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매리는 외박중'의 보헤미안, 배우 장근석 탐구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매리는 외박중

'매리는 외박중'의 보헤미안, 배우 장근석 탐구

빛무리~ 2010. 11. 21. 14:45
반응형






싸늘한 겨울을 앞두고 시작된, 순정만화 원작의 '매리는 외박중'... 이 드라마는 현재 초반부터 가슴 시린 슬픔의 정서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차츰 따사로운 멜로의 감성으로 변해갈 것을 기대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따뜻함보다 공허감을 더 많이 느끼게 하는군요. 그런데 묘하게도 가슴이 텅 빈 듯한 공허감은 점점 더 우리를 이 사랑이야기의 묘한 매력 속으로 빠져들게 만듭니다. 그것은 바로 남자 주인공 장근석의 독특한 캐릭터 '강무결' 때문입니다. 

장근석은 이제껏 일정한 틀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기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온, 젊은 배우들 중에서는 보기 드문 경력을 지닌 연기자인데, 자기의 느낌과 꼭 닮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듯 합니다. 물론 이것은 저의 주관적 견해이지만, 저는 그 동안 장근석의 눈빛이 나이답지 않게 허허롭다는 것을 느껴 왔거든요. 이 드라마가 기획되면서 '강무결' 역에 가장 먼저 캐스팅되었다던 장근석은 과연 캐릭터와 소름끼칠 정도의 일치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장근석의 눈빛이 처음부터 그렇게 허허로웠던 것은 아니죠. 귀여운 아역 시절에는 말할 것도 없고, 17세의 나이로 의대생 연기를 능청스럽게 해냈던 2003년 시트콤 '논스톱4'에서도 자신만만하지만 아직은 철없는 소년의 이미지였을 뿐이에요. 2006년, 드디어 스무살이 되어 '황진이'의 첫사랑 은호도령 역을 맡았을 때도, 상대역인 하지원과 나이차가 많아서 그런지 성인 역할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풋풋한 느낌이었지요.

하지만 그 무렵 토크쇼 '야심만만'에 출연했을 때 나왔던 이야기들은 장근석이 앳된 외모와 달리 매우 성숙한 내면을 지니고 있음을 슬쩍 비추어 주기도 했습니다. 중학 시절에 이미 대학생 누나와 연애를 한 적이 있었고, '논스톱4' 출연 당시에도 대략 7~8살 위의 형들과 동년배처럼 자연스레 어울렸다고 하더군요.


어쨌든 결정적으로 그의 눈빛이 소년에서 청년으로 바뀐 것은 2008년 초에 방송되었던 '쾌도 홍길동'에서부터였습니다. '쾌도 홍길동'은 작가 홍자매(홍정은, 홍미란)의 드라마 중에서 지금껏 유일하게 새드엔딩을 기록했던 작품이지요. 홍자매 특유의 밝고 경쾌한 터치로 그려지던 드라마가 처절한 비극으로 마무리되니 그 충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장근석이 맡은 역할은 비운의 임금 '창휘'였는데, 선조의 유일한 적자였던 영창대군을 모델로 해서 만들어진 캐릭터였습니다. 역사 속의 영창대군은 어린 나이에 죽임을 당했으나, 창휘는 수없이 죽을 고비를 넘기며 어른이 되어 결국 배다른 형 '광휘'를 몰아내고 왕위를 이어받게 되지요.

그러나 만인지상의 자리에 올랐어도 창휘에게 남은 것은 허무함 뿐이었습니다. 막강한 신하들의 세력 틈바구니에서 기반이 약한 왕은 좀처럼 자기 뜻을 펼칠 수 없었고, 사랑하는 허이녹(성유리)은 왕의 여자가 되기를 마다하고 홍길동(강지환)에게로 가버렸습니다. 왕이 되었으나 아무 것도 얻지 못했던 창휘의 허무하고 쓸쓸한 눈빛이 지금도 기억나는군요. 배역에 너무 몰입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 무렵 장근석에게 개인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그 작품에서부터 장근석은 해맑은 소년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지고, 가을 바람처럼 스산한 눈빛을 지닌 성숙한 청년으로 변신했습니다.


같은 해 가을에는 또 하나의 명작 '베토벤 바이러스'에 출연합니다. 기묘하게도 이 작품 역시 홍자매의 시나리오로 만들어진 것인데, 앞서의 그 홍자매가 아니라 또 다른 홍자매(홍진아, 홍자람)입니다. 참으로 기묘한 우연이네요. 어쨌든 약관 22세의 장근석은 이 작품에서, 연기의 신(神) 김명민과 함께하는 행운을 잡습니다. 음악에 천재적 재능을 지닌 젊은 강건우는 결코 소화해내기 쉽지 않은 역할이었어요. 스승 강마에 역할을 맡은 김명민과는 단둘이 맞붙는 신이 유난히 많았지요. 훌륭한 선배 연기자 김명민의 영향을 받으며 장근석은 이 작품을 통해 또 한 단계 훌쩍 성장합니다.

2009년 '미남이시네요'의 황태경은 나름대로 매력적이긴 했지만, 저의 판단으로는 아쉽게도 장근석의 역량에 비해 너무 단순하고 작은 역할이었네요. 그러다가 드디어 2010년, 장근석은 자신의 눈빛과 쌍둥이처럼 꼭 닮은 역할을 맡아 돌아왔습니다. 바로 '매리는 외박중'의 남자 주인공 강무결입니다. 마치 강무결이라는 캐릭터를 먼저 만들어 놓고 그에 맞춰서 장근석이라는 연기자를 빚어낸 것처럼 두 사람의 이미지는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군요. 심지어는 24살이라는 나이마저 캐릭터와 실제가 같습니다.


인디밴드의 보컬인 강무결은 아무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이며, 길고양이처럼 외로운 영혼입니다. 가진 것도 없는 주제에 욕심도 없습니다. 가난한 동료들과 의리를 지킨답시고 좋은 기획사의 스카우트 제의도 거절하고, 그러다가 매니저를 가장한 사기꾼에게 속아서 살던 방의 보증금까지 모두 털려 빈손이 되었는데도 아무런 근심걱정이 없습니다. 밤이면 발길 닿은 곳에서 잠을 청하고, 깨어나면 하염없이 걷다가 마음 내키는 곳에서 주저앉아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며 그렇게 살아갈 뿐입니다.

음악 외에는 아무 것에도 관심이 없고, 세상만사가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습니다. "평생 이렇게 살 수 있을 것 같아?" 라고 매리(문근영)가 묻자 "이번 생은 이렇게 살아 보려고!" 하고 대답하는군요. 17세 어린 나이에 자기를 낳은 어머니에 대한 연민의 정은 그를 너무 일찍 성숙하게 만들었고, 한편으로는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사랑에 기대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만화를 원작으로 했기 때문에 캐릭터 자체가 매우 과장되기는 했으나, 강무결은 분명히 장근석과 꼭 닮았습니다. 젊은 나이에도 스타의 화려한 길을 쫓지 않고 진정한 배우의 길을 찾아 갖가지 연기 변신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장근석의 모습은, 돈에 관심 없고 오직 음악의 길만을 쫓아가는 강무결과 묘하게 겹쳐지거든요.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마저 허허롭기 이를 데 없는 강무결에 비해 장근석에게서는 좀 더 젊음의 활기와 열정이 풍겨나오기는 하지만, 그래도 물질적 욕심과는 별로 상관이 없어 보입니다. 그저 강무결은 음악이 좋아서 연주하는 것뿐이고, 장근석은 연기가 좋아서 카메라 앞에 서는 것뿐이라는, 그런 느낌이에요.


이제 길고양이처럼 외롭고 자유로운 보헤미안 강무결이 순수 그 자체인 청정소녀 위매리에게 사랑을 느끼면서 차츰 어떻게 아름다운 구속(拘束)을 경험하게 될지, 벌써 강무결과 100% 일치되어 있는 장근석은 섬세하게 변화되어가는 강무결의 심리를 어떻게 표현해 나갈지 매우 궁금해집니다.


* Daum 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버튼을 누르시면, 새로 올라오는 제 글을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