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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백파의 죽음이 남긴 승리의 교훈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자이언트

'자이언트' 백파의 죽음이 남긴 승리의 교훈

빛무리~ 2010. 10. 6.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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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업계의 대부 백파(임혁)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가 살아 온 방식을 옳다고 할 수야 없겠지만, 최소한 드라마 상에서는 절대악 조필연(정보석)과 맞서 싸우는 인물이었기에 우리는 마음 속으로 그를 응원해 왔지요. 백파와 조필연의 싸움은 말 그대로 돈과 권력의 싸움이었습니다.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조필연의 힘이 더 막강해 보였는데, 결과는 백파의 승리였습니다.

그 동안 대부업은 어둠의 시장으로 불렸습니다. 사채업자들은 정당한 세금을 내는 대신 정권의 실세들과 야합하여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댓가로 모든 편익을 제공받으며 사업을 해 왔지요. 악어와 악어새 같은 그들의 관계는 너무 단단하고 역사가 길어서 결코 깨뜨려질 수 없을 것처럼 보였습니다. 조필연 뿐만 아니라 다른 누구도 그들의 공생관계가 깨뜨려질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 못했지요.

조필연이 백파를 공격하는 데 사용한 무기는 '세금'이었습니다. 평생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돈을 쫓아 살아 온 백파가 그 엄청난 세금 부과를 순순히 받아들일 리 없다는 것이 조필연의 믿음이었으니까요. 그러나 뜻밖에도 인생 막바지에 이르른 백파는 다른 결정을 내렸습니다. 사실상 그의 평생 목표는 자기가 종사해 온 대부업을 정당한 금융권으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영리한 후계자 황정연(박진희)은 마치 그의 속을 들여다 본 것처럼, 그가 하고 싶었던 모든 말을 대신해 주었습니다. 세금을 피하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기꺼이 받아들여서 납부하는 순간, 우리는 어둠에서 벗어나 밝은 곳으로 나올 수 있다고 말입니다.


이렇게 되면 조필연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게 됩니다. 백파가 세금을 거부해야만 자기 주머니로 돈을 끌어 올 수 있었는데, 이거야 황당하고 분통이 터질 노릇입니다. 멀리 앞날을 내다보고 일시적으로 더 큰 손해를 감당하기로 결정한 그 대인배의 심리를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탓입니다. 그래도 조필연에게 아직은 한 줄기의 희망이 남아 있었으니, 백파가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아 얼마 살지 못할 거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여기서 또 한 번, 조필연은 세금을 무기로 휘두를 계획을 세웁니다. 직계 가족이 없는 백파가 자기의 모든 재산을 수양딸 유경옥(김서형)에게 물려줄 것을 확신했기에 세울 수 있는 계획이었습니다. 백파의 자산 규모는 대략적으로만 추정해도 천문학적인 액수였기에, 그것을 유경옥에게 상속하는 순간 엄청난 증여세가 붙게 되어 있었거든요. 조필연은 결코 유경옥이 그 세금을 감당하지 않고 자기에게 도움을 요청할 거라 예측했습니다. 그러면 자기는 탈세를 눈감아 주는 대신, 그 세금의 절반을 착복할 생각이었지요. 그러나 이번에도 그의 믿음은 빗나갔습니다. 

어둠의 세계를 지배하던 큰 별, 백파는 죽기 전에 육성을 녹음하여 유언을 남겼습니다. 자기가 맡고 있던 사업적 지위는 유경옥에게 물려주되, 세상에 드러난 자기의 모든 재산은 하나도 남김없이 사회에 환원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돈보다 더 큰 가치가 존재한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오직 돈에 눈멀어 살아왔던 자신의 인생을 반성하며, 그 동안 자기가 상처 주었던 사람들에 대한 속죄의 차원으로 백파는 자선단체와 복지단체 등에 모든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명백히 전하고 마지막 숨을 거두었습니다.


조필연을 향해
"당신은 결코 나에게서 아무것도 빼앗아 가지 못할 것" 이라고 말하던 백파의 호언장담은 사실이었습니다. 살아있는 조필연은 죽은 백파에게 철저히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금융업계의 어두운 세계를 지배하던 큰 별, 백파는 죽음으로써 우리에게 필승의 전략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전법은 움켜쥐는 것이 아니라 놓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그가 끝까지 돈을 손에 움켜쥐려고 했다면, 절대 조필연에게 이길 수 없었겠지요. 하지만 그는 살기 위해 먼저 죽는 방식으로, 손을 활짝 펼치고 모든 것을 놓아 버림으로써 최후의 승리를 얻었습니다.

이제 그의 사업을 물려받은 유경옥과 황정연은 정당하게 세금을 납부하며, 어둠 속의 대부업이 아니라 당당한 제2금융권으로의 도약을 시작할 것입니다. 이것 또한 백파가 남긴 또 하나의 교훈이었지요. 아무리 많은 돈을 움켜쥐고 있다 해도 어둠의 세계에 속해있는 한 절대로 진정한 승리자가 될 수 없음을 절절히 깨달은 백파는, 조필연과의 대결을 통해 승리의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그것은 편법에 익숙한 사람들로서는 좀처럼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공법이었고, 필승의 전략이라 할 수도 없었습니다. 원래 정공법이란 타고난 자질이 부족하거나 노력하지 않는다면 패배할 수밖에 없는 일이니까요. 사실상 엄청난 액수의 세금을 납부하고 나서는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버린 소규모 대부업체가 많았을 테지요. 그러나 정말 이기고 싶다면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편법을 사용하고 어둠 속에 숨어있는 한, 그들에게 진정한 승리는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피하지 말고 당당히 정면으로 맞서 싸울 것...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탐욕에 집착하지 말고 모든 것을 놓아 버릴 줄도 알아야 할 것... 이것이 바로 금융업계의 어두운 세계를 지배하던 큰 별, 백파가 죽음으로써 남긴 두 가지 승리의 교훈이었습니다. 평생 움켜쥐고만 살았던 사채업자의 인생은 이렇게 해서 마치 영화와도 같은 반전으로 아름다운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패배자 조필연은 과연 범상치 않은 자세로, 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았음을 알렸습니다. 아들 조민우(주상욱)을 동반하고 백파의 장례식장에 나타난 그는 상주의 자격으로 서 있는 유경옥, 황정연, 이강모(이범수)와 마주 섰으나, 세 사람은 그와 맞절을 할 생각이 전혀 없는 듯 핏발 선 눈으로 노려보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참 연장자인 조필연은 서슴없이 그들 앞에 일방적으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여 절을 하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담담한 표정으로 돌아서 나가더군요. 사람이 절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오싹해 보기는 처음이었다지요. 역시 조필연은 무서운 사람이었습니다.

아직도 남은 사람들이 맞서 싸워야 할 상대는 너무도 강력하고 그 숫자가 많습니다. 백파의 유언에 따라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모든 자금을 회수하려는 유경옥은 처음부터 극심한 반발에 부딪혔지요. 사채업자들은 유경옥에게서 차용증서를 빼앗기 위해 황정연을 납치했습니다. 원래 거칠기 짝이 없는 사람들인데다가, 청천벽력과도 같은 백파의 유언 때문에 충격을 받을 대로 받은 상태이니 만큼, 그들의 손아귀에 떨어진 황정연은 목숨마저 위태로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그녀를 사랑하는 이강모가 어떻게든 구해 내겠지요. 그는 이제껏 정공법을 사용해서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지금의 승리를 일구어 낸 증인이니까요. '자이언트'는 너무도 매혹적인 승리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진정한 승리의 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은 가장 고귀한 자산이며, 가시밭길을 헤쳐 나가는 그들의 발걸음이 결코 슬프지만은 않은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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