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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이성모에게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자이언트

'자이언트' 이성모에게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

빛무리~ 2010. 10. 2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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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줄다리기는 이미 너무 오래 끌어 온 경향이 있었습니다. 총 60부작의 긴 호흡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는지도 모르겠군요. 그러나 매번 비슷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언제부턴가 긴장감도 살짝 떨어지고 지루한 느낌마저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성모(박상민)를 대략 20년 동안이나 최측근으로 데리고 있었지만 그를 진심으로 믿지 않는 조필연(정보석)은 바늘 끝만큼의 꼬투리라도 있으면 언제나 의심의 눈초리를 번뜩이며 이성모의 목을 조여 왔고, 그럴 때마다 이성모는 극도의 영민함으로 빠져나갔습니다.

조필연이 단 한 번, 이성을 잃고 흔들린 적이 있었지요. 이성모가 자기의 정적인 민홍기(이기영)와 결탁한 것을 눈치채고, 그 현장을 덮치기 위해 차를 몰아 달려갈 때 조필연은 마치 다른 사람 같았습니다. 그 이전에도 수차례나 이성모를 의심해 왔으면서, 마치 진심을 다해 믿던 수하에게 배신당한 것처럼 흥분해서 펄펄 뛰더군요. 그 때 조필연은 고재춘에게 말했습니다. "성모는 내 아들이야. 만약 배신한 거라면, 절대 용서 못 해!"

다행히 이성모는 조필연의 미행을 눈치채고 기민하게 상황을 모면했습니다. 마치 민홍기가 억지로 자기에게 손을 내밀어서 분노한 것처럼 그의 뺨을 세차게 올려붙이니, 마침 현장에 들어서다가 그 장면을 목격한 조필연은 그제서야 흐뭇하게 웃으며 이성모에 대한 의심을 풀었지요. 그리고는 고재춘과 함께 셋이서 포장마차에 들어가 술잔을 기울이는 소탈한 모습까지 보여 줍니다. 그것은 조필연에게서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했던 유일한 기억입니다. 적어도 그 때는 이성모를 완전히 믿고 진심으로 아끼는 것처럼 보였어요. 하지만 그 때뿐이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조필연은 서너차례나 더 이성모를 의심하고 감시망 속에 가두었습니다.


이제 대통령의 비밀자금 장부 때문에 이성모는 또 다시 조필연의 촉수에 걸려들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접촉하려던 동료들과의 연락이 좀 늦어지는 바람에 그들의 대화가 도청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 비밀자금 내역에 대해 아는 사람이 자기 외에 이성모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조필연은, 의심 정도가 아니라 그의 배신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너무 여러 번 반복된 위기상황이라 식상한 느낌도 있지만 이번에는 좀 달라 보이는군요. 시기적으로도 48회까지 달려왔으니 이제는 뭔가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 때도 되었습니다.

'자이언트' 47회와 48회는 위기에 대처하는 이성모의 모습들과, 그를 구하기 위한 이강모(이범수)의 활약들로 이루어졌습니다. 황정연(박진희)은 정재계 인사들이 모이는 큰 대회의 주관자가 되어서 이강모를 돕는데, 작은 규모의 사채업자에 불과한 그녀가 어떻게 그런 직책을 맡을 수 있었는지 너무 갑작스럽더군요.


한편 차수정이라는 예명으로 가수 활동 중인 이미주(황정음)도 최선을 다해 큰오빠의 구출 작전에 동참하는데, 산전수전 다 겪은 중년의 정치인 한명석(이효정)이 그녀를 보자마자 홀딱 반하는 바람에 적잖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한명석이 무슨 사춘기 소년도 아닌데 여가수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서 갑자기 순정파가 되어버린다는 것은 너무 안 어울리지요. 이렇게 되니 지금껏 빈틈없이 촘촘하게 짜여져서 진행되던 드라마가, 막판에 조금은 엉성해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런 느슨함을 팽팽하게 당겨 주는 힘은 고문받는 이성모를 열연하는 박상민에게서 나왔습니다. 이성모는 거짓말탐지기의 함정을 잘 피해 갔으나 노회한 조필연의 올가미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수사 책임자는 아무 증거를 잡지 못했으니 이성모를 풀어 주겠다고 했지만, 조필연은 끝까지 자백을 받아내라면서 그를 서빙고동 지하고문실로 내몰았군요. 그래도 수십년간이나 곁에 두었던 심복인데 아무렇지도 않게 죽여도 좋다고 말하는 조필연은 과연 악마다웠습니다.


하지만 상상초월할 고문을 당하면서도 이성모는 끝까지 의연함을 잃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기를 고문하는 상대를 차갑게 비웃으며 쉰 목소리로 조롱하는 장면에서는 섬뜩할 지경이었습니다. 강모와 미주를 대할 때면 언제나 자애로운 아빠 미소를 보이던 이성모가 마치 다른 사람 같더군요. 조필연의 곁에서 숨죽이고 엎드려 지낸 세월 동안, 그의 내부에 켜켜이 쌓였던 독기가 드디어 발산되고 있었습니다. 이 장면에서 박상민은 정보석과 거의 쌍벽을 이룬다고 해도 좋을 만큼의 연기 내공을 보여 주었습니다.

이제 무엇보다 궁금해지는 것은 이성모의 운명입니다. 처음의 예정대로라면 이성모는 조필연의 총에 머리를 맞고 폐인처럼 살다가 간신히 이강모를 만나서 장부를 건네 주어야 합니다. 예고편을 보니 과연 조필연이 이성모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더군요. 저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머리에 총을 맞고도 죽지 않는다면 거의 불사신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문제의 장부는 이미 성모의 심복이었던 찬성을 통해서 이강모의 손에 넘어와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성모가 근근히 목숨을 유지했다가 극적으로 이강모에게 장부를 건네주는 장면은 무산되었다고 봐야 합니다. 애초의 시놉은 이미 변경된 상태예요. 그렇다면 이성모의 운명은, 무사히 구출되어 동생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든가, 아니면 복수의 마무리를 강모에게 맡긴 채 비장하게 죽든가, 둘 중 하나로 귀결됩니다. 차라리 다행이에요. 그 멋진 이성모가 살지도 죽지도 못하고 머리가 망가진 폐인이 된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거든요.

현재 진행되는 상황을 봐서는 조심스레 해피엔딩을 예상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게 썩 달갑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강모 쪽의 모든 일들이 너무 쉽게 풀려가고 있기 때문이지요.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갑자기 황정연에게 중요한 직책이 주어지고, 한명석은 갑자기 미주에게 반해버리고... 이런 식이어서는 그녀들의 도움으로 구출 작전이 성공한다 해도 그리 산뜻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충분한 개연성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에, 해피엔딩을 위한 해피엔딩처럼 억지스럽게 느껴질 우려가 있어요.


그 동안 이성모는 복수를 위한 밑거름 역할을 충분히 해 주었으니, 이제 12회 가량을 남겨 둔 상황에서 장렬한 최후를 맞이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이성모 캐릭터에게는 해피엔딩보다 새드엔딩이 더 낫다고 제가 생각하는 3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반전의 효과입니다. 이강모의 구출 작전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니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비관보다는 낙관을 하고 있겠지요. 그런데 의외로 성공하지 못하고 이성모가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그 커다란 충격은 조금씩 지루해져 가는 드라마에 신선한 활력소가 될 것입니다.

둘째로는 강렬한 이미지를 남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모두모두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라고 끝나는 것은 너무 동화적이지요. 흐뭇하게 웃을 수야 있겠지만, 오래 기억에 남을 설정은 아닙니다. 그러나 평생 계획해 온 복수를 자기 손에서 끝내지 못한 채 한을 품고 죽는다면, 그 뼈저린 한이 보는 사람들의 가슴에 새겨지게 됩니다. 이성모라는 인물을 시청자의 뇌리에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볼 수 있지요. 연기자 박상민에게도 그 편이 나을 거예요.


셋째로는 주인공을 더욱 부각시킬 수 있습니다. 드라마의 성패는 주인공의 캐릭터가 얼마나 살아나는가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성모와 강모 형제가 나란히 손을 잡고 복수에 성공한다면, 현실적으로야 기쁜 일이지만 드라마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주인공의 존재감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다가 너무 밋밋하잖아요? 그런데 이쯤에서 이성모가 비극적 죽음으로 퇴장해 준다면, 이강모는 피눈물을 흘리며 형의 뜻을 이어가겠지요. 그 처절한 분노와 슬픔은 주인공 이강모의 존재감을 배가시켜 줄 것입니다. 이것은 드라마 자체가 더욱 강한 임팩트를 지니게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요즘 드라마들을 보면 시청자들의 요구를 못 견뎌서인지, 너무 억지스럽게 동화적인 해피엔딩을 이끌어냄으로써 막판에 작품을 망쳐 버리는 경우를 적잖이 보게 되는데, '자이언트'도 그렇게 흘러가려는 기미가 조금씩 보이고 있어서 저는 불안합니다. 어떤 결말을 준비하고 있는지 모르나, 아무쪼록 외압에 흔들리지 말고 작가의 소신대로 마무리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끝까지 좋은 작품으로 남게 해 주는 것이, 이 드라마를 진정으로 아끼던 시청자들에 대한 보답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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