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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자' 이나영, 결국 민폐여주로 등극하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도망자 Plan.B

'도망자' 이나영, 결국 민폐여주로 등극하다

빛무리~ 2010. 11. 2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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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천성일 작가는 '여자'를 잘 모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어떤 여자가 매력적인 여자인지를 모르는 듯해요. 올해 초에 대박을 기록했던 드라마 '추노'에서도 장혁을 비롯한 남성 캐릭터들은 모두 인기를 얻었으나, 여주인공 이다해는 '민폐언년'이라는 별명을 들으며 악평에 시달렸지요. 아무리 미모와 연기력을 겸비한 그녀였지만, 대본상 구제불능일 정도로 매력없게 그려지고 있는 언년이를 살려내지는 못했어요.

그에 비해 '도망자 Plan.B'의 여주인공 '진이'는 초반에 좀 다른 면모를 보이기에, 오랜만에 드라마로 컴백한 이나영을 위해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작가의 특이한 여성관은 '진이'를 끝까지 매력적인 여주인공으로 유지시키는 데 실패했군요. 차라리 이다해의 '언년이'는 초반에 극도의 민폐를 끼치다가 후반에 가서는 송태하(오지호)의 훌륭한 협조자가 됨으로써 약간의 이미지 회복에 성공했지만, 초반에 강한 여전사의 매력을 발산하던 '진이'는 후반에 이르러 싸가지도 없을 뿐 아니라 툭하면 징징대는 짜증스런 여자가 되었네요.


정지훈이 연기하고 있는 남주인공 '지우'의 캐릭터 역시 많이 변했습니다. 제가 '진이는 과연 지우를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포스팅을 할 당시만 해도 너무나 찌질하고 가볍고 무례하기만 해서 절대 호감을 느낄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이제는 나름 진중하고 배려심 깊은 남자로 변모하니 보기에 괜찮더군요. 그런데 우습게도 남주인공이 점점 호감형으로 변해 갈수록 여주인공은 비호감으로 전락하니, 두 사람의 어울리지 않는 불협화음은 계속됩니다.

'진이'가 초반부터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습관 중 하나는, 툭하면 남자의 뺨을 후려치는 나쁜 손버릇입니다. 월드스타 비의 굴욕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이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정지훈은 수없이 뺨을 얻어맞았지요. 초반에는 '지우'의 캐릭터가 워낙 밉상이었기 때문에 맞아도 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연인도 아니면서 '진이'에게 일방적으로 입술을 들이밀고 키스를 하는 등, 그런 경우에는 이나영의 매운 손놀림이 오히려 통쾌하더군요. 하지만 그럴만한 상황이 아닐 때도 걸핏하면 습관처럼 계속되는 '진이'의 싸대기 행진은 점점 더 보기 거북해졌습니다.


17회에서는 정지훈에 이어 이정진도 희생양이 되었습니다. 킬러 이박사를 잡아 캐비넷에 담아 가지고 형사 도수(이정진)와 윤소란(윤진서)에게 인계하러 갔을 때, 도수가 물었지요. "지우는 어디 있나요?" 진이가 되묻습니다. "왜 같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죠?" 도수가 대답합니다. "저놈을 당신 혼자서 잡았다는 생각이 안 들어서요." 맞는 말이었습니다. 이박사를 잡은 것은 분명 지우였지, 그녀 자신은 이박사의 체포에 별로 한 일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뭐가 분하다고 진이는 갑자기 도수의 뺨을 후려치더니 말합니다. "어때요, 이 정도면 내가 혼자 잡았다는 생각 들만해요?"

저런 행동 하나가 여주인공을 얼마나 비호감으로 만들 수 있는지, 작가는 생각을 못한 듯 합니다. 아무 이유도 없이, 오히려 자기 쪽에서 협조를 요청하는 상황이면서 무례하게 형사의 얼굴을 후려치다니, 진이는 삽시간에 개념도 없고 제정신도 아닌 미친 여자가 되어 버린 셈입니다. 생각 같아서는 나쁜 손버릇을 고칠 수 있도록 윤형사가 진이를 혼내주었으면 싶었는데 도수가 말리더군요.


진이 할아버지에 대한 양두희(송재호)의 증언은 충분히 신빙성 있게 들렸습니다. 진이 역시 속으로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을 거예요. 이제껏 자기 가족은 정직하고 훌륭한 사람들이며 희생자일 뿐이라고 믿었는데, 양두희와 별다를 것 없는 도둑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물론 충격은 받았겠죠. 그런데 믿을 수 없다고 발악하며 울어대는 그녀의 반응이 왜 그토록 짜증스럽게 느껴졌을까요?

"거짓말 하지 마!", "우리 할아버지 그런 사람 아니야!", "당신만 살아 있다고 멋대로 꾸며대지 마!" 저는 진이의 고집스러움이 선뜻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욕심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거야." 라는 양두희의 말은 90% 이상의 진실을 품고 있었거든요. 진이의 할아버지가 금을 욕심내서 부정한 행위에 동참했다는 것은 분명한 범죄이고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죽어 마땅한 죄라고는 할 수 없었습니다. 금을 독차지하기 위해 친구를 죽이고 그의 가족마저 모두 살해한 양두희의 죄질과는 비할 수 없는 거였어요.

양두희는 사람 죽이는 일을 '아주 쉬운 일'로 분류할 만큼 기본적 양심을 버리고 사는 인물입니다. 양두희에게 모든 가족을 잃은 진이는 여전히 피해자이며 양두희를 단죄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진이는 자기 할아버지가 청렴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마치 하늘이라도 무너진 것처럼 절망하는군요. 총상을 입고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내색하지 않고 자기를 도와준 지우 앞에서, "나 이제 어떻게 살아. 나는 왜 죽지 않고 살았을까?" 라고 징징거리는 진이의 모습은 그야말로 짜증 그 자체였습니다.


사람이면 누구나 욕심을 좀 부릴 수도 있는 것이고, 때에 따라서는 실수도 할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 지켜 본 바로는 진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그다지 도덕적 완벽주의자도 아닌 것 같았는데, 할아버지의 범죄 사실을 알았다고 뭐 그렇게까지 오버를 하는 걸까요? "아, 그랬구나... 그렇다고 사람을 죽여?" 이렇게 나오는 게 훨씬 자연스럽지 않나요?

초반에 만만치 않은 체력과 전투력을 자랑하던 진이였지만, 현재는 지우의 곁에 붙어 다니는 짐짝처럼 계속 민폐만 끼치고 있습니다. 서로 으르렁대던 시절에는 차라리 좀 나았는데, 지우의 캐릭터가 변화하고 둘 사이가 좋아지면서 진이의 역할은 대폭 축소되어 버렸어요. 요즘 그녀가 하는 일은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거나 툭하면 남의 얼굴에 손을 올리는 것뿐이니,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군요.

홍자매(홍정은, 홍미란)의 작품에 여주인공으로 출연한 배우들은 모두 대중적 호감을 얻었고 자신의 이미지를 많이 개선시킬 수 있었습니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쪽박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국밥의 여왕'이라는 별칭마저 얻었던 신민아 역시, 최근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로 인해 그 불명예스런 호칭을 내려놓을 수 있었지요. 시청률은 중박 정도였지만 가장 사랑스런 여주인공을 창조해서 연기자까지 빛나게 해 준 홍자매의 드라마 '여친구'는 신민아에게 은인과도 같은 대박 작품이었다 해도 좋을 거예요.


그에 비해 언제나 여주인공이 최악의 민폐를 기록하는 천성일 작가의 작품은, 앞으로 여배우들 사이에 기피 대상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추노'에서도 드라마는 대박을 쳤지만 유일하게 여주인공은 빛을 못 보았으며, 설상가상 이다해는 모자이크 논란을 비롯한 각종 구설수에도 시달려야 했지요. 그녀의 입장에서 볼 때 '추노'는 성공적인 선택이었다고 할 수 없어요. 더구나 '도망자'의 경우는 시청률도 따라 주지 않고 있으니, 이나영의 마음도 참으로 답답할 것입니다.

캐릭터가 밉상이면 연기자의 이미지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데, 앞으로 이다해나 이나영 급의 여배우가 위험을 무릅쓰고 기꺼이 천성일 작가의 작품을 선택해서 컴백하려고 할지 의문입니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 천작가는 인지도를 높이려는 신인들 중에서 여주인공을 캐스팅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민폐언년' 으로 인해 하도 시달린지라 이번에는 여주인공의 캐릭터에 나름대로 무척 신경 쓴 기색이 보이기는 하는데, 결과적으로는 '민폐진이'가 되고 말았으니 아무래도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 창조력은 천성일 작가가 갖추지 못한 능력이라고 봐야 할 듯합니다. 안타까운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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