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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복수의 끝, 너의 칼로 너를 찌른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자이언트

'자이언트' 복수의 끝, 너의 칼로 너를 찌른다

빛무리~ 2010. 11. 24.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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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는 정말 대단한 드라마입니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고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이라는데, '자이언트'를 보면 볼수록 느끼는 것은 끝까지 뒷심을 잃지 않는 작가의 놀라운 뚝심입니다. 이제 드디어 악마 조필연(정보석)의 몰락이 눈앞에 다가왔군요. 그 동안 '자이언트'에 대한 기사가 나면 그 밑에 주루룩 달린 댓글들의 내용은 "대체 복수는 언제 하냐? 조필연 늙어 죽겠다..ㅜㅜ" 이런 것들이 많았지요. 그런데 이제 드디어 모두가 그토록 기다리던 복수의 끝이 다가온 것입니다.


그런데 작가는 끝까지 긴장을 풀 수 없게 합니다. 계속해서 이성모(박상민)를 의심하던 조필연 쪽에서도 드디어 그의 정체를 확신할 실마리를 잡았거든요. 황태섭(이덕화)과 은밀히 만나는 장면을 찍힌 사진에 이성모의 얼굴은 나오지 않았으나, 비스듬한 옆모습만으로도 오랫동안 그를 곁에 두고 지켜 본 조필연이 알아차리기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일부러 이성모를 불러내어 산책을 하다가 그 한 발짝 뒤편에 서서 사진 속의 남자와 이성모의 뒷모습을 비교하는 조필연의 모습은 정말 섬뜩했습니다. 그야말로 일촉즉발, 어느 쪽이 먼저 손을 쓰느냐에 따라 희극과 비극이 갈리는 경계선이 노출된 셈이었지요. 형형색색의 낙엽이 날리는 가을 길은 너무도 아름다웠기에, 조필연의 칼날같은 미소와 극명한 대비를 이루었습니다.

그나저나 유찬성과 오병탁의 죽음은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잖은 충격이었습니다. 저는 드라마를 매우 좋아하지만 앞으로의 전개를 예측하는 데는 큰 재주가 없는 편인데, 지난 주 방송을 보고 작성했던 포스트 '이성모를 대신할 희생양들'의 내용은 아주 정확히 들어맞았군요. 유찬성과 오병탁이 그 대상이 될 거라고 짐작은 했지만, 설마하니 두 사람이 한꺼번에 비명횡사를 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더구나 조필연이 선택한 살인의 방식이 그토록 원색적이고 무지막지할 거라는 예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힘없는 유찬성은 그렇다 치더라도 거물 오병탁의 경우는 보다 치밀한 계획을 세워서 무너뜨릴 줄 알았는데, 차에 타고 쫓아가며 대놓고 총을 쏘아대는 조필연의 모습은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더군요. 나름 치밀했던 것은 지연수를 조종하여 유찬성에게 미리 먹였던 초콜릿 뿐이었습니다. 점차로 시야가 흐려지며 정신을 잃게 되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강한 독극물이 들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되는데, 그 상태로 운전을 하고 있었고 권총을 쏘아대며 쫓아오는 적을 피해야 했으니 죽음은 두 사람이 차에 타면서부터 이미 결정된 운명이었습니다.

친동생처럼 아끼던 유찬성의 죽음으로 이성모는 극심한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치밀하게 준비해 왔던 복수의 계획을 모두 내팽개치고, 당장 조필연을 쏘아 죽이고 자기도 죽고 싶다는 말까지 하는군요. 그리고 막강한 권력을 자랑하던 오병탁 의원의 석연찮은 죽음 역시 정국에 대 파란을 몰고 옵니다. 천하의 조필연이 안기부에 끌려가 문초를 당할 지경이었으니까요. 상부의 지시를 핑계로 이성모가 직접 심문을 담당하면서 조필연의 의심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그리고 철천지 원수의 하수인으로써 자기 어머니의 죽음을 몰고 온 고재춘(윤용현)을 죽일 듯이 전기 고문하는 이성모의 태도로 인해, 그나마 이성모를 믿고 있었던 고재춘도 완전히 돌아서고 말았습니다. 이성모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도 드디어 끝났군요.


그런데 특이한 것은 지연수라는 여자의 배역입니다. 이성모에게 들이대며 어설픈 러브라인을 조성하려나 싶었는데, 다행히 그건 아니었군요. 역시 장영철 작가가 그토록 결정적인 악수(惡手)를 두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감독의 캐스팅은 완전 실패였다고 평하고 싶습니다. 캐릭터 자체가 어리버리하고 밉상인 만큼 연기력이라도 받쳐 줘야 드라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깨지 않을 수 있었는데, 처음 보는 이 생짜 신인 연기자는 정말 대책이 없어요. 이 녀석만 나타나면 '자이언트'가 돌연 시트콤이 되어 버리니 볼 때마다 당황스럽고 손발이 오그라듭니다.

하여튼 지연수라는 이 캐릭터도 생각할수록 참 불쌍합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끔찍한 살인의 협조자가 되어 버렸으니까요. 놀라운 것은 이성모의 자제력이었습니다. 지연수의 정체를 알고 나서 분노의 눈빛을 활활 불태우며 그녀 앞으로 저벅저벅 걸어 왔을 때, 분위기를 봐서는 여자고 뭐고 미친듯이 후려칠 것 같은 기세였는데 부들부들 떨다가 금세 차분한 이성을 회복하더군요. "네가 무슨 잘못이 있겠냐. 아무것도 모르는 네가..." 하면서 말입니다.


지연수는 조필연 측에서 이성모를 찌르기 위해 그의 턱밑에 심어 놓은 칼입니다. 그 칼로 인해 유찬성은 희생되고 말았지요. 그러나 이제 뒤늦게나마 이성모는 숨겨진 칼의 존재를 깨달았고, 동생 이강모(이범수)의 도움을 받아 그녀를 역이용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니 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오랫동안 준비해 온 복수의 끝은 "너의 칼로 너를 찌른다" 이 하나의 문장으로 압축될 수 있겠습니다.

조필연의 몰락은 바로 자기가 심어 놓은 (정확히는 그의 친구 오부장이 한 일이지만) 칼로 인해 비롯될 것입니다. 그의 아들 조민우(주상욱)의 몰락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가 한강 보일러 공장에 불을 지른 이유는 승리를 위해서였으나, 위기를 기회로 삼은 이강모는 자동 불꽃 조절 장치와 화재 경보 시스템을 발명해 냈고, 결국 조민우는 패배를 자초한 셈이 되었지요. 이강모가 자신의 칼을 사용하도록 만들 수도 있었으나, 치밀한 작가는 2차례에 걸쳐 상대방의 칼을 이용하게 함으로써 '자업자득'이라는 영원불변의 진실을 증명하는군요.


어차피 승리는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미주(황정음)의 아들 우주는 이미 양할머니와 함께 안전한 해외로 도피했고, 이강모의 한강건설은 보일러 사업의 성공과 더불어 주식도 상한가를 치며 쭉쭉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답답하기만 하던 황정연(박진희)과의 러브라인도 점차로 끝이 보이는군요. 그녀가 살고 싶다는 집, 넓은 정원에 덩굴장미가 우거지고 커다란 흰 개가 뛰노는 집을 마련하면 이강모는 그녀에게 청혼할 것입니다.

이성모가 죽지 않음으로써 자칫 복수의 주체가 바뀔 위험성도 있었는데, 작가는 매우 노련하게 그 함정을 피해갔습니다. 유찬성의 죽음에 흥분한 이성모를 대신해서, 주인공 이강모가 모든 계획을 세우도록 만든 것이지요. 오병탁이 남긴 수첩을 증거 자료로 삼아서 조필연의 비리를 담은 신문기사를 터뜨린 것도 이강모였고, 지연수를 역이용해서 조필연을 치자는 계략도 이강모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제가 차라리 이성모의 죽음을 원했던 것은, 그렇게 해야만 주인공의 존재감이 더욱 막강해질 거라는 계산에서였는데, 지금 보니 이성모가 살아남은 것이 다행입니다. 그의 존재가 있어 조필연과의 대결이 끝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고 더욱 흥미진진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불과 4회밖에 남지 않았군요. 드라마가 막판에 뒷심을 잃고 추락할까봐 불안해하지 않고 마음 편히 결말을 기다려 보는 것은 참으로 오랜만입니다. '자이언트'는 정말 보기 드문 명작이에요. 끝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아쉽기 한이 없네요. 부디 앞으로도 이렇게 좋은 드라마가 많이 나와 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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