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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자' 이나영과 다니엘 헤니의 미친 비주얼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도망자 Plan.B

'도망자' 이나영과 다니엘 헤니의 미친 비주얼

빛무리~ 2010. 10. 8.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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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부터 '도망자'의 스토리에 탄력이 붙기 시작한 느낌입니다. 초반에는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인물들이 너무 많아서 정신없이 산만했고, 3회까지는 지우(정지훈)와 도수(이정진)의 쫓고 쫓기는 액션을 과다하게 보여 주느라 정작 스토리의 진행은 약간 정체되어 있었지요. 그러나 4회에서는 주인공들이 일본에 도착하여 황미진(윤손하)과 히로키를 만나면서 드라마는 한결 흥미로워졌습니다. 물론 대한민국에 앉아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며 조종하고 있는 실력자 양두희 회장(송재호)을 제외하면 안 되겠지요. 아직도 멜기덱의 정체는 모호하지만, 그 하부조직으로 보이는 거물들이 속속들이 등장하니 긴장감이 배가되는군요.

지나치게 가벼워 보여서 거부감이 들었던 정지훈의 연기도 갈수록 괜찮아 보입니다. 초반에 캐릭터의 특징을 확실히 드러낸다는 것이 너무 오버하는 결과를 낳았던 모양인데, 이제는 대략 적정수준으로 가라앉았군요. 아니면 어느 새 제가 그 연기에 익숙해져서 더는 어색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일까요?..;; 여전히 제 눈에 비친 남주인공 지우의 모습은 별로 매력적이지 않습니다만, 그거야 그런 류의 캐릭터 자체를 워낙 좋아하지 않는 저의 개인적 취향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사랑이 헤프긴 하지만 여자를 믿지는 않는다..." 현재의 지우는 이런 상태입니다. 반지를 주며 청혼하던 혜원(이다해)에게도, 히로키의 딸 키에코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볍게 흘리고 다니는 그의 인연들을 감히 사랑이라고 부른다면, 그것은 사랑에 대한 모독이겠지요. 그 와중에 엄연히 사업상으로 만난 고객 진이(이나영)에게 몇 차례나 일방적으로 입술을 들이미는 행동까지 하는군요. 아, 정말 비호감 만땅입니다.

그렇게 추근거리면서 정작 히로키의 집에서 수많은 적에게 둘러싸여 위기에 처했을 때, 지우는 그녀를 내팽개치고 혼자 달아납니다. 좋게 보자면 때맞춰 도수 일행이 쳐들어 올 것을 예상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도수가 한 발짝만 늦었더라도 진이는 죽고 말았을 것입니다. 히로키와 황미진의 목적은 진이를 산 채로 붙잡으려는 것이 아니라 죽여 없애려는 거였으니까요. 진이의 무술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수십명의 남자들에게 둘러싸인 상태였는데 무사하리라는 보장은 절대 없었습니다.

물론 앞으로 지우는 차츰 진이에게 빠져들며 진정한 사랑을 깨달아 가겠지요. 그 변화의 과정이 얼마나 설득력있게 그려지느냐에 따라 지우의 캐릭터에 대한 호감도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저 얍삽하고 천박하게 느껴져서 도저히 그의 감정에 몰입이 안 되는군요.


하지만 다행히 '도망자'에는 충분히 매력적인 조연이 있어, 주인공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빈 자리를 따스하게 채워 줍니다. 그는 바로 카이(Kai) 역의 다니엘 헤니입니다. 카이와 진이는 오랜 연인이며 지금도 서로 사랑합니다. 멜로 부분이 채워지지 않으면 계속 쫓고 쫓기는 것뿐일테니 드라마가 얼마나 삭막하겠어요? 만약 카이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줄곧 지우가 가볍게 흘리고 다니는, 텅 빈 껍데기뿐인 사랑을 보며 한숨지어야 했겠지요. 그러나 카이의 존재는 멜로에 대한 갈증을 충분히 풀어 주었습니다.

카이는 언제나 사랑하는 진이를 곁에서 지켜주고자 합니다. 하지만 진이는 자기와 함께 있으면 카이가 다치게 될 것을 알기 때문에 오히려 멀리합니다. "너는 죽으면 안 돼... 내가 사랑하니까!" 카이는 진이와 함께라면 죽음도 두렵지 않지만, 진이는 그의 곁에 있겠다 환한 미소로 약속하고는 또 다시 떠나 버렸습니다. 사랑하는 카이를 안전하게 지켜주기 위해, 그를 떼어놓고 혼자 (믿지 못할 사람, 지우와 함께...) 위험한 길로 뛰어든 것입니다. 남겨진 카이는 그녀를 위해 준비한 요리를 혼자 먹습니다. 주인 없는 와인잔이 우두커니, 쓸쓸한 저녁식사의 벗이 되어 줍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오히려 함께 할 수 없는 카이와 진이의 사랑은 진실하면서도 애달프기 이를 데 없습니다. 더 이상의 멜로는 필요치 않다고 생각될 지경이에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나영과 다니엘 헤니의 비주얼은, 이제껏 보았던 드라마 속의 어떤 커플보다도 더욱 환상적입니다. 한 사람씩 떼어놓고 보아도 아름답지만,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은 어쩌면 저렇게나 잘 어울릴 수가 있을까요? 일상의 자연스런 모습들... 마주 보며 서 있기만 해도, 나란히 앉아 있기만 해도 그대로 화보입니다.


햇살이 비쳐드는 창가에서 두 사람이 포옹하는 순간, 제 입에서 저절로 새어나오던 탄식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부러움이나 시샘 따위는 아니었습니다. 그런 감정을 느끼기에는 너무도 완벽한 앙상블이었어요. 이토록 아름다운 것을 제 눈으로 볼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뭐, 그런 느낌? 최고의 예술 작품을 보는 순간, 도저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카이가 주인공이 아니기 때문에, 이 커플의 앞날은 결코 밝지가 않습니다. 반드시 깨진다고 볼 수는 없겠으나, 지우의 존재가 이들의 사랑에 있어 매우 강력한 훼방꾼이 될 테니까요. 지금으로 봐서는 진이가 이렇게 완벽한 연인을 두고 지우에게 마음이 끌린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듯 싶지만, 어쨌든 이미 예정되어 있는 일이니... 오호 통재라, 카이는 점점 더 외로워지겠군요!


카이는 저렇게 외로운 식사를 몇 차례나 더 하게 될까요? 윤기 흐르는 저 파스타도 진이를 위해 손수 만들었을 텐데, 할 수만 있다면 저라도 대신 먹어주고 싶습니다. 카이와 진이의 애달픈 사랑은, 자칫 너무 가벼운 코믹으로 흘러갈 수 있는 드라마의 분위기를 적당히 무겁게 잡아 주면서, 동시에 최고의 아름다움까지 선사해 주는군요. 이나영과 다니엘 헤니의 미친 비주얼은,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제 가슴 속에 오래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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