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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챔프' 고지식한 김연우를 지키는 두 남자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닥터 챔프

'닥터 챔프' 고지식한 김연우를 지키는 두 남자

빛무리~ 2010. 10. 12.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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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의 요령은 없어도 의사로서는 최고의 실력을 지닌 김연우(김소연) 선생이지만 때로는 실수를 하는군요. 일반 병원에서의 의사 생활과 태릉선수촌에서의 의사 생활은 확실히 다르긴 한가 봅니다. 시합이 다음날로 다가온 선수에게 수액 처방을 하는 바람에 도핑테스트에 걸릴 것을 우려한 코치는 그 선수를 경기에 불참시키기로 결정한 것이지요. 참가만 했으면 금메달이 유력시되는 선수였기에, 이것은 대형사고였습니다. 태릉선수촌에서는 긴급 회의가 소집되었군요.

의무실장 이도욱(엄태웅)은 매우 이성적인 태도로 회의에 임했습니다. 기본적으로 김연우의 실수를 인정하지만, 그보다는 먼저 도핑에 대해 철저한 교육을 하지 못한 선수촌 시스템에 문제가 있으며, 이대진 선수 외에 다른 선수들도 얼마든지 비슷한 경우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지요. 도핑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외부에 나가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을 수도 있는 일이고요. 무작정 김연우를 편들어 주는 것도 아니면서 차분한 태도로 진정한 책임 소재를 따져 나가는 이도욱의 태도는 깊은 신뢰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태릉선수촌장은 이도욱의 의견을 경청한 뒤, 입촌한지 얼마 안 되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철저한 도핑 교육을 실시할 것을 결정합니다. 그리고 해당 사건의 처리는 피해 당사자인 이대진 선수의 결정에 따르기로 하지요. "김연우 선생을 당장 그만두게 할까요?" 라고 묻는 촌장의 질문에 이대진 선수는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합니다. "아니오. 제가 먼저 놓아 달라고 한 거니까요." 이번 일로 엄청난 상처를 받았을텐데, 그래도 자기의 실수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며 의사에게만 책임을 돌리지 않는 이대진 선수는 정의롭고 착한 젊은이였습니다.

그러나 김연우는 엄중한 경고를 받게 됩니다. "이번 사건은 이것으로 마무리하지만, 다시 한 번 김연우 선생 때문에 긴급회의가 소집되는 일이 발생하면, 그 때는 계약 기간에 관계없이 해임될 수도 있습니다." 김연우는 어이없는 실수를 한 자기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갈 곳 없는 그녀를 채용해 주고, 한국의료원측과 당당히 대결하면서까지 자기를 지켜 주고, 비열한 서교수를 해임시킴으로써 자기의 복수까지 대신 해 준 의무실장 이도욱에게 그녀는 속으로 조금씩 사랑을 느끼고 있는 중이거든요. 이런 실수를 해서 이도욱에게 피해를 끼친 것이 김연우는 너무 속상합니다. 어떻게든 그녀를 위로해 주려는 박지헌(정겨운)의 노력은 별 소용이 없네요.


산더미같은 책들을 빌려주며 공부하라고 명령하는 이도욱에게 김연우가 묻습니다. "저를 뽑은 걸 후회하시나요?" 그러자 이도욱이 대답합니다. "자네 계약기간이 2년이야. 120분짜리 영화로 치면 나는 고작 1분 봤어. 본 게 아무것도 없는데 후회하고 말고 할 게 없잖아? 그래도 5분 이상은 못 기다려. 내 손으로 고른 영화지만 재미가 없으면 박차고 나올 거야." 냉정하고 시크한 듯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사람을 독려하고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멋진 대사였습니다.

그 사건 이후 선수들은 의무실에 찾아와서도 김연우를 기피하고 모두 이도욱에게만 몰려갑니다. 의기소침해 있는 김연우 앞에 모처럼 한 명의 환자가 찾아 오는데, 미모의 고은미 선수입니다. 일전에 검사했던 결과를 확인하러 온 것이었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고은미 선수의 병명은 매독이었습니다. 페니실린을 주사해야만 치료할 수 있는데 부작용으로 쇼크가 올 수도 있기 때문에 태릉선수촌에서는 원래 치료가 불가능한 병이었습니다. 김연우는 진단서를 끊어 줄 테니 한국의료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라고 권합니다.

그런데 고은미 선수의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결혼한지 6개월밖에 안 된 신혼이고 관계는 남편하고밖에 없었는데 매독에 걸렸다는 것은, 남편이 외도를 했다는 증거가 아니겠습니까? 자기 몸에 감염된 병도 충격이거니와, 믿고 사랑하던 남편의 배신도 충격입니다. 한참을 고민하던 고은미 선수는 김연우에게 눈물을 흘리며 애원합니다. 자기의 병이 소문나면 선수생활도 끝장날 테니, 제발 김연우가 몰래 치료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작년에 코뼈가 부러져서 숨을 쉴 수 없어 코 수술을 받았는데 "고은미가 성형을 했다더라. 외모에만 신경쓰느라고 훈련은 뒷전이라더라." 이런 소문이 났던 경험은 그녀에게 큰 상처로 남았습니다. 아무리 자기 잘못은 아니지만, 매독이라는 병 자체가 워낙 이미지에 치명적이다보니, 고은미 선수의 딱한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김연우는 그녀의 애원을 들어주기로 했습니다. 간단한 테스트를 거친 뒤, 과감히 페니실린을 주사한 것이지요.

이대진 선수 사건으로 받았던 경고장이 따끈하니 식지도 않았는데, 정말 대책없는 김연우 선생이었습니다. 언제나 자기의 입장보다 환자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그녀의 고지식한 휴머니즘은 여기서도 빛을 발하는군요. 하긴 서교수의 의료사고로 반신마비가 되어버린 소녀 조은지 환자를 위해 자기 입장은 생각지도 않고 내부고발자가 되어서 쫓겨나고 말았던 김연우입니다. 그런 마음이 그녀를 지금의 자리로 인도한 것이었지요.

테스트의 반응은 무난했으나, 안타깝게도 페니실린 주사는 고은미 선수를 쇼크 상태로 빠져들게 했습니다. 의무실이 있는 건물을 나서자마자 쓰러졌는데, 즉시 박지헌과 이도욱의 눈에 띄었던 것이 천만 다행이었습니다.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조금만 늦었으면 생명이 위험했거든요. 사색이 된 김연우가 달려와서 있는 힘을 다해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데, 김소연의 연기력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처절한 표정과 가쁜 호흡에서 김연우의 미칠 것 같은 심정이 그대로 전달되었지요. 고은미 선수를 도와주려고 그랬던 것인데, 자기의 판단착오로 사람을 죽이게 생겼으니 얼마나 기막혔겠습니까?


고은미 선수는 금세 정상으로 회복되었지만, 김연우는 꼼짝없이 선수촌에서 해임될 위기에 처합니다. 고은미 선수의 비밀을 발설할 수 없었던 김연우는 그녀의 병명을 매독이 아니라 봉와직염(피하조직의 급성 세균 감염증)이라고 바꾸어서 말했는데, 봉와직염은 페니실린을 사용하지 않아도 치료할 수 있는 병이었거든요. 훨씬 안전한 방법을 두고 위험한 방법을 택한 이유를 김연우는 설명할 수가 없었습니다.

유능한 의사의 직감으로 고은미 선수의 병이 봉와직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챈 이도욱은, 다시 소집된 긴급회의에서 김연우를 차분히 설득합니다. 그 자리에서 해임되면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주지시키며, 페니실린을 사용한 진짜 이유를 말하라고 하지요. 그러나 김연우는 "의사로서 환자의 상태를 발설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라며 입을 다물고 맙니다. 과연 김연우답습니다. 그런데 문 밖에서 고은미 선수가 다 듣고 있었군요.


고은미 선수를 그 자리로 인도한 것은 박지헌이었습니다. 이 순박한 청년이 고은미에게 "나는 괜찮으니 김연우 선생을 해임시킬 필요는 없다."고 제발 회의 장소에 가서 이야기 좀 해 달라며 애원했던 것이지요. 고은미는 자기가 나설 필요 없을 거라고, 위기에 처하면 김연우가 자기의 비밀을 발설할 테니까 그러면 해임되는 일은 없을 거라고 합니다. 김연우의 성품을 잘 알고 있는 박지헌이 "그 사람이 말을 안 하면요?" 라고 묻자 고은미는 "그럴 리 없잖아요?" 하고 반문했지요. 그러나 확인하고 싶었는지 회의실 문 앞에 와서 듣고 있었던 것입니다.

뜻밖에도 자기의 비밀을 지켜주는 김연우에게 감동한 고은미 선수는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가 스스로 자기의 병명을 밝힙니다. 김연우는 안된다고 했는데 자기가 고집해서 페니실린을 맞았다는 것까지요. 정말 죽음보다 고통스러웠을텐데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고은미 선수도 참 멋지더군요. 그나저나 김연우는 참으로 행복한 여인입니다. 그녀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두 남자가 있으니 말입니다. 이도욱은 앞에서 끌어주고 박지헌은 뒤에서 밀어주며, 고지식한 천사 김연우가 넘어지지 않도록 보호하는군요. 


회의를 마치고 나온 이도욱은 김연우에게 실망했다고 말합니다. "설마 했는데 끝까지 말을 안 하더군. 그 선수가 나타나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어? 이런 일로 그만둘 만큼, 여기 의무실이 김연우 선생에겐 아무 의미가 없는 곳인가?...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굴러굴러 여기까지 왔으면 납작 엎드렸어야지. 뭐가 그렇게 잘났어? 그게 무슨 국가기밀이라도 되나?" 자기의 반응을 보려고 일부러 그러는 이도욱의 속셈을 눈치 못 챈 김연우는 발끈해서 소리칩니다. "그럼 제가 어떻게 했어야 되는데요? 환자 비밀 다 까발리고, 나는 아무 잘못 없다, 그러니 여기 붙어있게 해달라, 그랬어야 했나요?" 그러자 이도욱은 씨익 웃으며 대답합니다. "아니지, 그건 안 되지."

"자네를 뽑은 걸 후회하지 않냐고 물었지? 이제 5분이 지난 것 같은데... 나쁘지 않아. 고지식한 캐릭터도 꽤 재미있어... 이건, 칭찬이야." 줄곧 틱틱거리기만 하던 이도욱이 처음으로 시원스레 활짝 웃으며 그녀를 바라봅니다. 이번 사건에 대처하는 김연우의 태도가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나봐요. 생각지도 않은 칭찬을 들은 김연우는 멍하니 이도욱을 바라보는데, 한쪽에는 왠지 심상치 않은 그들의 분위기를 보며 상처받는 박지헌이 서 있습니다. 삼각관계는 보통 칙칙하게 마련인데, 이토록 상큼하고 예쁜 삼각관계는 처음이네요.  


'닥터 챔프'는 좋은 의사들과 좋은 선수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의 삶에는 감당하기 쉽지 않은 애환이 있지만, 너무 좋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냥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 마지막 컷은, 김연우가 책꽂이 앞에 서 있을 때 책을 꽂기 위해 팔을 뻗던 이도욱의 얼굴이 그녀의 얼굴 가까이 다가오자 순간 얼어붙는 김연우의 표정입니다. 전류처럼 다가온 사랑의 충격이 그대로 느껴지지 않으십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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