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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자' 진이는 과연 지우를 사랑할 수 있을까?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도망자 Plan.B

'도망자' 진이는 과연 지우를 사랑할 수 있을까?

빛무리~ 2010. 10. 1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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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자 Plan.B'가 어느 새 5회를 넘겼습니다. 총 20부작이니 벌써 1/4이 지나간 셈입니다. 스토리가 탄력을 받기 시작하니 갈수록 재미있어진다는 느낌은 확실히 드는군요. 멜기덱의 정체를 쫓는 지우(정지훈)와 진이(이나영)의 다이내믹한 추격은 오늘도 계속되겠지요. 그들의 뒤에는 끊임없이 지우를 쫓는 도수(이정진)와 그의 부하들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쫓고 쫓기는 드라마인데, 숨막히는 질주 속에서 아주 조금씩 드러나는 멜기덱의 정체가 점점 더 흥미를 자극합니다.

"네가 멜기덱이냐?"고 묻는 진이를 비웃으며 황미진(윤손하)은 "멜기덱은 사람이 아니야. 그때 그때 나타나는 얼굴이지. 이 애도 멜기덱, 저 애도 멜기덱~" 이라고 대답했지만, 설령 사람의 이름은 아니라 하더라도 그들의 모든 움직임을 조종하는 최고 권력의 검은 손이 분명 존재할 것이기에, 일단 멜기덱은 그 존재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바로는 수십년 전에 엄청난 양의 금궤를 혼자서 꿀꺽했다는 양두희 회장(송재호)이 유력해 보이지만, 이렇게 초반부터 멜기덱이 얼굴을 드러낸다는 것도 이상하고, 홈피에 보면 멜기덱의 소재는 북미로 되어 있는데 양회장은 한국에 있으니, 아무래도 아닌 것 같습니다. 이렇게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를 꾸준히 품고 가는 것은 긴장감과 재미를 유지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군요. 그런데 만약 나중에 밝혀지는 멜기덱의 정체가 너무 싱겁다거나 하면 바람 빠진 풍선처럼 순식간에 졸작으로 전락할 테니, 이것은 매우 효과적이면서도 위험한 설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부디 실망시키지 않기를!


그나저나 제 마음 속에는 풀리지 않는 하나의 미스테리가 또 있습니다. 도대체 주인공이 어쩌면 저렇게도 매력 없을 수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여기서 분명히 할 것은, 연기자 정지훈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라 전적으로 캐릭터 지우를 두고 하는 말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사람마다 보는 눈이 다르니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 의견일 뿐이지만, 솔직히 여성들의 입장에서 자기가 진이라면 과연 지우와 같은 남자를 사랑할 수 있겠는가 하고 자문해 봤을 때,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을까요? "연기자 비의 팬이라서 지우도 예쁘게 보고 있다."는 등의 이런 거 말고, 순수하게 캐릭터 지우만 놓고 봤을 때 말입니다.

지난 번의 포스팅에서도 잠깐 언급했었지만, 저는 1회부터 5회까지 시청하는 동안 한 번도 남자 주인공 지우가 멋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단순히 '탐정'으로서만 본다면 일단 유능하기는 하니까 대충 합격점을 줄 수도 있겠지만, '남자'로서나 '인간'으로서 볼 때는 완전히 불합격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드라마의 주인공을 볼 때는 직업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뭘 하는 사람이든 그 안에서 인간적인 매력이 드러나야 하는 것이지요.


사실 주인공의 매력은 1회에서 강렬하게 드러나야 했습니다. 그런데 전혀 아니었기 때문에 저의 실망은 매우 컸습니다. 그리고 1주일 후에 '대물'이 시작되었습니다. 서혜림(고현정)은 1회부터 강렬한 매력으로 눈과 마음을 사로잡아 주더군요. 그런데 예상보다 정치색이 꽤나 강한 듯하고, 현실과 자꾸만 오버랩되는 느낌도 솔직히 불편하고, 게다가 권상우라는 지뢰를 밟고 싶지 않은 마음이 너무 크다 보니, 이런저런 이유로 해서 저는 끝내 '대물'에 마음을 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도망자'에 일부러 더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며 몰입해 보려고 하는 중이에요.

저는 기다렸습니다. 4회까지도 좀처럼 매력이 살아날 줄 모르는 주인공을 대신해서, 카이(다니엘 헤니)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그래도 다음 주에는 좀 달라질 거라 기대했습니다. 껄렁거리는 것도 한 두 번이지, 이제는 그만 내면에 숨겨두었던 진심을 조금씩은 보여 줄 때가 되었다고 저는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5회에서도 지우는 달라진 것이 없었습니다. 일본에서도 그러더니 중국에서도 그는 진이를 위험한 장소에 혼자 내팽개치고 달아나더군요. 자기 말로는 그게 무슨 작전이었다고 하지만, 적들의 손에 붙잡히는 과정에서 진이가 겪은 일들을 모두 눈으로 본 제 입장에서는 기가 막힐 뿐이었습니다. 


아무리 무술을 익혔다 해도 진이는 체질적으로 연약한 여자이고 자기에게 거액의 돈을 선지급한 고객인데, 수많은 적들 사이에 그녀를 내팽개치고 미끼로 삼아서 적들을 붙잡는다는 게 말이 되는 걸까요? 논리적으로도 말이 안 되고, 인도주의적으로도 말이 안 됩니다. 게다가 붙잡은 놈들은 멜기덱도 아니고 그 몇 단계 아래의 수하들일 뿐인데 말입니다. 그까짓 황미진 하나 잡자고 자기 고객의 생명을 담보로 잡히는 탐정이라니, 이건 직업적으로도 꽝이군요.

황미진의 수하로 등장한 검은 옷의 여인과 진이가 좁은 길목에서 보여 준 액션은 정말 살벌했습니다. 퍽퍽 얻어맞는 소리하며, 사정없이 후려치는 주먹이며, 거침없이 빗겨차는 발길질이며, 이쪽 저쪽 벽에 가서 세차게 부딪히는 진이의 모습이며... 너무 끔찍해서 잠시 얼굴이 찡그려질 정도였어요. 아무리 여자끼리의 대결이었지만 이나영이 수십차례나 심하게 얻어맞는 것을 보니 (물론 화면상 연출이었겠지만) 별로 마음이 안 좋더군요. 화려하고 멋진 액션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제 눈에는 잔인해 보였습니다.

진이는 그렇게 가혹한 신체적 린치를 당한 후, 굴욕적으로 황미진 앞에 무릎 꿇려졌습니다. 아무리 강인한 여성이라지만 정신적 육체적으로 결코 감당하기 쉽지 않은 충격이었을 거예요. 그리고 "물건이 어디 있느냐?"고 묻는 황미진의 말에 대답하지 못한 (혹은 안한) 진이는, 지우가 한 발만 늦었다면 그들에게 살해당하고 말았을 것입니다. 지우는 늦지 않을 자신이 있었겠지만, 현실은 얼마든지 예상에서 빗나갈 수 있기 때문에 진이를 미끼로 삼은 지우의 계획은 지나치게 위험하고 몰염치한 것이었습니다.


앞으로 지우가 아무리 달라진다고 해도 지금까지 보여 준 태도가 너무나 최악이었기에, 제가 만약 진이라면 절대로 지우를 사랑할 수 없을 것입니다. 물론 진이도 지우에게 호감을 가졌다거나 잘해 준 것은 없습니다. 소중한 사람이기 때문에 지켜야 하는 카이와 달리 지우는 '나와 함께 다니면서 죽어도 좋은 놈' 이니까 이용하려고 했던 것뿐이지요. 그러나 지우의 입장에서는 불평할 일이 아닙니다. 엄연히 그는 거액의 댓가를 지급받고 고용된 탐정인데, 고객에게 이용당하는 거야 당연한 일이지요. 업무 중에 발생하는 위험을 알아서 극복하는 것은 본인의 직업상 능력에 해당하는 것이고요.

지우는 함께 있던 여자를 위험지역에 내팽개치고 몇 차례나 혼자 도주했으니 인격적으로도 함량미달이며, 고객이 맡긴 일을 수행하기 위해 어처구니 없게도 고객을 미끼로 이용했으니 탐정으로서도 함량미달입니다. 또한 여성 고객의 침실에 십여개의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행위는, 그녀를 보호하려 했다는 핑계를 대었지만 사실은 변태 수준이었습니다. 사심이 없었다면 진이에게 먼저 솔직히 말했어야지요. 그리고 연인 사이도 아니면서 자꾸만 일방적으로 과도한 스킨십을 하는 것도 정말 아니다 싶더군요. 진이가 분명히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굿나잇 키스를 한다면서 다시 입술을 들이미는 행동은 성추행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다분히 만화적이고 과장되어 있는 드라마를 지나치게 현실적으로 바라보는 면이 있다는 것은 물론 저도 압니다. 그러나 아무리 픽션이라 해도 지우의 과한 행동은 결코 미화될 수도 없고 용납되어서도 안 되는 것입니다. 여자에게 원치 않는 스킨십을 하고, 여자의 방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여자를 일부러 위험한 곳에 미끼로 던져 놓고... 이런 캐릭터를 남자 주인공이랍시고 지금... 제작진은 나름대로 멋있게 표현하고 있다 생각하는 걸까요?

5회가 다 지나가도록 지우의 매력이 살아나지 않는 것은 이 드라마의 굉장한 취약점입니다. 스토리는 흥미로워지고 있지만, 그 안에서 움직이는 인물들에게 정이 가지 않으면 좀처럼 몰입할 수가 없거든요. '대물'의 하도야는 3회까지 지켜본 바로, 연기자가 권상우만 아니었으면 제가 충분히 애정 담뿍한 눈길로 바라볼만한 좋은 캐릭터이더군요. 그런데 권상우 때문에 물 건너 갔고... 어떻게든 지우한테 애정을 좀 주고 싶은데, 왜 저러고 있는지 볼수록 짜증만 나네요. 다니엘 헤니는 5회에서 거의 나오지도 않았고 말입니다..;;


이제 와서 지우의 변화하는 모습을 아무리 멋있게 그린다 해도 너무 늦은 게 아닐까 싶어요. 악역도 아니고 주인공이 드라마의 1/4에 해당하는 분량을 비호감으로 채우는 것은 아마도 처음 보는 듯 합니다. 참 답답하네요. 현재 수목드라마 대전은 겉보기에만 화려할 뿐, 속빈 강정처럼 허전하기 이를 데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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