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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이강모,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자이언트

'자이언트' 이강모,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빛무리~ 2010. 10. 1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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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44회에서 이강모(이범수)는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라는 제목으로 영화를 만들어도 좋을만큼 감동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어려서부터 한 번도 변함없이 지속되어 온 이강모의 황정연(박진희)을 향한 사랑은 거의 신앙이라 해도 좋을 만큼 숭고합니다.

백파의 사후, 유경옥(김서형)은 그의 유언에 따라 사채업자들에게서 원금을 회수하여 사회에 환원하려 하지만, 사채업자들의 반발은 예상대로 거칠기 짝이 없습니다. 급기야 차부철(김성오)은 사채업자들과 결탁하여 황정연을 납치했지요. 황정연이 유경옥의 친딸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녀의 목숨을 담보로 유경옥에게서 차용증서들을 빼앗으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비상사태를 맞아 황태섭(이덕화)과 유경옥, 이강모는 대책을 강구하지만 황정연이 있는 장소를 찾아내는 것도 쉽지 않고, 일단 찾아냈어도 구해낼 길이 막막합니다.


황정연에게 신체적 위협이 가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강모는 과감히 그들의 요구조건을 들어주기로 결심합니다. 각서와 차용증을 가지고 혼자서 그들의 근거지로 들어가겠다는 것이었지요. 처음에 유경옥은 반대했지만, 이강모는 계책이 있노라며 자기를 믿어달라 했고, 황태섭이 그에 동의해 주었습니다. 이강모의 계책은 바로 형 이성모(박상민)와의 연합작전이었습니다.

국가기관에서 일하는 이성모는 시계형태로 된 위치추적기(당시로서는 최첨단 기기였을 듯...)를 건네 주었고, 이강모는 그것을 소지한 채 혼자 그들을 찾아갑니다. 뒤따라오는 자가 없음을 보여주어야 하기에 이성모는 바짝 쫓아가지 못하고 한참 후에 출발해야 했지요. 자기가 도착할 때까지는 꼭 무사해야 한다고 다짐하는 형에게, 어떻게든 버텨 보겠다고 대답하며 이강모는 호랑이굴로 뛰어듭니다. 


이강모의 과감한 선택에 놀란 차부철은 황정연에게 말합니다. "그놈이 너를 미치도록 좋아하든가, 아니면 나를 완전 호구로 보든가, 둘 중 하나겠구나!" 과연 이강모는 혈혈단신으로 그들의 소굴에 서류봉투를 들고 찾아 옵니다. 차부철은 이강모의 당당한 모습을 접하니, 언제나 남에게 굽신거리며 살아 온 자신의 비열한 인생과 너무도 대비되는지라 저절로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네가 나를 우습게 보는구나. 그러니까 이렇게 혼자 찾아온 거지! 너 설마 여기서 살아 나갈 생각을 하고 있냐?"

차부철이 뭐라 하든 이강모는 같은 말만 되풀이합니다. "정연이부터 풀어 줘." 그러나 차부철은 의자에 묶어 놓은 황정연을 풀어줄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먼저 서류부터 내 놔." 그 때 여장부 황정연은 이강모에게 외칩니다. "강모야, 절대 내주면 안 돼! 그것만 있으면 너는 여기서 살아 나갈 수 있어. 절대 주면 안 돼!" 그러자 차부철은 손바닥으로 황정연의 얼굴을 세차게 내리치고 그녀의 머리칼을 잡아챕니다. 그 장면을 눈 뜨고 보아야 하는 이강모는 미칠 것만 같은데, 그 순간 황정연은 고개를 돌려 차부철의 손목을 물어 버렸군요.

그러잖아도 잔뜩 화가 나 있던 차부철은, 손에 들고 있던 쇠파이프로 황정연의 머리를 후려치려 하는데, 그 때 이강모는 멈추라는 외침과 동시에 서류봉투를 그들에게 넘겨 주고 말지요. 아무런 보호막이 없어진 이강모는 수십명의 손과 발에 대책없이 린치를 당하는데, 차부철은 어떻게든 그에게 이겨보고 싶었던지 1:1 대결을 제안합니다. 그런데 웃기는 것이 차부철은 아마도 정식으로 격투기를 배운 모양인데, 이강모의 오기와 투지 앞에서는 무용지물이군요. 몇 차례 손질을 하는가 싶더니 곧바로 이강모의 밑에 깔려서 주먹세례를 받습니다.


하지만 중과부적인지라 다시 이강모는 차부철의 부하들에게 짓밟히는데, 패배를 인정하기 싫은 차부철은 "일어나, 네가 나를 이기면 이 계집애를 살려준다니까!" 라고 다시 싸움을 겁니다. 황정연은 일어나지 말라고 애원하지만 이강모는 비틀거리며 다시 일어서서 차부철의 제안을 받아들이는군요. 어떻게든 형이 올 때까지 시간을 끌어야 했고, 황정연을 보호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자기를 넉다운시킨 뒤, 그들이 서류봉투를 들고 황정연까지 어디론가 끌고 가버리면 모든 일은 끝장이었습니다.

일어나자마자 수없이 쏟아지는 몽둥이 세례를 받았지만, 이강모는 어디서 그런 힘이 솟는지 다시 차부철을 제압하고 그의 위에 올라타서 승세를 점합니다. 하지만 역시 중과부적으로 차부철의 부하들에게 붙잡혀 바닥에 쓰러지게 되지요. 이제야 자기는 결코 이강모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차부철은 울화를 참지 못하고 쓰러진 이강모의 머리에 쇠파이프를 내리치려 하는데, 그 때 이성모와 그 부하들이 요란한 총소리와 함께 들이닥칩니다.


차부철 일당이 눈치채지 못하게 하기 위해 너무 늦게 출발하느라, 위치추적기의 사정거리에서 일시적으로 벗어났던 이성모는 다행히 늦지 않게 도착해서 이강모와 황정연을 구했으나, 안타깝게도 차용증과 각서가 들어 있는 서류봉투는 그들과 함께 왔던 고재춘(윤용현)이 잽싸게 낚아채어 달아나고 말았군요. 결국 조필연(정보석)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으니, 이제 되찾기는 매우 힘들어졌습니다. 어처구니 없게도 이성모와 이강모 형제는 가장 큰 원수 조필연을 돕게 된 셈이었습니다. 사채시장을 장악하려는 조필연의 계획에는 이제 날개가 달렸네요.

그러나 이 모든 일은 황정연을 구하기 위함이었지요. 피를 흘리며 정신을 잃어가는 이강모를 부축하며 울먹이는 황정연에게 이강모는 쉰 목소리로 말합니다. "너만 괜찮으면 됐어..."


마치 '모래시계'에서 고현정을 구하기 위해 처절히 죽어가던 이정재의 모습을 다시 보는 것처럼 감동적이던 한 편의 활극은 이쯤에서 마무리되었습니다. 사실 식상하다면 무척이나 식상한 설정이지만 그래도 저는 마음에 들더군요. 항상 냉철하고 이성적인 남자가 사랑하는 여인을 구하기 위해 물불 안 가리고 열정적으로 위험 속에 뛰어드는 모습은 사실 모든 여성들의 로망이 아닐까 싶어요.

한편 다른 쪽에서는 자기 아들인 줄도 모르면서 조금씩 우주와 가까워지는 조민우(주상욱)의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공교롭게도 조민우의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과 이미주(황정음)의 양어머니(홍회장 사모)가 입원한 병원이 같았기 때문에, 천방지축으로 놀러다니던 우주는 조민우와 쉽게 마주칠 수 있었고, 뭔가 핏줄이 끌렸는지 넉살도 좋게 처음 보는 아저씨에게 말을 걸며 이런저런 부탁을 해대는 것이었지요. 화장실에서는 손을 씻어야 하니까 자기를 좀 안아서 올려달라고 하더니, 이번에는 슬며시 다가와 조민우의 바지 자락을 움켜쥐며, 자기 장난감을 돌려주지 않는 형아에게서 그것을 빼앗아 달라는 무언의 시위까지 합니다.


그러면 평소 어린아이에게는 관심도 없던 차가운 남자 조민우는 또 선선히 그 모든 요구를 들어주며 부드럽게 웃기까지 하는군요. 우주를 찾아다니다가 그들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본 미주는 얼른 몸을 숨기고 눈물을 삼키는데, 원수의 핏줄을 낳아 기르며 사랑하는 사람 앞에도 나서지 못하고 오빠들에게도 비밀을 가져야 하는 미주의 운명이 참으로 얄궂더랍니다.

차수정이라는 예명으로 방송 무대에 데뷔하게 된 미주는 오빠들을 초대했는데, 하필이면 그 날 조민우가 차수정의 정체를 알아내고 미주를 만나기 위해 달려옵니다. 다음 주에 만약 이성모와 조민우가 마주치게 되면 매우 흥미로운 상황이 발생하겠군요. 미주를 잃은 후 냉혈한이 되어버린 조민우지만, 그녀에게 달려가는 눈빛은 예전처럼 뜨겁기만 하네요. 이들의 사랑은 금단의 열매이기에 그 처절함이 비장미를 더해 줍니다.


이강모는 과연 조필연의 손에서 어떻게 차용증서를 빼앗을 수 있을까요? 숨막히는 거인들의 대결이 거듭되는 와중에, 조금은 신파적인, 그러나 오래된 낭만을 되새기게 만드는 멜로의 선율이 살아 있어 날마다 더욱 재미있는 드라마 '자이언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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