠다는 구실을 대었지만, 진짜 이유는 "아들한테는 아버지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장일준은 최고 보좌관인 이치수(강신일)에게만 그 비밀을 털어놓고 방패막이가 되어 줄 것을 당부했지요. 하지만 그의 아내 조소희는 벌써 유민기의 정체를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유민기가 다큐 제작을 구실로 선거 캠프에 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은 조소희는 보좌관과 참모들 앞에서 "캠프 회의에까지 외부인을 끌어들인다는 게 말이 돼?" 라고 외치며 분노합니다. 그러나 정작 남편 앞에 가서는 조금도 분노한 티를 내지 않는 여자가 조소희입니다. 자기의 선택이 마음에 들지 않느냐고 묻는 장일준에게 그녀는 말하지요. "아니, 윤팀장 말을 들어 보니까 그것도 괜찮은 방법인 것 같아... 그보다 성민이 말야. 그 아이가 캠프에 들어오고 싶어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장성민(성민)은 장일준과 조소희의 아들로서 이제 겨우 23살의 어린 청년입니다. 유민기가 캠프에 합류하자마자 조소희가 처음으로 시도한 일은 바로 자기 아들을 끌어들이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장일준은 캠프에 가족이 너무 많으면 비난받을 소지가 있다면서 반대합니다. 그러자 조소희가 말합니다. "정체도 모르는 외부인은 괜찮고?" 사실 속으로 하고 싶은 말은 "그 여자의 아들은 괜찮고 내 아들은 안 돼?" 였겠지만요. 그렇게 살짝 에둘러서 분노를 표현하는가 싶더니, 장일준이 흘낏 쳐다보자 금세 활짝 웃으며 꼬리를 내립니다. "미안, 당신의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뜻은 아니야."


한편 유민기는 죽은 어머니 유정혜에 대한 연민과 아픔 때문에, 평생 궁금해하고 그리워하던 아버지를 찾았음에도 전혀 그 기쁨을 누리지 못합니다. 게다가 장일준은 유민기에 대해 진심어린 부정(父情)을 느끼면서도, 겉으로는 너무하다 싶을 만큼 냉정하게 대하는군요. "네 어머니가 너를 낳은 것은 바보같은 짓이었다. 내가 원했든 원치 않았든, 너는 내게 남겨진 빚이야."

자기 어머니에게 일말의 애정도 남아 있지 않은 듯 말하는 장일준에게 유민기는 분노합니다. 그리고 어쩌면 자기 어머니의 죽음이 사고사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의심을 품지요. 대선을 앞둔 정치인의 숨겨진 여자였다는 사실 자체가 충분히 신변의 위협이 될 수 있는 현실이니까요. 그러나 이치를 따져 생각하면 장일준이 원흉일 리는 없습니다. 유민기는 혼자 중얼거립니다. "그가 그랬다면 이제 와서 아들이라고 밝힐 이유가 없지. 그럴 자였다면 차라리 나까지 없앴을 거야."

그 와중에 조소희의 아들 장성민이 큰 건수를 하나 물어 옵니다. 장일준의 막강 라이벌인 김경모(홍요섭) 후보의 비리에 대한 증거 자료였지요. 며칠 전 자기의 이메일로 전송된 자료인데 증인이 되어 줄 제보자와 이미 통화까지 마쳤다며 의기양양해서 흥분하는 아들에게 장일준은 차분히 묻습니다. "그래서 댓가는?" 아버지의 짧은 질문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성민은 머뭇머뭇 대답합니다. "양심 때문이겠죠." 역시 아직 캠프에 들어오기에는 너무도 어리고 철없는 녀석입니다. 장일준은 말합니다. "양심 때문이라면 야당측이나 신문사에 제보할 수도 있었다. 왜 하필 너였냔 말이다."


성민이 궁지에 몰렸는데 우연인 듯 참모들이 대신 나서 줍니다. "돈 때문이겠죠. 대일그룹(조소희의 친정)의 돈이요." 오재희(임지은)가 말하자 윤성구(이두일)가 받습니다. "문제는 이 자료가 그만한 가치가 있냐는 건데, 가치가 있다면... 구입할 수도 있지요." 참모들의 지원에 힘을 얻은 성민은 다시 의기양양해서, 얼마를 주고라도 구입해야 한다고 소리칩니다. 하지만 장일준은 "이 문건 폐기하고 다시는 거론하지 말라."며 단칼에 잘라 버리는군요.

"섣불리 미사일을 쏘다가는 유턴해서 이쪽으로 날아올 거다. 김경모는 내 경쟁자이기도 하지만 아직은 우리 당의 소중한 자산이야. 이게 터지면 누가 가장 좋아할 것 같아? 잘못하면 경선 시작하기도 전에 당이 풍비박산 난단 말이야... 그만 나가 봐. 앞으론 이 일에서 손 떼고." 아들 성민을 캠프에 끌어들일 생각이 전혀 없는 장일준의 결단이었습니다.


그런데 조용히 듣고만 있던 조소희가 나섭니다. "나가랄 것까지는 없잖아요. 이 애도 실수하면서 배우는 건데." 단순히 아들을 감싸는 어머니의 멘트로만 생각하기에는 어딘가 의미심장합니다. 하지만 장일준이 "여보, 내가 말했잖아!" 라고 명토를 박자 두말없이 순종하며 아들을 나가게 하는군요. "엄마~!" 뭔가 할 말이 더 있는 듯 성민이가 매달리지만 조소희의 차가운 표정은 용납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김경모 관련 자료를 아들에게 넘겨 준 것도 조소희가 한 짓이었던 듯한데, 장일준의 반대로 무산되자 그녀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김경모가 아닌 박을섭 후보에게로 방향을 전환합니다.

기자들을 모아 놓고 선거 정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느닷없이 박을섭 후보와 여비서간의 불륜 사건이 터졌습니다. 정확히 그 시간에 인터넷이 온통 그 기사로 도배가 되어버렸던 겁니다. 장일준 캠프의 시원스런 일격이었지요. 그러나 박을섭은 그 주먹이 윤희주(김정난) 후보 측에서 날아왔다고 확신하며 공연한 싸움을 벌입니다. 장일준으로서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은 셈이었습니다. 그런데 밤중에 장일준의 집 앞을 찾아 온 유민기는 당돌한 제안을 합니다. "비서와의 불륜이 이 정도 큰 파장이라면, 사생아를 둔 사람은 어떻게 될까요? ...후보님이 말씀하신 진실을 찾아 보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거 과정 중, 후보님 집에서 살고 싶습니다."


장일준의 집에서 살고 싶다는 유민기의 말이 왠지 제 귀에는 서글프게 들렸습니다. 진실을 캐고 싶은 마음도 물론 있겠지만, 아버지의 집에서 살아보고 싶은 아들의 마음도 있는 듯 했거든요. 쉽지 않은 그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는 장일준의 모습도 조금은 놀라웠습니다. 27년이나 버려 두었던 아들에 대한 미안함과 애틋함이 그 눈빛에 담겨 있더군요. 유민기는 다시 말을 이어 갑니다. "만약 제가 발견한 후보님의 진실이 올바르지 않은 것이라면, 선거 후 공개될 후보님 다큐의 첫 자막은 이렇게 시작될 겁니다. 이 다큐멘터리를 장일준이 버린 여자 고(故) 유정혜에게 바칩니다."

정면으로 대드는 아들의 당돌한 공격에 오히려 흐뭇한 미소를 짓는 장일준, 역시 보통 인물은 아니군요. 그런데 2층 창가에 선 채 이들 부자(父子)의 모습을 조용히 내려다 보는 한 여인이 있습니다. 바로 장일준의 아내 조소희입니다. 차갑고 평온한 그녀의 얼굴은 내면을 짐작하기 어렵지만, 그래서 더 무섭고 섬뜩합니다. 


앞으로 장일준의 집 안에서 벌어질 유민기와 조소희의 첨예한 대립은 무척이나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모든 진실을 알면서도 모른 척 하고, 남편의 눈 앞에서는 미소로 순종하며, 뒤에서는 검은 손을 움직여 모든 일을 조종하는 조소희는 참으로 무서운 여자입니다.

여성 악역으로서 아주 강렬하고 인상적인 매력을 지닌 조소희의 캐릭터는 '선덕여왕'의 미실과 비교하면 막상막하이고, '제빵왕 김탁구'의 서인숙과 비교하면 확실한 우위에 있다는 것이 저의 판단이에요. 언제나 선한 역을 주로 맡았던 하희라의 완벽한 연기 변신이 특히 돋보이는군요. '프레지던트'는 아직 초반에 불과하지만, 하희라는 충분히 고현정과 전인화의 뒤를 이어 명품 악역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2010 view 블로거 대상  ← 여기를 눌러서 투표에 참여해 주세요..^^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